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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향토 음식 대구간국을 재현했어요

만화 食客이 찾은 맛집 (11) 일식당 ‘송로’ 김영복 주방장

대구가 제철이다. 겨울 대구는 살이 알차면서도 쫄깃하고, 구수한 맛이 진해 살은 살대로 맛있고, 국물은 국물대로 제대로 맛을 낸다. 만화 《식객》에는 겨울 대구로 만든 대구간국이 소개된다. 《식객》에서 대구간국을 재현한 주인공은 여의도 일식집 ‘송로’의 김영복 주방장. 18년째 송로에서 일하고 있는 그를 만나 대구간국 개발 스토리와 맛내기 비법을 들어 봤다.
대구간국은 대구지리와 대구탕의 중간 성격을 지녔다 해서 ‘사이 간(間)’자를 써서 붙인 이름. 고춧가루를 약간만 넣어 불그스름한 대구간국은 고춧가루가 안 들어간 지리처럼 깔끔한 맛과 고춧가루를 듬뿍 넣은 탕 같은 시원한 맛이 절묘하게 조화돼 해장국으로 제격이다. 제철을 맞아 최근 송로에서는 대구간국을 찾는 손님이 부쩍 많아졌다. 점심 손님의 70%가 대구간국을 주문한다고 한다. 가장 맛있는 부위는 대구 대가리 부위. 만화 주인공처럼 생긴 김영복 주방장이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다.

“대구 대가리는 쫄깃한 식감도 그만이지만 국물 맛이 깊고 진하거든요. 이 맛을 본 고객은 꼭 대가리만 찾아요. 4~5kg짜리 한 마리에서 12인분 정도 나오는데, 대구 대가리는 한정돼 있잖아요.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줄 수 없어서 대가리는 3000원 더 비싸게 받아요.”

대구간국 1인분은 3만 원. 만만한 가격이 아니지만, 동해안에서 잡은 신선한 국산 대구만 고집해서 만드는 대구간국에 고객들은 기꺼이 이 돈을 지불한다. LG트윈타워 안에 있어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편인데도 점심엔 예약손님으로 꽉 찬다고 한다.

대구 대가리로 끓인 대구간국을 맛봤다. 보글보글 끓여 내온 간국에서 구수한 대구 냄새가 확 풍겼다. 국물에서는 흉내 낼 수 없는 오묘한 맛이 우러났다. 끓이는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본 기자는 속으로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었지만, 먹어 본 순간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아가미 옆 부분의 살점은 더할 수 없이 쫄깃했다. 동행한 사진기자는 “이런 대구 살은 처음 먹어 본다”고 말했다. 김영복 주방장의 말.

“옆에서 볼 때는 쉬워 보였죠? 육수에 비법이 있어요. 멸치와 다시마, 무에 신선한 바지락을 듬뿍 넣고 한 시간 반 정도 푹푹 끓여서 육수를 만들죠. 무엇보다 대구의 질이 맛을 좌우해요. 일반인은 이런 대구를 만나기 힘들 겁니다. 크기가 작으면 제대로 된 맛이 안 나요. 신선한 대구를 구하기 위해 새벽에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지요.”


국물 맛을 제대로 내려면 무 써는 법도 달라야

김영복 주방장은 ‘무 써는 비법’에 또 하나의 노하우가 있다고 말했다. 무는 대개 눕혀서 결대로 썰지만 그는 무를 세워서 들고 무의 중간에서 결의 직각 방향으로 쳐낸다. 쳐내다 보면 칼이 처음 닿는 부분은 얇고 뒷부분은 두꺼운데, 이 두께의 차이가 미묘한 맛의 차이를 낸다고. 이 방법은 힘이 많이 들고 위험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따라 하기 힘들다.

대구간국은 원래 부산의 향토 음식이다. 십 수 년 전 김영복 주방장이 요리사로 재직하던 시절, 부산이 고향이던 그의 스승이 메뉴로 처음 내놓았다 한다. 그가 주방장 타이틀을 단 8년 전부터 대구간국 향토의 맛을 되살리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고, 마침내 지금의 맛을 찾아냈다.

김영복 주방장은 10대 후반에 일식 요리의 세계에 처음 발을 디뎠다. 외식업계에 있는 삼촌을 따라 우연히 들어선 길에서 그는 인내와 끈기로 파고들었다.

“일식집에서 연탄불에 야키바(꼬치구이)를 굽는 일로 시작했어요. 새벽 4시에 일어나 연탄불을 살리는 것으로 일과가 시작됐죠. 정어리같이 기름 있는 생선을 굽자면 연기와 그을음 때문에 눈물, 콧물이 엄청 나요. 그런 과정을 참고 견뎠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야붕(스승)한테 많이 맞으면서 배웠어요. 이론에 약해서 몸으로 부딪히면서 배웠는데, 그게 요리의 감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지금 그는 요리를 보기만 해도 맛이 느껴지는 경지가 됐다. 초창기에는 요리할 때 일일이 간을 봤지만 지금은 간을 안 본단다. 재료를 넣으면서 빚어지는 음식의 맛이 단계별로 느껴진다고. 일식업계에서는 손꼽히는 요리사의 반열에 올랐지만 그는 요리 경진대회 수상경력이 없다. 출전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유를 묻자 “그런 쪽에 관심이 없어요. 제가 만든 음식을 손님이 맛있게 먹어 주면 더 바랄 게 없죠”라고 말한다.

송로가 문을 연 건 21년 전, 문을 연 지 3년 후부터 이곳에 몸담아 온 김영복 주방장은 송로의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송로의 단골손님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면서 그들의 식성을 하나하나 기억해 음식을 만들어 주고, 술잔을 주고받으며 애환을 함께 나눈다. 《식객》에 등장한 이후 유명 인사가 돼서 사인을 요청하는 고객도 있고, 함께 사진을 찍자고 청하는 고객도 있다고 한다.

전남 해남이 고향인 그에게 최대의 요리 라이벌은 여든 살 되신 그의 어머니다. 웬만한 요리는 보기만 해도 그 맛을 척척 재현해 내는 그이지만 어머니 손맛은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쉰다.

“요리에는 혼이 있는 것 같아요. 똑같은 재료로 똑같이 요리해도 그때그때 맛이 달라요. 그 차이는 결국 ‘정성’에서 나오죠. 어머니 음식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건 그 음식을 만들면서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기 때문이잖아요. 요리를 일이라고 생각하면 제대로 된 맛이 안 나요. 이 음식을 먹기 위해 일부러 찾아와 주신 고객 한 분 한 분을 생각하는 마인드가 맛을 좌우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사진 : 신규철


◎ 김영복 주방장식 대구간국 끓이기
1 다시마, 멸치, 무, 신선한 바지락을 넣고 1시간 30분 정도 팔팔 끓여 육수를 만든다.
2 대구를 토막 내고, 알, 곤이를 먹기 좋게 썬다.
3 냄비에 직각으로 쳐낸 무, 대구, 알, 곤이, 두부를 넣고 육수를 붓는다.
4 끓기 시작하면 고춧가루를 약간만 넣고, 다진 마늘, 소금간을 한다(센 불에 팔팔 끓이면서 거품을
   걷어낸다. 15분 이상 충분히 끓여야 대구의 진한 국물 맛이 우러난다).
5 얇게 썬 새송이버섯, 신선한 쪽파를 올려 먹음직스럽게 상에 낸다.
  • 2009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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