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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신불수 환자를 걷게 하는 인공근육 로봇 개발

일본 최고의 장인 (30) 고바야시 히로시 도쿄이과대학 교수

<2008년 국제복지기기전>이 열리고 있는 국제전시장 ‘도쿄 빅사이트’의 한 부스 앞이 유난히 북적인다. 입는 로봇 ‘머슬 슈트’와 ‘액티브 보행기’를 출품한 도쿄이과대학 고바야시 히로시(小林宏) 교수의 부스다. 최근 수년간 그의 부스는 출품하는 곳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

지난 24일부터 3일간 열린 이 행사에는 평일임에도 방문자가 12만 명이 넘어 주최 측을 놀라게 했다. 간호 및 재활치료 기기에 관심이 높다는 반증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미생물을 이용해 약 3시간 만에 배설물을 소실시키는 휴대용 화장실을 비롯해 최첨단 기술이 구사된 각종 복지기기가 선보였다. 일본 국내외 530개 사가 2만2000점을 출품한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끌었던 것이 바로 고바야시 교수의 ‘머슬 슈트’였다.

애니메이션의 거장 데즈카 오사무의 SF만화 <우주소년 아톰>에나 나올 법한 디자인의 ‘머슬 슈트’는 고바야시 교수가 개발한 공기압식 인공근육으로 움직인다. 무게 4kg의 머슬 슈트를 착용하면 20~30kg의 힘으로 80kg을 들어 올릴 수 있다. 게다가 전기나 모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수심 수백 미터까지 들어가도 안전하며 1분 만에 입고 벗을 수 있어 인간친화적 제품으로 호평을 받았다. ‘미래를 바꿀 33인의 과학자’에 선정되기도 한 고바야시 교수. 그가 개발한 인공근육을 사용한 로봇 ‘머슬 슈트’와 로봇 안내양 ‘SAYA’는 고교 영어 교과서에도 게재됐다. 관련 논문은 각종 학회의 최우수 논문상을 휩쓸었다.

‘머슬 슈트’는 누워 지내는 환자를 일으켜 간호해야 하는 간호사나 누워 지내는 환자 스스로 재활훈련을 할 수 있게끔 개발됐다. 모체에 부담을 주지 않고 우유를 짤 수 있는 ‘유축 로봇’과 상반신이 불편한 사람이 타인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음식을 입에 넣을 수 있는 ‘식사 지원 로봇’ 등 복지용 로봇도 그의 작품이다. 복지기기 연구의 선두주자로 3306㎡ 규모의 국내외 대형 세미나를 연간 10여 건 열고 ‘생활지원과 사회복지를 목표로 한 실용적인 로봇 시스템 개발’을 메인 테마로 13가지 테마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그의 연구실을 찾았다.

도쿄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그의 연구실은 대학원생 등 16명의 스태프를 중심으로 24시간 가동되고 있다. 테마가 로봇이라 칙칙한 분위기를 예상했는데 의외로 밝고 화기애애하다. 3차원 복사기 등 각종 첨단장비가 완비된 실험동은 웬만한 기업 연구실에 뒤지지 않는다.

그의 연구실 스태프 리스트에서 아주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비서로 등록된 ‘다카기 미호(高木美)’ 씨. 수십 가지 표정에 300단어를 이해하고 700가지 대답이 가능하다는 로봇 안내양 ‘SAYA’의 일본 이름이다. 도쿄이과대학 입학처의 안내양으로 데뷔하면서 SAYA는 일약 스타가 됐다. 각종 인터뷰와 이벤트에 불려 나가 활약하며 고바야시 교수를 대중적인 과학자로 세상에 각인시키기도 했다. SAYA는 지난해 해외로 진출, 이스라엘 벤그리온대학에서 안내양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1993년 연구를 시작해 2001년 9년 만에 로봇 안내양 SAYA를 완성한 그는 독립된 로봇이 아니라 인간을 보조하는 로봇으로 연구의 축을 옮긴다.

“로봇 기술은 원래 인간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인간을 위한 연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곧 장인정신과 맥을 같이한다는 그는 이러한 철학에서 그의 핵심기술 가운데 하나인 ‘인공근육’을 만들었다. 인공근육하면 보통 전기나 모터를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의 인공근육은 ‘공기압’을 이용해 근력을 만든다. 사용하는 재료는 고무 튜브와 그 튜브 주위를 둘러싼 망 형상의 나일론 섬유가 전부다.

