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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해서 매혹적인 것을 그린다

베를린영화제 초청받은 20대 영화감독 정지연

단편영화 <봄에 피어나다(Blooming In Spring)>(20분, 35mm)를 만든 정지연 감독(25)은 2월 초 베를린으로 떠난다. 〈봄에 피어나다〉가 베를린 국제영화제의 청소년 영화 섹션인 ‘제너레이션 14플러스’(Generation 14PLUS) 부문에 초청되었기 때문이다. ‘제너레이션 14플러스’ 섹션은 청소년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수상작을 고르는 경쟁 부문으로 크리스털 곰상이 수여된다고 한다. <봄에 피어나다>는 몸에서 냄새가 난다며 음식을 거부하는 여고생 연아의 이야기다. 같은 반 반장 성은, 단짝 민영과 친구들이 연아에게 억지로 밥을 먹여 학교를 나오지 않게 된 후 일어나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평범한 여자 아이가 겪는 내적 고민을 관찰하고 추적하는 느낌으로 접근했어요. 아주 작은 부분을 환기하고 싶었는데, 성장영화나 여성영화의 틀에 갇히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 작품은 ‘2008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에 상영됐고, 대한민국 대학영화제에서 대상,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집행위원회 특별상을 탔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되었다는 연락을 촬영장에서 받았어요. 그때는 특별한 느낌이 없었는데, 혼자 있으니 실감이 났어요. 영화제 후 영화 〈비포 선 라이즈〉의 무대인 오스트리아의 빈을 찾을 생각에 요즘 들떠 있지요.”

빈은 언젠가 꼭 가 보고 싶은 곳으로 점찍어 두었던 장소다.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처럼 묘한 분위기를 품고 있는 동유럽의 음울한 분위기가 좋아 동유럽 여러나라를 느끼고 싶었다고 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갓 졸업한 20대 여성 감독. 그녀의 영화 인생도 지금 ‘비포 선 라이즈’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중·고등학교 때까지는 새치름하고 폐쇄적인 스타일이었다”고 말한다.

“사춘기 시절 고민이 내면과 부딪히면서 영화로 표출되는 것 같아요. 제 내면이 차갑기 때문인지 왠지 다정하고 예쁜 이야기보다는 냉정함 속에 감춰진 따뜻함에 끌려요.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피아니스트>처럼.”

그는 <피아니스트>(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와 <퍼니 게임>으로 영화 역사상 가장 사디스틱한 작가로 불리는 미카엘 하네케 감독에게 끌린다고 한다.

“<피아니스트>에서 여주인공은 자학하면서 버팁니다. 그녀의 내면이 낯설면서도 알 것 같아요. 하네케의 영화는 빼놓지 않고 봤어요. 직접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옷에 사인을 받고, ‘이런 팬이 한국에도 있어요’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이마무라 쇼헤이, 이안 감독도 좋아한다. 이제 그녀도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되었는데, 영화감독들에 대한 존경심이 남다르다. 초등학교 때부터 클래식 음악과 오페라를 좋아했던 그녀는 중학교 때 성악과 바이올린을 배웠다.

“음악은 너무나 숭고하고 열정적인 예술이라 생각했어요. 음악을 듣고 노래하는 것도 좋아했지만,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다른 길을 가야한다고 스스로 인지시켰죠.”

부산내기인 그녀는 고등학교 때 친구가 다니던 연기학원에 우연히 놀러 갔다가 영화와 연극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친구가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에 출연하고 있는 정인지. 그녀도 7개월 정도 학원에서 연기 공부를 했다.

“영화보다 디카프리오 같은 영화배우를 좋아했어요. 그러다 ‘영화는 어떻게 만드는 걸까?’ 궁금해지기 시작했지요.”

부산의 남포동 자리가 지금처럼 번화하지 않던 시절, 그녀는 학교가 끝나자마자 영화관에 달려가 하루에 두 편씩 영화를 봤다. 그리고 영화 전문잡지를 사 모으면서 고전 영화에도 눈뜨기 시작했다.

