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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일본 언니가 만들어 주는 빵 맛보실래요?

홈메이드 빵집 ‘미루카레’ 주인 다카미 가나코 씨

홍대 앞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홈메이드 베이커리인 ‘미루카레’는 소문난 작은 빵집이다. 일본인 다카미 가나코(38) 씨가 마치 영화 <카모메식당>의 여주인처럼 정갈하게 가게를 지키고 있다. 그는 한국 유학을 마치고 도쿄로 돌아가 도쿄 ABC스튜디오에서 제빵을 공부한 후 지난해 4월 다시 돌아와 ‘미루카레’를 오픈했다.

‘미루카레’는 우리말 ‘밀가루’를 스페인어 느낌이 나게 지은 이름. 한국에서는 제대로 맛볼 수 없는 일본의 대표적인 과자 빵인 ‘멜론빵’, ‘명란젓 프랑스빵’, ‘참치콘 마요빵’등 독특한 방을 선보였는데, 열혈 마니아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단번에 유명해졌다. 영화 <카모메식당>에서 주인공이 만들어 주던 시나몬 롤도 이곳에서 맛볼 수 있다.

“인생이라는 게 꼭 자신이 꿈꾸던 이상처럼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나이라면 영화 <카모메식당>을 보고 감동받을 것 같아요. 지인이 그 영화에 시나몬 롤을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며 꼭 보라고 추천해 주었어요. 영화 속 인테리어가 깔끔해서 저도 그런 스타일로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제가 심플하고 단정한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이 빵집은 귀여운 느낌이 된 것 같아요. 영화 속 카모메식당과 이 빵집의 스타일은 전혀 다른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손님들이 와서 ‘카모메식당과 비슷해요’라는 말을 많이 해요.”

그녀는 매일매일 다른 빵을, 조금씩 구워서 내놓고 있다. 멜론빵 하나만 해도 녹차 멜론빵, 메이플 멜론빵, 딸기 멜론빵, 코코아 멜론빵처럼 들어가는 재료가 달라 매일 다른 빵을 먹을 수 있다. ‘명란젓 프랑스’는 명란젓과 삶은 감자를 섞어 속에 넣은 빵으로, 입소문의 주역이기도 하다. 처음 가게문을 열 때는 홍대 앞 주택가에 위치해 ‘동네 빵집’으로 인식해 주길 바랐지만, 지금은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단다.

“어려서부터 빵 만들기를 좋아해 빵 만드는 게 줄곧 취미였어요. 어느 날 24시간 내내 빵을 구워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집에서 빵만 만들고 있으면 정말 처치하기 곤란하잖아요? ‘미루카레’를 열 때는 ‘우리 동네에 빵을 좋아해서 매일매일 빵을 굽는 여자가 있네’라며 동네 사람들이 궁금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동네 사람들이나 지나가는 젊은이들이 ‘오늘은 그 언니 뭐 만들었을까?’라며 지나가다 그냥 들러 보는….”

일본은 어느 골목길에서든 ‘미루카레’와 같은 홈메이드 빵집을 발견하는 게 힘든 일이 아니라고 한다. 빵뿐만 아니라 초콜릿, 바느질 등 다양한 분야에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조용히 자신의 가게를 꾸려 간다고 한다. 어머니가 초등학교 때 생일 선물로 오븐을 선물해 줄 만큼 빵 만들기를 즐겼지만 오로지 취미일 뿐이었다고 한다. 빵 만들기뿐 아니라, 뜨개질, 옷 만들기, 심지어 가구 만들기까지 무엇이든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좀 까다로운 성격이에요. 그래서 제가 직접 만들어서 입고 먹고 쓰죠. 그렇게 가구를 만들고, 뜨개질하고, 옷도 만들고요. 지금 입고 있는 것도 제가 만들었어요. 반 년에 한 번씩은 앞치마를 새로 만들어요. 계절에 맞게. 새로운 마음으로 해야 더 재미도 생기니까요. 항상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지칠 때도 있어요.”


한국어 제대로 배우려 서울로 유학 왔죠

2002년 한류라는 말이 쓰이기도 전에 그녀는 서울 연세대로 유학을 왔다. 주변에서는 영어도 아니고 왜 한국어를 배우려 하느냐고 의아해했지만, 그녀는 회사를 다니면서 차분히 한국 유학준비를 했다고 한다. 그때 극심하게 반대하던 부모님과 이모들은 요즘 일본에 한류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단다.