“기술의 핵심이랄 게 없을 정도로 아주 간단해요. 하하하.”

그가 겸연쩍게 웃을 만도 하다. 소재도 특수한 것이 아니며 구조도 정말 간단하다. 일반 고무 튜브에 공기를 넣으면 고무가 늘어나 튜브가 근육처럼 부풀어 오른다. 이때 튜브 외부를 감싸고 있는 망도 부푸는데 나일론 섬유는 신축성이 없기 때문에 고무 튜브에 맞춰 부푼 만큼 길이가 짧아진다. 이렇게 짧아질 때 근력이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이다.


장애인들의 자립을 돕는 게 내 연구의 목표

2004년 그의 인공근육은 세상을 감동시키는 기적을 낳았다. 바로 인공근육을 활용한 ‘액티브 보행기’가 한 임상 실험장을 눈물바다로 만든 것. 뇌성마비에 걸려 자신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어린이가 ‘액티브 보행기’로 훈련을 거듭해 보행기의 보조를 받으며 자신의 발로 걷게 된 것이다. 같이 훈련을 해 온 이학요법사도 놀랐고, 모두가 눈을 의심했다.

반신불수로 18년간 휠체어 생활을 해 온 사람에게도 기적이 일어났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자신의 다리로 걸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보행기를 사용해 5분간 연습한 후 보행기의 도움을 받으며 자신의 발로 걸은 것이다. 주위는 감동으로 눈물바다가 되었다. 개발자인 고바야시 교수도 울었고, 어린이의 부모를 비롯해 모든 사람이 눈시울을 적셨다.

“눈시울이 뜨거웠습니다. 모든 연구는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신념이 틀리지 않았고, 앞으로도 제가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확신하는 계기가 됐지요.”

메커니즘은 이렇다. 보행기에 몸체를 고정하고 허리에 센서를 달아 올바른 자세로 서게 한다. 인공근육이 작용하면서 하반신을 움직이게 하고 근육이 움직이면서 뇌에 자극을 주어 보행 기능이 회복돼 간다는 것이다.

“가족이나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만 생활이 가능한 사람들의 정신적인 고통은 엄청납니다. 자신의 힘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과학의 힘을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처음부터 로봇에 관심이 있었거나 과학자가 꿈이었던 아이는 아니었다.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시즈오카 현 누마즈 시에서 태어난 그는 산과 바다를 자신의 앞마당처럼 누볐던 순진무구한 어린이였다. 지금도 휴가철에 가족들과 함께 산에 가면 산사람처럼 버섯을 캐고, 바다에 가면 어부처럼 조개와 물고기 잡는 것을 즐긴다.

인공지능을 공부하기 위해 2년간 스위스에 갔을 때, 그곳에서 사하라 사막에 있는 개미를 연구했다. 태양광의 편광각도로 자신의 위치를 측정하는 사막개미 특유의 생태를 인공지능을 사용해 재생하는 연구였다. 그는 그곳에서 연구의 좌표축을 찾는다.

“결국 인공지능이라 해도 사람이 어떤 프로그램을 만드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잖아요. 뛰어난 로봇도 결국 인간의 프로그램이 우수하다는 것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인간과 똑같이 움직이는 로봇을 추구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조금 방향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로봇이 식사 준비와 청소를 해 준다고 해도 저는 그다지 기쁠 것 같지 않아요. 인간이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인간과 공존하고 인간의 동작을 지원하는 시스템, 그것이 바로 로봇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는 아무리 바빠도 시연 요청이 있으면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어디든지 달려간다. 꿈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100만 엔대로 고가인 머슬 슈트가 대중화되면 그 수익금으로 ‘액티브 보행기’를 거의 무료로 전 세계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휠체어 없이는 생활할 수 없던 사람들이 보행기를 사용해 걷고, 지팡이 하나로 걸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멋있는 일 아니겠어요? 그렇게 되면 간호 시설이나 간호하는 사람도 줄게 되고, 무엇보다 장애인 본인이 자존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으니 경제 효과가 크겠지요.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오랫동안 가슴으로 담아 온 장인정신이 아닐까요?”
글쓴이 염동호님은 경희대를 졸업하고 일본 호세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호세대 겸임 연구원으로《아시아의 금융위기와 시스템 개혁》(일본서적·편저)을 썼다.
  • 200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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