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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강에서 직접 잡은 민물고기로 끓인 매운탕

만화 食客이 찾은 맛집 (13) ‘소양강 민물매운탕’ 양준석 대표

서울 한복판에 소양강에서 직접 잡은 민물고기로 매운탕을 끓이는 식당이 있다. 하월곡동에 있는 ‘소양강 민물매운탕’. 만화 《식객》에는 ‘천렵’(물고기사냥, 하천이나 개울에 나가 민물고기를 잡는 것) 이야기가 길게 나온다. 이 취재 소스 대부분은 16년째 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양준석 대표에게서 나왔다. 양 대표가 소양강에 고기 잡으러 갈 때 허영만 화백이 동행 취재했다 한다.
식당 수족관 앞에서 크게 웃고 있는 양준석 대표.
‘소양강 민물매운탕’ 앞에 도착하자 간판에 ‘주인직송’이라고 촌스럽게 쓰인 글귀가 들어온다. 수족관에 있는 은빛 피라미들이 오후의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그날 새벽 소양강에서 건져 올린 피라미들이라고 했다. 빠가사리, 돌무지, 모래무지들도 느리지만 힘있게 헤엄쳐 다녔다.

이 식당은 치장이 없다. 새파란 간판에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 상호,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낡은 주방, 허름한 인테리어. 비닐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과 수족관을 격식 없이 왔다 갔다 하는 양 대표는 오로지 맛에만 집중한다. 손님이 주문하면 직접 잡아 온 민물고기를 수족관에서 망으로 건져 올려 즉석에서 매운탕을 끓여 내는 게 이 식당의 철칙이다.

충남 조치원이 고향인 양 대표는 허영만 화백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땐 그 양반이 그렇게 유명한지 몰랐지유. 박영석 대장은 고봉 등정을 하고 나면 꼭 한 번씩 다녀 가셨거든유. 박영석 대장 소개로 왔다드만유. 《식객》에 나가고 나서 민물매운탕이 대중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녀유. 전에는 꼭 드시는 어르신만 드셨는디, 이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 와유. 젊은 여자들끼리 오는 분도 꽤 있구만유.”

이 집의 가장 유명한 메뉴는 ‘잡어 매운탕’. 메기와 송어, 산천어는 양식이기 때문에 이 집만의 진미를 맛보려면 피라미, 빠가사리, 모래무지와 돌무지 등을 넣어 끓여 내는 잡어 매운탕을 시켜야 한다. 고백할 게 있다. 기자와 동행한 사진기자는 둘 다 민물매운탕에 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다. 기자는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 때문에 한 번 먹고는 기피음식으로 치부해 버렸다. 사진기자는 “선배, 저 오늘 힘들 것 같아요. 비위가 약해서 민물매운탕 못 먹어요”라고 선언했다.

양준석 대표가 매운탕을 직접 끓이는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봤다. 수족관에서 건져 올린 잡어들을 빨간 양동이에 담아 와서 주방에서 손질했다. 내장을 빼고 비늘을 긁어 냈다. 그래야 비린내가 덜 나고 식감이 부드럽다고 한다. 손질한 고기는 흐르는 물에 서너 번만 씻는다. 너무 많이 씻으면 특유의 향이 달아나기 때문. 맹물에 무우와 삶은 배추를 넣고 팔팔 끓으면 밀가루를 묻힌 민물고기를 넣고 참게, 민물새우도 함께 넣는다. 밀가루를 묻혀야 비린내가 없어진다고 한다. 먼저 육수를 만들어 끓이는 집이 많지만 맹물로 끓여야 깔끔하다는 게 양 대표의 설명이다. 그 다음 다대기를 넣는다. 이 다대기에 흉내 낼 수 없는 비법이 있다.

“누가 끓여도 맛이 변하지 않도록 이렇게 다대기를 대, 중, 소 사이즈별로 한 번 끓일 양을 나눠서 담아 놔유. 이게유,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엄청 연구해서 찾아낸 맛이에유. 된장, 고춧가루, 집간장 등을 넣는데, 고추장은 안 넣어유. 들쩍지근하거든유.”

탕이 팔팔 끓으면 수제비를 떼어 넣고 파와 다진 마늘을 넣고, 마지막으로 다진 고추, 미나리, 새송이버섯, 팽이버섯을 올려 낸다. 깻잎은 향이 강해 어떤 고기를 먹어도 깻잎 맛밖에 안 나기 때문에 안 넣는다고 한다.


