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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맥주 생산지가 된 ‘중국 속 유럽’ 칭다오(靑島)를 가다

장미를 닮은 도시 하나를 발견했다. 아일랜드 출신 여가수 엔야(Enya)가 부른 ‘China Roses’처럼 안개 속에 폭 싸여 있는 그 도시에서는 유독 장미꽃 빛깔만 안개를 뚫고 시야에 잡히곤 했다. 어찌나 안개가 짙게 끼는지 신호등 바로 건너편 건물의 등허리까지 내려와 앉곤 한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약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중국 산둥성(山東省)의 해안도시, 칭다오다. 중국 내에서는 ‘중국 속의 유럽’, ‘동양의 나폴리’라는 애칭으로 불릴 만큼 이국적인 색채를 지녔다. 총면적 1만654㎢로 주로 해안가를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되어 있고, 연평균 기온이 섭씨 12.2℃를 넘나들어 쾌적하다.
중국 속 유럽이라고 불리는 이유

샤오어산에서 바라본 칭다오 시내 풍경.
노을 질 무렵, 잔차오(칭다오 맥주의 라벨에 그려져 있는 다리)에 서면 어김없이 중국의 전통 악기인 얼후 타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그 까닭에 ‘아, 이곳은 중국이지?’라는 정체성을 확인하곤 했다. 중국에서 ‘칭다오’는 산과 바다를 끼고 있는 깨끗한 휴양 도시, 도교의 발생지인 역사 도시로 인식되고 있다. 2003년에는 중국에서 가장 환경이 깨끗한 도시로 선정돼 ‘중국인 거주환경상’을 받기도 했다. 중국 밖에서 칭다오는 단연 ‘칭다오 맥주’로 더 유명한 도시가 아닐까. 그러나 ‘칭다오 맥주’는 알아도 칭다오라는 도시는 낯설어 하는 사람이 많다. 최근엔 한국 교민들이 많이 진출한 산업도시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타이동의 맥주거리가 시작되는 곳으로 만남의 장소다.
지금은 세계적인 맥주 브랜드, 칭다오 맥주의 고향이지만, 불과 120여 년 전 이곳은 평범한 어촌 마을에 불과했다. 1898년 독일이 자오저우만을 조차하기로 조약을 체결한 이래 이 도시는 서양문화와 만나고 융합하면서 발전해 왔다. 중국의 옛 건축양식과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독일, 영국, 일본식 건축물, 현대적인 건축물이 조화를 이뤄 이 도시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중국의 역사를 압축해서 느낄 수 있다.

맥주의 연원은 서양이지만, 이제는 중국뿐 아니라 동양의 여러 국가들이 모국의 풍미에 어울리는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는 옌징 맥주를 비롯해 2000여 종의 지역 맥주가 생산되지만 전국구 맥주는 ‘칭다오 맥주’ 가 유일하다. 칭다오 맥주는 중국을 제패(?)했을 뿐 아니라, 해마다 여름에 열리는 ‘세계맥주축제’를 통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일본 공중파 방송인 도쿄 TV는 2004년 칭다오 맥주를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선정하기도 했다.

(左) 맥주박물관 입구.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맥주공장을 리모델링했다.
(右) 맥주 바의 2층 테라스(위). 공장에서 갓 실어 온 신선한 맥주(아래).