“너는 한국어를 할 줄 알아서 좋겠다!”며 부러워하고, 모르긴 해도 어머니는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우리 딸이 서울에서 빵가게를 냈어요”라며 자랑하고 있을 거란다.

“한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서울에서 공부할 때였어요. 그때도 종종 빵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선물했는데, 한국에는 이런 빵이 없다고 해서 오히려 신기했어요. 그냥 좋아서 취미로 하는데 맛있다고 하니까 막연히 이런 맛이 통하는구나, 싶었고 친구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듣다 보니 그럼 서울에서 빵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 문화를 알고 싶어 우연히 한국어를 공부하다 아예 서울에 눌러앉은 계기에는 ‘한국’에 대한 아련한 기억이 자리 잡고 있다. 그 기억은 초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주 어릴 때 생일 케이크를 선물받았는데 폭죽에 한글이 쓰여 있었어요. 한글이 뭔지는 잘 몰랐지만, 막연히 ‘이렇게 예쁜 글씨를 쓰는 사람들은 참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회사를 다니던 어느 날 친구들이 한국에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시간이 맞지 않아 결국 친구들만 다녀왔는데, 친구들이 이상한 말을 하더란다.

“한국에 갔더니 너처럼 생긴 사람이 참 많다. 너는 지금 그대로 서울에 옮겨 놓으면 한국 사람이라고 할거야”라고. 그때 ‘정말 그럴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 후 몇 번 한국여행을 했고, 길거리 간판을 읽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NHK의 한국어 교육방송을 듣기 시작했다.

“한국어 공부를 해도 실제 말할 기회가 없으니 재미가 없는 거예요. 학원에서도 그렇고 여행을 몇 번씩 왔어도 신문을 제대로 못 보니 답답했어요. 한국 영화를 교재로 공부했는데, 50% 정도 알아들을 수 있었어요. 본격적인 흥미가 생기는 시기잖아요. 한국 문화도 알고 싶고. 그래서 한국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한국에 대한 애정, 친숙함이 그녀를 이곳에 데려다 놓은 것일까. 일본은 한국과 달리 성인이 되면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고 한다. 그녀도 스무 살 성인이 되었을 때, 부모님은 “이제 너는 어른이다. 어떤 행동도 자신이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 토박이인 그녀가 고향을 떠나 낯선 이국땅으로 올 수 있던 데는 혼자 살아 보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한국인 사이에 섞여 있을 때도 그녀는 자신이 외국인이라는 인식을 별로 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곳에 와서 ‘좋은 인연’도 많이 만났다. 지난 5월에는 ‘미루카레’의 첫 손님이기도 했던 주얼리 디자이너가 <지금, 인연이 시작됩니다>라는 제목으로 이곳에서 전시를 했다. 그 디자이너는 전시 팸플릿에서 다카미 가나코 씨와의 첫 만남을 이렇게 기록했다.

“통유리 안으로 보인 숍은 그저께 본 <카모메 식당>의 하늘색 분위기가 그대로 있었다.(중략) ‘아직 오픈 전이지만 들어오셔도 돼요.’ 예쁘지만 단단하게 보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들어가는 순간 맛있는 냄새가 영화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명란젓이 들어갔다는 빵을 싸 주고는 ‘첫 손님이에요. 커피 드시고 가실래요?’라고 물어본다.”

이런 특별한 인연은 미루카레의 일상을 기록한 사진전으로 이어진다. 그녀는 아침 7시에 일어나 빵 구울 준비를 한다. 굉장히 독특하다는 평을 받는 빵들은 대부분 자신이 먹고 싶거나, 지인들에게 특별히 선물하기 위해 만들던 빵들이다.

“이미 상품화되어 있는 빵이 아닌, 그 사람만을 위해 만든 빵이니 특별하잖아요? 그 빵을 받고 ‘맛있다’ ‘고맙다’는 사람들을 볼 때 행복해요.”

사람들이 이 작은 빵집에 열광하는 이유는 ‘당신을 위해 만든 특별한 빵’이라는, 빵에 대한 열정과 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사진 : 신규철
  • 200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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