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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도 운동선수처럼 매일매일 자신을 단련하지요

재즈 드러머 오종대

“드럼의 매력은 음반으로 들을 때보다 라이브 공연에서 살아납니다. 관객들은 흥겹게 비트를 즐기면서 드럼에 빠져들지요.” 재즈 혹은 드럼을 낯설게 여기는 관객을 위해 그는 연주 전 드럼이나 재즈, 연주할 곡에 대해 해설을 한다.
드럼은 비밀을 품은 악기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악기라는 역사적 배경 때문만은 아니다. 무대 맨 뒤에서 묵묵히 앉아 있는 듯 보이지만, 어느 순간 음악의 맨 앞으로 튀어나와 가슴을 때리기 때문이다. ‘드럼’의 비밀을 하나하나 벗겨 내며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와 있는 드러머가 있다. 바로 ‘음을 조각하는 마술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재즈 드러머 오종대 씨(38세)다. 그는 2007, 2008년 2회 연속 ‘Jazz People Reader’s Poll Best Jazz Drummer’로 선정될 만큼 재즈 팬들의 지지를 받아 왔다.

트리올로그 1집 로 한국대중음악상(2005년)과 ‘올해의 연주’, ‘재즈&크로스오버 싱글’ 부문을 수상했다. 그는 음악은 결코 스포츠처럼 1등이나 ‘최고’라는 표현은 있을 수 없다고 하지만 팬들과 평론가들로부터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과 탁월한 해석력을 갖춘 국내 최고의 드러머’로 손꼽혀 왔다. 그는 연주뿐 아니라 작곡, 편곡을 병행한다. 현재는 김창현(베이스), 유승호(피아노) 씨와 함께 ‘네오트래디셔널재즈밴드’를 이끌고 있고, 동아방송예술대학 영상음악계열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2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컨서버토리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국내외 음악가들과 함께 연주 활동을 하고, Nouveau son, 한대수, 이정선, 빅마마, 박종훈, 신영옥, 이슬기 등과의 음반 작업, 영화음악 참여 등으로 바쁘게 활동해왔다. 최근에는 EBS 스페이스 라이브 콘서트 특별기획 <말하는 드럼>을 끝냈고, 8월 23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린 미국 재즈피아니스트 론 브랜튼의 공연에도 참가했다. 지적이면서 서정적인 선율의 재즈를 선보여 온 브랜튼은 그동안 한국가요를 재즈로 편곡해 온 독특한 이력을 쌓아 왔다. 2001년부터 한국에서 활발한 연주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2002년에는 재즈 동요집 ‘낮에 나온 반달’의 프로듀서를 맡기도 했다.

“재즈는 100여 년 동안 세상의 모든 음악과 만나 왔어요. 이번 무대는 우리나라 대중음악인 ‘목포의 눈물’이라든지 ‘개똥벌레’ 등을 재즈로 재해석하는 것이거든요. 제3자의 시선으로 보는 것이라 신선할 것도 같고, 연주하기에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고, 어떤 반응이 나올지 기대됩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맨해튼 음대와 뉴올리언스 대학에서 수학한 색소폰 연주자 김지석, 보스턴 버클리 음대 등에서 실력을 닦은 베이시스트 윤종률이 함께한다.

“드럼의 매력은 음반으로 들을 때보다 라이브 공연에서 살아납니다. 관객들은 흥겹게 비트를 즐기면서 드럼에 빠져들지요.”

재즈 혹은 드럼을 낯설게 여기는 관객을 위해 그는 연주 전 드럼이나 재즈, 연주할 곡에 대해 해설을 한다.

“드럼의 정확한 명칭은 드럼세트, 드럼트랙, 드럼스입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드럼세트가 갖춰진 것은 19세기 말 재즈의 태동과 깊은 관계가 있어요. 그렇게 따지면 젊은 악기이지만 타악기의 유래로 거스르면 인류의 첫 악기라 할 수 있지요. 처음에는 생각을 전달하는 악기, 즉 소통도구였죠. 드럼세트 구성은 연주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해요.”