칭다오맥주박물관에서 보는 식민지 역사

칭다오 맥주 라벨 모양의 조명 장식.
칭다오 맥주의 역사는 독일의 조차지 시절인 1903년, 중국 최초의 맥주회사로 시작됐다. 칭다오 맥주의 역사는 칭다오의 역사이자 중국 근현대사의 단면을 보여준다. 칭다오맥주문화사 100년을 총결집한 공간이 2003년 칭다오 맥주 100주년을 기념해 등저루에 세워진 ‘칭다오맥주박물관’(이하 박물관)이다. 맥주 생산라인까지 볼 수 있는 맥주박물관은 칭다오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칭다오 맥주 맛의 비밀을 찾아 박물관에 갔다. 붉은색 벽돌의 박물관 건물은 100여 년 전 건물을 내부만 리모델링한 것. 전시장 면적은 무려 6000㎡(1815평)으로 100여 년 전 칭다오의 역사와 문화, 당시 사용했던 맥주 생산설비, 생산현황, 생산과정 등을 사진자료와 실물을 통해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인류가 처음 맥주를 마시게 된 기원과 역사, 맥주의 종류, 출시 맥주들도 시대순으로 볼 수 있다. 맥주가 발효되는 저장소와 술통이 빼곡히 자리 잡은 공간 안으로 들어서면 독일 마을에 와 있는 게 아닌가 착각을 일으킨다. 공장 설립 초기에 사용했다는 독일 지멘스 사의 모터는 지금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에는 현재 생산 중인 칭다오 맥주를 시음할 수 있는 맥주 바가 마련되어 있다. 관람객이 가장 열광하는 곳. 바로 옆 칭다오 맥주 공장에서 갓 뽑아 온 맥주라 인기가 많다. 맥주 바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할 수 있는 곳이다.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마치 술에 취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이벤트 존 드렁큰 바에서는 모두 ‘술의 신’이라도 된 듯 즐거워한다. 또 요즘엔 칭다오 맥주병에 즉석에서 찍은 사진(개인 혹은 가족, 친구 등)으로 만든 ‘자신만의 라벨’을 부착하는 게 인기다.


독일의 맥주 기술과 라오산 광천수의 만남

칭다오 맥주 맛의 비밀은 오래된 독일의 원천기술과 맥주 장인의 대거 이주, 해발 1132m의 라오산에서 나는 광천수가 빚어 낸 절묘한 만남에 있다.

독일 식민지 지배자들은 라오산의 광천수가 맥주를 만들기에 맞춤이라는 것을 간파한 후 본토의 맥주제조기술을 도입한 ‘독일맥주회사’를 설립했다. 독일 현지의 맥주 장인들이 장비를 가지고 대거 이주해 왔는데, 칭다오 맥주가 세계 최고로 꼽히게 된 이유다. ‘라오산’은 진시황제가 영원히 늙지 않는 ‘불로초’를 구해 오라며 사절단을 파견한 곳으로, 태산·황산과 함께 중국의 5대 산에 꼽힐만큼 명산이다.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황제가 천제를 지내는 ‘태산도 라오산만큼은 못 하다’라는 말이 전해질 정도이니 그 명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라오산을 감싸듯 도시를 아우르는 바다는 칭다오만의 풍경으로, ‘동양의 나폴리’라는 별명을 갖게 했다.

라오산의 한 마을. 깨끗한 광천수와 녹차로도 유명하다.
칭다오 맥주가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신선도다. ‘칭다오 시민은 1주일 안에 생산된 맥주, 중국 전 국민은 한 달 내 생산된 맥주를 마실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맥주박물관이 들어선 거리는 이름이 아예 ‘맥주 거리’다. 다양한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맥주를 마시는데, 취해서 휘청거리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맥주 거리에는 옛 독일식 건축물과 중국의 전통 건물이 혼재해 있다. 한 손엔 맥주, 한 손엔 양꼬치를 든 그들의 모습에서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식당에서 물 대신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에는 저녁마다 우리네 포장마차처럼 맥주를 파는 바(bar)가 들어선다. 해질 무렵부터 밤 10~11시까지 영업하는 바로, 동네 사람들이 슬리퍼를 신고 와서 한잔하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칭다오 맥주를 맛깔스러운 안주를 곁들여 마시고 있으면 할아버지가 나타나 바이올린을 켜 주기도 한다. 팁으로 1위안 정도 주면 기뻐한다.

