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주메뉴

  • cover styory
  • focus
  • lifestyle
  • culture
  • human
  • community
    • 손글씨
    • 1등기업인물
    • 나도한마디
    • 기사제보
  • subscription

제가 개발한 장미가 유럽인들에게 인기래요

한국 최초로 로열티 수출하는 장미 만든 경기도농업기술원 이영순 연구사

현대사회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지적재산권. IT 분야뿐 아니라 농업, 그중 화훼산업에도 지적재산권이 중요한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꽃을 재배하려면 꼬박 꼬박 종자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06년 우리나라는 꽃 재배를 위해 124억 원이 넘는 로열티를 외국에 지불했다. 이 중 장미 한 품목의 로열티가 전체의 절반이 훌쩍 넘는 76억 원에 달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이제 장미 로열티를 받는 나라로 전환시킨 사람이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장미를 연구해 온 이영순 연구사. 그녀는 ‘그린뷰티’라는 이름의 장미를 개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꽃의 나라’ 네덜란드를 포함해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에 로열티를 받고 장미 종자를 수출한다. 경기도 화성,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이영순 연구사를 만났다.

“첫 교배가 1999년에 시작됐으니 ‘그린뷰티’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까지 10년 가까이 걸렸네요. 장미 품종 개발은 ‘이런 장미를 만들 거야’라고 정해 놓고 시작하는게 아니에요. 장미는 잡종성이 강해서 교배 작업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과 색깔들이 나옵니다. 어떤 장미가 나올지 모르니 교배를 거듭하면서 상품성 있는 것을 고르지요. 그린뷰티도 이렇게 다양한 품종을 만들어 내기 위한 작업 중에 탄생했습니다.”

그린뷰티가 처음 세상에 나온 것은 2000년이었다.

“그때 함께 개발한 장미 중 그린뷰티는 눈에 띄게 화려하거나 튀지 않았어요. 다른 장미들이 훨씬 더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죠. 첫 종자가 나오고 2년에 걸쳐 개량작업을 거친 후에야 장미로 봐줄 만 했습니다. 그때가 2003년이었죠. 늦된 친구지요.”

처음에 그는 그린뷰티를 자신 있게 내놓지 못했다고 한다.

“꽃이나 원예작물은 국립종자원에 등록해야 하나의 품종으로 인정받습니다. 비로소 생명이 생기는 거죠. 그런데 그린뷰티는 자신 있게 등록할 수 없었어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영 시원찮았거든요. 강렬한 이미지의 다른 장미들과는 전혀 다른 모
습이었으니까요. 보통 장미는 꽃잎이 길고 꽃잎 끝이 뒤로 동그랗게 말립니다. 그런데 얘는(그린뷰티) 꽃잎이 짧고 통통하죠. 색깔도 보통의 장미와는 전혀 다른 초록색이고요. 주변 사람들이 ‘요즘 장미는 포기하고 양배추를 연구하느냐?’고 했을 정도였습니다. ‘이게 정말 장미가 맞느냐’며 툭툭치는 사람도 있었고요.”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했지만, 이영순 연구사는 “그 독특함 때문에 더 관심이 갔다”고 한다. 2005년, 그는 이 양배추 같은 장미에게 ‘그린뷰티’라는 이름을 주고, 국립종자원에 국산 장미로 등록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화훼농가들이 철저히 외면했다. 이영순 연구사는 그린뷰티가 세상에 나온 과정을 ‘미운 오리 새끼’로 표현했다.

“우리나라 화훼농가에서는 한국 품종의 장미를 신뢰하지 않아요. ‘장미는 유럽산처럼 화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죠.”


외면 받던 ‘미운 오리 새끼’ 장미가 유럽 바이어 눈에 들어

그린뷰티는 꽃잎도 짧고, 모양도 통통하다.
색깔도 보통 장미와는 전혀 다른 초록색이다.
2005년, 그는 이 양배추 같은 장미에게 ‘그린뷰티’라는 이름을 주고, 국립종자원에 국산 장미로 등록했다.
2007년 5월, 미운 오리 새끼 ‘그린뷰티’는 우리나라에서 열린 장미평가회에 나갔다. 어떻게든 ‘그린뷰티’를 알리고 싶은 마음에 내보낸 것인데, 그게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바이어들이 ‘이렇게 신기한 꽃도 있느냐’며 ‘유럽 시장에서 통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해외 진출을 적극 권했어요.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희망이 보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외국 원예육종 회사를 상대로 한국 꽃을 마케팅하던 정명수 씨를 만날 수 있었다.