순간의 감흥, 즉 즉흥(Improvisation)을 중시하는 재즈는 작곡가보다 ‘연주자의 음악’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중에서도 드럼은 그런 특색이 두드러져 “드럼에도 악보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한국인으로서 어떤 재즈를 할까?’ 고민하던 네덜란드 유학 시절

재즈의 본고장인 미국 뉴욕으로 유학 가려던 그는 비자를 받지 못하자 네덜란드로 방향을 틀었다. 1997년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에서 열리는 재즈페스티벌에 갔다가 또다른 세계를 발견하고 이듬해 네덜란드 유학길에 오른 것. 그가 1998년부터 2002년까지 공부한 로테르담 컨서버토리는 클래식과 재즈, 탱고와 라틴음악 등 다양한 문화권의 음악을 함께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프리재즈를 하려는 친구, 민속음악만 하려는 친구 등 다양했죠. 한국인인 나는 어떤 재즈를 해야 하나 고민하던 시간이었습니다.”

음악적 색깔은 태어날 때부터 잠재되어 있는 것 같다는 게 그의 생각.

“재즈는 결국 자기 이야기예요. 자신의 성격대로 나온다 할까요. 얼마 전 유학 가기 전 녹음해 놓았던 제 음악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10여 년 전인데도 색깔이 같았으니까요. ‘내 안에서 추구하는 소리가 있구나’ 하고 깨달았죠.”

말 없고 시니컬하던 그는 네덜란드에서 유학 하면서 정서가 풍부하고 밝아졌다고 한다. 여기에는 유학 직전 결혼한 아내 최은희 씨(37세)의 덕도 컸다.

“그곳에서 신혼을 보내면서 아들까지 얻어 돌아왔죠. 힘들었지만 참 좋았던 시절입니다. 아내가 직장을 구해 유학생으로서는 비교적 풍족하게(?) 생활했어요. 여행도 많이 다녔고요.”

재즈하는 사람이니 자유를 구가할 것이라는 선입견에 대해 “생활은 정반대”라고 말한다. 음악을 할 때는 자유로운 영혼을 느끼지만 연주라는 게 자기와의 싸움의 연속이라고. 2007년 리더스풀 공연 때였다. 첫 리허설 때였는데 누군가 맥주 한 박스를 메고 왔다. 재즈하는 사람들이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연습하겠지 짐작했던 모양이다.

“우리가 술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으니 민망하게 서 있다가 갔어요. 연주자의 숨은 일상을 보면 생각만큼 낭만적이지 않아요. 운동선수가 자신의 몸을 단련하듯 매일매일 연습으로 단련해야 해요. 연습을 하지 않으면 그 압박감이 대단하니까요. 연주자는 어떤 면에서 수도사 같아요.”

그는 음악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전설적인 그룹 옥슨91 출신. 건국대학교 음악동호회인 옥슨에 들어가기 위해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에 입학했다고 한다. 그가 대학에 입학한 1991년에 옥슨은 KBS 대학가요축제 대상을 받았다.

“음악은 중학교 때부터 했어요. 그때도 밴드를 만들어 활동했는데 베이스였죠. 그때 친구들이 지금도 활동하는 유희열과 지누예요. 대학 입학 후 옥슨에 들어가려고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베이스를 저보다 더 잘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포기할 수는 없고 그러면 드럼을 배워서 해 보겠다고 했어요.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드럼을 치면 칠수록 재미있고, 정이 들었죠.”

가요제에 함께 나갔던 친구가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진학 준비하는 것을 보고 옆에서 도와주다 그가 빠져 버렸다. 음악이론 공부가 너무 재미있었던 것. “실용음악을 전공해 체계적으로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에 도전했고, 수석 입학했다. 점차 ‘드럼은 내 악기’라는 확신이 들 때였다. 그가 음악을 하는 것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아버지도 수석이라는 소리에 학교까지 와서 직접 확인하고 가셨을 정도였다.

그 스스로 ‘음악을 직업으로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거친 다음이었다. 방황하는 그에게 가요제 때 만났던 녹음기사가 조용필 밴드의 드러머 이건태 씨를 소개해 줬다. 가장 연장자이면서도 누구보다 먼저 와 공연 준비를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그도 뮤지션의 꿈을 다졌다.

요즘 그는 옥슨 30주년 콘서트 준비에 참여하고 있다. 홍서범 씨를 주축으로 그때 함께했던 선후배, 친구들이 모두 모이는데, 그중에는 의류회사에 다니거나 벤처로 성공했거나 인쇄소를 하는 친구도 있다.

“한 달에 한 번 학생회관에서 연습하는데, 음악을 떠나 있던 친구들이 더 설레어해요.”

재즈 중에서도 컨템퍼러리 스타일을 좋아한다는 그.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가며 우리 시대의 재즈를 어떻게 다질까. 이것이 그에게 매일매일의 화두다.●

사진 : 문지민
  • 200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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