칭다오 시민이 가장 아끼는 제1경인 잔차오.
요즘엔 ‘아시아 맥주 투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삿포로 맥주를 통해, 어떤 이들은 칭다오 맥주를 통해 도시를 기억하는 것이다. 맑고 순하고 쌉싸래한 한 잔의 맥주 안에는 누군가와 함께한 추억이 담기기 마련인지라, 그 맛은 평생을 가기도 한다. 칭다오 맥주는 칭다오에서 마셔야 제맛이고, 특히 한여름 밤 노천카페에서 양꼬치 하나를 입에 물고 즐겨 봐야 그 맛을 알 것이라고 협박(?)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여유롭고, 평화롭고, 또 로맨틱하기 때문이다.

이규철(다큐멘터리 사진가)


▣ 칭다오의 명소들

칭다오맥주박물관 86-532-8383-3437
museum@tsingtao.com.cn


등저로 56번지에 있다. 205, 217, 222, 604, 15 등 버스를 타고 연안일로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중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칭다오 맥주는 현재 40여 개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브랜드. 매년 8월 중순에는 맥주박물관과 칭다오 시내 곳곳에서 국제맥주축제가 열린다.

[축제문의]
중국국가여유국 02-773-0687 www.cnto.or.kr




칭다오 맥주 라벨의 주인공 ‘잔차오’

칭다오 맥주 라벨 속 그림에 등장하는 다리. 1891년 유럽 열강의 침입에 위협을 느낀 청나라가 해군의 화물기지로 건설한 다리로 500여m인데, 바다 속으로 걸어 들어갈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해질 무렵 가면 칭다오의 야경과 바다 풍경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



진시황제가 찾았던 ‘라오산’

칭다오 시내 중심에서 동쪽으로 40km 떨어진 라오산은 ‘태산이 높다 해도 라오산만 못 하다’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며 도교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태청궁, 태평궁의 도교사원을 둘러보다 보면 우리의 태극 문양과 도교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의문을 품게 된다. 우리에게는 불로초를 찾아오라는 진시황의 이야기가 담긴 산으로 알려져 있다. 칭다오 시내에서는 라오산 ‘1일 투어’ 프로그램이 여행사마다 마련되어 있다. 라오산도 절경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라오산 주변의 녹차를 재배하는 마을이 인상적이었다. 라오산을 뒤로하고, 바다를 앞에 두고 있는 라오산 녹차 역시 명성이 높다.





칭다오의 가장 아름다운 골프&리조트, 캐슬렉스 칭다오

칭다오는 해양성 기후로 계절에 상관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골프를 칠 수 있다는 점 또한 휴양도시로서의 매력 중 하나다. 최근엔 리조트 시설까지 갖춘 캐슬렉스가 단연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 정부와 사조그룹이 합작해 건설한 골프&리조트, ‘캐슬렉스 칭다오’는 칭다오 공항에서 1시간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다.
264만4640㎡의 대지 위에 36홀의 코스를 즐길 수 있고, 호수를 넘겨 그린에 공을 올려야 하는 파3홀, 계곡 위로 날아가는 볼 등 한국의 골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촬영협조] 캐슬렉스 칭다오
86-532-8333-0044 www.castlexgc.com


‘샤오어산(小魚山)’

칭다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원으로, 해발 60m의 팔각형 삼층 누각에 오르면 100여 년이 넘은 독일식 건축물의 붉은 기와와 연노랑색 집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중국 속의 유럽’이라는 수식어가 실감나게 하는 곳.


해안가를 일주하는 황금노선

칭다오는 중국에서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로맨틱한 곳으로 유명하다. 사계절이 뚜렷하지만 1월 평균기온이 13℃, 8월 평균기온은 25℃로 쾌적해 관광 휴양지로 사랑받고 있다. 해수욕장이 많지만, 시간이 부족하면 칭다오의 황금 해안노선 버스를 타고 해안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황금노선 버스는 칭다오역에서 오전 7시경부터 출발해 중원해상(中苑海上) 광장, 잔차오, 삼림공원, 백화원(百花苑), 영빈관, 기독교당 등 주요 관광지를 거친다.
  • 2009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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