“우리 같은 연구원들은 마케팅이나 수출, 이런걸 잘 몰라요. 정명수 씨는 그 방면에서 한국 최고의 바이어죠. 우리에겐 행운이었어요. 정명수 씨가 ‘유럽 사람들이 그린뷰티를 좋아할 것 같다’며 힘을 실어 주었어요.”

2007년 8월, 정명수 씨 등 바이어들의 도움을 받아 그린뷰티의 해외진출이 시작되었다. ‘그린뷰티’를 포함, 이영순 씨가 개발한 장미 품종 네 가지를 케냐로 보냈다. 케냐는 유럽 화훼기업들이 대량으로 꽃을 재배해 유럽으로 들여가는 일종의 ‘꽃 허브’다.

“걱정이 앞섰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그 중에서도 그린뷰티가 단연 돋보였죠. 한국에서 생육실험을 할 때는 50~60cm 정도 크던 장미나무가 케냐에선 토양과 일조량 때문인지 70~80cm까지 자랐어요. 다른 장미들에 비해 재배과정에서 생기는 꽃잎의 상처도 덜했고요. 또 한 그루에서 열리는 장미 수도 많았습니다. 유럽의 바이어들이 주저 없이 선택하더군요. 케냐에서 생육실험을 한 지 1년이 조금 지난 2008년 10월이었습니다.”

이렇게 그린뷰티는 한국에서 처음 수출하는 장미 품종으로 기록됐다. ‘그린뷰티’의 성공신화를 들으면서 ‘그린뷰티’를 세상에 내놓은 이영순 연구사에 대해 궁금해졌다.

- 어떻게 장미를 연구하게 되셨나요?

“대학에서 원예를 전공했는데, 저도 장미 연구사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오히려 어릴때 장미보다 ‘카라’를 더 좋아해서 카라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운이 좋았는지 대학 졸업 후에도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다가 덜컥 연구직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어요. 그리고 이곳으로 발령을 받으면서 ‘장미 연구’가 제 업이 된 겁니다.”

유럽 화훼기업 바이어와 수출상담을 하고 있는 이영순 씨(오른쪽)와 정명수 씨(가운데).
그녀가 장미 연구에 전념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농업진흥청 도시조경과에서 공기정화를 연구하는 동료이자 스승 같은 남편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편도 연구를 업으로 하고 있죠. 제 고민이 뭔지 때론 저보다 더 잘 알아요. 연구가 막힐 때면 남편에게 이론적인 도움을 받기도 해요. 그때마다 잘 설명해 줘서 큰 힘이 됩니다. 가끔 우스갯소리로 ‘당신하고, 나하고 연구 분야가 달라 서로 경쟁하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라고 하죠. 남편도 꽃을 연구했으면 경쟁심 때문에 집에서 한마디도 안 했을 텐데….”

이 때문인지 가족 중 가장 불만이 많은 사람은 아이들이라고 한다.

“다른 가족들은 보통 남편보다 아이들과 대화가 많은데, 남편과 저는 집에서도 연구소처럼 토론을 거듭하니까요. 그런 점에서 언제나 아이들에게 미안해요.”

사람들은 ‘그린뷰티’의 성공에 대해 “큰 성과를 올렸다”고 하지만 정작 그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한국에서 생산되어 유통되는 장미가 100여 종인데 이 중 한국산은 4~5종에 불과합니다. 150년 넘게 장미에 대해 연구한 유럽의 화훼기업을 금방 따라잡을 수는 없지만, 우리 손으로 만든 우리 장미를 화훼농가들이 선뜻 선택할 수 있을 때 ‘성과’를 얘기할 수 있겠죠.”

그의 목표는 세계 최고라고 인정받는 장미를 개발하는 것. ‘최고의 장미’에 한글이름을 붙여 한국 장미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 꿈이라는 말을 남겼다.

사진 : 신규철
  • 2009년 02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하단메뉴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김창기
편집인 : 김창기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성동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