배우가 되겠다든가, 감독이 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 없이 무슨 일이건 영화와 관련된 일을 꼭 하고 싶다는 꿈을 안고 그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에 진학했다. 이창동, 박광수 감독을 스승으로 만난 것은 그녀에게 행운이었다. 두 스승에게 배운 건 영화를 만드는 자세였다. 그들은 제자들에게 부딪치고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감독과 배우를 겸한 한국 영화의 기대주

<숭고한 방학>.
“영화 한 편이 개봉되기까지 정말 지난한 과정을 거치거든요. ‘상영하지 못하더라도 개의치 않겠다, 내가 찍고 싶은 것을 찍을 거야’라고 늘 마음을 다집니다.”

스물한 살 때 그녀는 16mm 단편 무성영화 <달콤, 쌉싸름>을 처음 내놓았다. 열 살 무렵 자신의 이야기라고 한다. 그녀는 언니와 동생 틈에 낀, 자아가 매우 강한 둘째다. 내면에는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득시글거리는데, 아무것도 표현하지 못하고 외로움을 심하게 탔다. 그녀는 그것을 ‘새침한 노출욕’이라고 고백한다. 이 느낌이 구체화된 영화가 <봄에 피어나다>이다. 그 후 평범한 여자애가 까칠하고 예민한 아이와 친구가 되는 과정을 담은 <두 번째 세상>(20분), 술집에서 만난 남녀가 슈퍼마켓에서 우연히 마주쳐 골목길에서 듀엣으로 노래를 부른다는 <듀엣>(10분), 또래 남자에게 느끼는 답답함과 또래 여자들에게 느끼는 여우 같음을 담은 <숭고한 방학>(30분) 등을 연출했다.

<듀엣>.
코닥의 지원을 받은 <봄에 피어나다>를 제외하면 영화 제작에 드는 모든 비용을 부모님이 지원해 주셨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봄에 피어나다>가 상영되자 부모님이 제일 기뻐하셨다. 괜스레 민망해서 제발 자랑하지 말라고 부탁했는데도 부모님은 친구들과 함께 보러 와 주셨다고 한다. 그때 ‘이렇게라도 보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단다.

요즘 그녀는 감독이 아닌 배우로 독립장편영화 <나는 곤경에 처했다!>(소상민 감독)의 여주인공 유나 역을 맡아 촬영 중이다. 20대 직장 여성인 유나가 결혼과 남자친구 때문에 겪는 고만고만한 고민을 담고 있다. 2007년 〈동결〉이란 작품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이걸 본 감독이 캐스팅했다고 한다. 영화 연출뿐 아니라 연기에도 관심이 많아 즐겁게 작업 중이다.

“배우를 하면서 입장 바꾸어 생각하는것을 배우고 있어요. 제 생각으로는 감독이 조금 더 힘들지만요(하하). 배우 입장이 되고 보니 연출할 때는 몰랐던 점을 많이 배울 수 있어요. 배우에게 충분히 설명했다고 믿었는데 연기하는 쪽에서는 갑갑해할 수도 있겠다는 것, 여배우들의 고민을 읽을 수 있지요. 저도 화면에 예쁘게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봄에 피어나다>.
이제 20대 중반인 그녀. 그녀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더니 “지금, 여기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다”고 한다. ‘단편영화는 그 나라 영화의 미래’라는 말이 있다. 한국 영화의 기대주로 꼽히는 그녀이기에 그 가슴속에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하네케는 예술가를 “사회의 상처 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고 소금을 바르는 존재”라고 말한다. 그녀가 앞으로 손을 대 발라 줄 것들이 무엇인지 기대가 인다.

사진 : 김진구
촬영협조 : 리스토란테 삐우 02-510-5555
  • 2009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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