어릴 적 기억으로 민물매운탕 만들어

투철한 직업의식을 발휘해 용감하게 맛을 봤다. 일단 국물에서는 비린내가 안 났다. 깊이 있는 진한 맛이었다. 그러면서도 깔끔했다. 양 대표가 왜 맹물로만 끓였는지 알 것 같았다. 민물고기들이 워낙 기름져 국물 위로 기름이 둥둥 떴다. 양 대표 추천대로 피라미를 먼저 먹었다. 살점이 부드러워서 젓가락으로 제대로 집을 수 없을 정도였다. 담백했다. 덤으로 넣어 준 메기에서는 메기 특유의 흙내가 나긴 했지만 빠가사리, 모래무지 등의 맛도 거부감 없었다. 고문당하듯 맛을 보던 사진기자도 주는 대로 다 받아먹었다. 먹다 보니 한 마리도 안 남았다.

“거봐유. 일단 맛을 보시라니께유. 이게 또 영양식이에유. 이거 드시고 입맛 찾았다는 어르신들 여러분 계셔유. 보양식으로도 그만이라니께유. 지금이 고기가 젤루 맛있을 때에유. 낙엽 떨어질 때부터 봄까지가 제일 맛있거든유. 여름에는 물이 뜨듯해서 육질이 푸석하고, 겨울에는 차니까 육질이 단단하지유. 모든 생선이 다 마찬가지구만유.”


그는 3~4일에 한 번씩 고기를 잡으러 간다. 강원도 춘천의 소양강에 가장 많이 가고, 원주 근처 섬강으로도 간다. 식당 문을 닫고 정리한 후 새벽에 떠났다가 정오 안에 돌아온다고. 예전에는 아내, 아이들(고등학생, 대학생인 두 아들)과 종종 함께 갔으나 이젠 지겨워하며 동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혼자 가면 심심하겠다고 하자 이런 답이 돌아온다.

“심심할 시간이 워딨슈. 새벽에 강에 가서 떡밥을 발라 놓은 비닐 어항을 설치하고 한 시간 후로 알람을 맞춰 놓고 잠을 자유. 알람 울리면 일어나서 어항에서 고기 꺼내고 또 새 어항 넣구. 을매나 바쁜데유. 고기가 많은 데유? 척 보면 느낌이 와유. 모랫 바닥에는 고기가 안 살아유. 잔돌 있는 데나 바위 밑에 많어유. 너무 깊어도 고기가 안 살지유. 또 암만 고기가 많다고 해도 똑같은 데를 세 번 가지는 않아유.”

그의 손바닥에는 지문이 없다. 어항 놓을 때 바닥을 긁느라 지문이 다 사라졌다 한다. 장갑을 끼면 감각이 둔하기 때문에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혹한에서도 맨손으로 작업한다. 초가을부터 늦겨울까지는 손바닥이 곪아 있다 한다.

양준석 대표는 15세에 혈혈단신으로 상경했다. 한 살 때 아버지를 여의면서 어머니 혼자 삼형제를 키우느라 가족들은 배고픔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서울에서의 첫 직장은 종로에 있는 맞춤 양복점. 당시에는 맞춤 양복이 활황이라 ‘저 기술을 배워 두면 밥은 굶지 않겠다’ 싶어 택한 길이었다. 하지만 기성복 시대가 열리면서 설 땅을 잃었고, 이 동네로 이사와 포장마차를 열었다. 부지런하고 손맛이 좋아 손님이 많았다. 몇 년 후엔 바닷고기 매운탕으로 품목을 바꿨고, ‘어릴 때 개울에 놀러 다니면서 어항을 잘 놨으니, 이걸 한 번 살려 보자’ 해서 민물매운탕으로 바꿨다.

식당이 유명해지자 동업하자는 사람이 많단다. ‘내 돈과 당신의 기술로 큰 식당 한번 열어 보자’고 제안하는 것. 하지만 그는 지금 이렇게 사는 게 ‘딱’ 좋단다.

“수시로 맑은 물 보고 땅 밟고 사니까 을매나 좋아유. 바쁜 게 습관이 됐지유. 그렇게 먹는 거 좋아해도 여태 살쪄 본 적 없어유. 단골 손님들이 와서 ‘역시 이 맛이야’ 하면 그보다 행복한 게 없다니께유.”

사진 : 김선아
  • 2009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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