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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콘크리트 벽을 풀이 자라는 패널로 바꾸다

일본 최고의 장인 (31) 사토 도시아키 일본내추록 사장

일본의 수도 도쿄를 가로지르는 ‘수도고속도로’의 한 휴게소에 평상시의 두세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운집했다. 어린아이를 동반한 부부, 젊은 커플들이 휴게소의 고속도로 소음차단벽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자리다툼을 하고 있다. 트럭운전수들까지 휴대전화로 기념사진을 찍는다며 자리다툼에 가세한다. 이곳은 소음차단형 녹화 패널‘파레루 비오보드BOX’로 만들어진 소음차단벽 앞. 1998년, 2002년에 이어 올해도 굿디자인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 게 사람들의 흥미를 더욱 부추겼다.

이 소음차단패널은 화산암으로 만들어졌다. 설치한 후 따로 관리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숲을 이루는 특성을 지녔다. 이 점이 삭막한 콘크리트 속에 사는 도시민의 관심을 고조시켰다. 게다가 ‘일본의 미래를 바꿀 100인’으로 선정돼 명성을 얻은 화산암 장인 사토 도시아키(佐藤俊明) 씨의 25년 연구의 결정체라고 알려지면서 더욱 관심을 증폭시켰다.

지진이 많은 화산의 나라 일본은 화산암이 지천에 널려 있다. 후지산만 해도 대부분이 흙이 아닌 화산암으로 이루어졌고 그 위에서 수림과 생물이 서식한다. 그런 화산암을 이용해 파괴된 자연을 회생시키려는 것이 화산암 장인 사토 씨의 목표다.

‘비오보드(생물생식공간)’ 개념을 도입한 천연석과 콘크리트의 복합기술로 만들어진 이 화산암 패널은 설치 후 3개월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싹이 트고, 약 1년이 지나면 벽이 푸르게 변한다. 그 지역의 풍토에 맞는 녹화가 가능하도록 인위적으로 씨를 뿌리거나 가공하지 않는다. 자연의 힘으로 녹화가 진행되는 것.

화산암은 내부까지 스펀지 같은 구멍이 나 있어 석재 가운데 식물의 생육에 가장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수많은 미생물과 식물이 비바람을 맞으며 이 화산암 구멍 속에서 생식하는데, 시간이 경과하면서 비오보드가 형성되는 메커니즘이다. 이렇게 자연의 힘을 활용해 자연을 재생시키는 화산암 패널에 일본 정부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 패널을 ‘환경을 에너지화하는 비즈니스 베스트 30’에 선정했고, 국토교통성, 농림수산성 등을 비롯해 공공기관에서도 이미 도입했거나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강이나 하천의 콘크리트 제방을 화산암 패널로 덮는 작업을 검토하고 있다.

“화산암 패널이 세상의 인정을 받기까지 20년이 걸렸습니다.”

투박한 옷차림에 시종일관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박력 있게 말을 이어가던 그가 거친 손을 다소곳이 모은 채 던진 한마디다. 그동안의 고뇌가 주마등처럼 스치는지 순간 허공을 주시한다.

화산암 패널은 시공할 때 기존 구조물을 뜯어내거나 파괴하지 않고 그 위에 붙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녹화사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1㎡당 약 2만 엔. 민간 주택 등에 도입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부수적인 효과를 따져 보면 그렇지도 않다. 여름에는 대기 중의 습기와 열을 흡수해 외부열을 차단하고, 겨울에는 반대로 용암 내부의 수분을 발열해 건조를 막아 준다. 게다가 소음을 차단해 주는 효과와 제로에 가까운 사후 관리비, 그리고 자연스러운 경관미를 고려하면 절대 비싸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4반세기 동안 후지산 기슭에서 현무암과 격투해 온 그를 사람들은 ‘후지산의 바위 사나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는 서울의 청계천 복원에 대해 한마디했다.

“청계천 복원사업은 자연을 사랑하는 한국인의 선진적인 사고이자 훌륭한 결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연의 힘을 활용해 복원하려는 사고가 부족했던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청계천 복원 추진 당시 서울을 방문해 콘크리트와 돌로 만들어진 양측 벽면에 화산암 패널 부착을 제안했었다는 그는 “그때 설치했다면 지금은 자연의 생태계가 벽면에서부터 되살아나는, 초록이 어우러진 공간이 되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한다.

그의 화산암 패널은 환경선진국임을 자처하는 유럽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1994년 영국 맨체스터대학에 이어, 1999년 베네치아에서 개최된 국제회의 BIBM에서 <화산암을 복합한 환경제품>이란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해 과학적으로 인정받으면서 그의 존재를 전 세계에 알렸다. 그 후 국제학회를 비롯한 각종 단체에서 강연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그는 일주일에 5일은 도쿄 사무실에서 하루 16시간 가까이 일하고, 주말에만 가족과 연구시설이 있는 화산암 자택에서 지낸다.

소음차단형 녹화 패널로 만든 수도고속도로의 휴게소 벽면.

어릴 때 누비던 후지산 생각하며 연구

1981년 천연석과 콘크리트의 복합기술 연구를 시작한 그의 첫 작품은 1985년 후지산 6부 능선의 정비에 사용되었다. 이어 1995년에는 수상관저 입구 옹벽에 채용되었고, 그 후 국립공원, 하천, 도로, 주택 등을 비롯해 1만500군데 265만㎡를 덮기에 이르렀다. 그가 화산암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단순하다. 매일 바라보던 후지산 산록의 경관에 콘크리트 보호벽이 둘러싸이는 걸 보고 위화감을 느끼면서다. 그는 어떻게 하면 하얀 이빨을 드러낸 저 콘크리트를 뽑아낼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힌트는 아주 가까운 데 있었지요. 어렸을 때부터 내 집 대문처럼 드나들던 후지산의 나무바다(樹海)에서 찾았어요.”

후지산의 삼림이 화산의 분화로 만들어진 화산암 위에서 자란다는 것을 깨달은 것. 야마나시(山梨) 현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후지산 산록을 누비며 자유분방하게 자랐다. 그의 자연 예찬은 어린 시절부터 나타난다. 초ㆍ중학교 때 그린 그림들은 모두 후지산을 배경으로 한 풍경화다. 그는 추상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즐긴다. 종종 전철이나 승용차를 타는 대신 두 시간을 걸어서 집에 가기도 한다. 걸으면서 생각하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때문이란다. 그의 엉뚱한 행동은 종종 주위 사람들을 당황시킨다. 타고 다니던 자동차에 화산암 패널을 붙여 수풀로 가득하게 만들어 전시회에 출품하는가 하면, 음료수 자판기를 화산암 패널로 녹화시켜 주위의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그의 엉뚱하고 기발한 발상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동종업 사람들과는 교류하지 않습니다. 비슷한 생각을 하기 때문이지요. 의도적으로 저와는 다른 세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많이 교류합니다.”

뇌에 자극을 주기 위해 합창단에 들어가 활동하는가 하면, 패션쇼를 즐기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 일본을 대표하는 등산가 노구치 겐(野口健) 씨와 함께 ‘콘크리트 제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환경관련 프로그램에 단골 연사가 된 그가 추구하는 목표는 문명의 이기이자 인공물의 상징인 콘크리트로부터 자연경관을 되찾는 것.

“자연으로 가득한 22세기의 지구를 남기는 것이 제 인생 목표랍니다.”
글쓴이 염동호님은 경희대를 졸업하고 일본 호세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호세대 겸임 연구원으로《아시아의 금융위기와 시스템 개혁》(일본서적·편저)을 썼다.
  • 200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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