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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의 밑그림을 그리겠습니다

에너지전문 컨설팅 회사 ‘코발트 스카이’

“앞으로 어떤 에너지가 절실하게 필요할지, 그 에너지를 어떻게 공급할지 같은 기본적인 구상도 부족합니다. 에너지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지금도 한국은 석유에만 올인하고 있죠. 유가 상승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크게 경제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정말 필요한 것은 ‘전 국민 전등 5분 끄기’나 ‘차 안 타는 날’ 같은 이벤트성 에너지 절약이 아니라 에너지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한 에너지 구조를 바꾸는 노력입니다.”
오른쪽부터_ 유찬 대표. 강문정 대표. 정형지 대표. 윤창선 대표.
요즘 에너지가 화두다. 정부도, 기업도, 주식시장에서도 온통 에너지 이야기다. ‘녹색성장’, ‘탄소배출권’, ‘탄소시장’, ‘탄소캐시백’ 등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이 방송과 신문을 연일 장식하고 있다. 100% 수입에 의존하며 국내 에너지 비중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석유의 국제가격이 1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정부와 기업은 초비상 상황에 돌입했다. 정부는 정부대로 연일 에너지 개발을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의 투자계획을 정책적으로 내놓고, 기업 역시 너도나도 신(新) 에너지 개발과 효율을 외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대체에너지’란 이야기만 나와도 주가(株價)에 불이 붙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도 기업도 넓고 넓은 에너지의 바다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서 컨설턴트로 활약하던 강문정, 유찬, 윤창선, 정형지 씨 등 네 사람은 “이 망망대해를 헤쳐 나갈 방향을 제시해 보자”하며 의기투합했다. 선진국에서도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에너지 컨설팅사를 설립한 것. 올해 문을 연 ‘코발트 스카이’다. 청계천이 내려다보이는 서울 종로구 서린동 청계11빌딩 15층에 둥지를 튼 코발트 스카이에서 네 사람을 만났다. 코발트 스카이는 풍력이나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은 물론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에너지의 개발과 효율 향상, 탄소배출권 등 에너지 분야에 특화된 컨설팅을 내세운다.

아서디리틀(Arthur D. Little·이하 ADL)의 아시아태평양 총괄 대표(정형지)와 시니어매니저(강문정), 맥킨지(Mckinsey)와 맥큐스의 스타 컨설턴트(유찬), 에너지개발 컨설팅사 대표와 포항공대 연구교수(윤창선)로 소위 잘나가던 이들이 국내엔 기반조차 없는 에너지 컨설팅에 뛰어든 이유를 물었다. 강문정 대표는 “남보다 먼저 에너지 분야에 눈뜰 수 있어서”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네 사람 모두 몸담고 있던 컨설팅사에서 글로벌 기업이나 국내 대기업의 에너지 개발과 신재생에너지 타당성 여부를 컨설팅하는 일을 했었다면서. 정형지 대표가 강 대표의 말을 이었다.

“꽤 오래전부터 우리 넷 모두 ‘한국은 에너지관련 분야에서 불모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올해 초 강 대표가 불쑥 찾아와 ‘저, 회사 그만둘 테니까 에너지 컨설팅 회사 같이 시작하죠’라는 겁니다. 그래서 ‘나 보고 또 컨설팅하라고? 나 이제 컨설팅은 재미없다. 네가 해라’하면서 돌려보냈죠. 그런데 얼마 후 유찬 박사가 찾아왔어요. 그리곤 불쑥 ‘에너지 컨설팅이라는 거 시장성도 있고, 재미있을 거 같은데 같이 해보는 거 어때요?’ 하는 게 아닙니까. 그래서 ‘강문정 씨가 똑같은 얘기를 하던데 그럼 둘이 해 봐요’ 그랬죠. 그러면서 속으로 ‘이거 봐라. 이 사람들 정말 컨설턴트구나. 이렇게 빨리 시장을 읽고 있네’라는 생각을 했죠. 그러다 저도 ‘코발트 스카이’ 가족이 돼 있더군요.”

유찬, 강문정 대표는 “컨설턴트의 시각에서 한국 에너지시장은 매력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에너지의 96%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지만 비용 절감이나 효율 향상에 대해서는 무지한 상황이죠. 에너지는 늘 경제 이슈의 주인공이지만 기업들은 정작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어요. 누군가 컨설팅해 줄 사람이 필요하니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에너지는 아무나 뛰어들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에너지 관련 경험이 있는 우리라면 기업들에 밑그림 정도는 그려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에서 뭉친 겁니다.”



인도네시아의 탄광 개발권 따내기도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허황된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강문정 대표는 ADL의 에너지 부문장만 9년을 했을 정도로 에너지 컨설팅에 관한 한 한국 최고의 두뇌로 꼽히는 인물. 2004년 이후 국내 대기업들을 상대로 한 풍력, 태양력, 청정석탄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컨설팅에서 그녀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할 정도다.

정형지 대표 역시 ADL 시절 대기업들을 상대로 기존 석유와 석탄 사업은 물론이고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기술자문을 주도했었다. 맥킨지 출신의 유찬 대표는 현재 맥큐스라는 경영혁신 컨설팅 기업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MIT에서 전기와 컴퓨터, 핵공학을 전공한 그는 우리나라와 동남아 정유ㆍ석유화학 기업들을 주로 컨설팅 해 왔다.

윤창선 대표는 한국보다 외국, 특히 인도네시아 에너지 기업인들 사이에서 더 유명한 인물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국내 연간 석탄 소비량의 6배에 달하는 5억t 규모로 추정되는 탄광의 개발권을 따낸 것. 자원민족주의가 강하게 뿌리내린 인도네시아에 외국기업이 자원개발권을 따내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데, 그는 그동안 닦아 놓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2년 동안 조직적으로 파고들어 결국 개발권을 따냈다. 윤 대표는 “우리나라가 자원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고, 현장을 알아야 제대로 된 컨설팅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뛰어들었다”고 말한다.

정형지 대표는 “우리는 에너지라는 바다를 함께 헤쳐 갈 동지를 만나기 위해 컨설팅이라는 모자를 쓴 것”이라고 ‘코발트 스카이’의 일을 설명한다.

“기업들에 경영자문이나 사업타당성 조사를 해 주거나 외국의 에너지 기업과 우리나라 기업을 연결하는 브로커 역할을 하려고 코발트 스카이의 문을 연 것이 아닙니다. 기획에서부터 국내외 네트워크 형성, 사업의 착수까지 그 회사와 파트너 관계로 함께 일하며 결실을 나누는 것이지요. 풍토병까지 걸려 가며 몸으로 부딪혀 인도네시아의 개발권을 따낸 윤 대표의 경험과 노하우까지 기업들과 본격적으로 나눌 생각입니다.”


에너지 컨설팅 시장에 대한 스타 컨설턴트들의 진단은 맞아 들어갔다. 코발트 스카이가 출범한 지 석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몇 건의 유전관련 프로젝트를 의뢰 받았다. 정 대표는 “컨설팅사의 특성상 구체적인 고객 기업의 이름을 밝히기는 어렵다”면서 “그룹사 차원에서 접근하는 기업들”이라고만 귀띔했다. 인터뷰 말미 윤창선 대표는 “정부는 에너지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라는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며 석유에만 올인하고 있는 한국 에너지 산업에 대한 아쉬움을 말했다.

“앞으로 어떤 에너지가 절실하게 필요할지, 그 에너지를 어떻게 공급할지 같은 기본적인 구상도 부족합니다. 에너지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지금도 한국은 석유에만 올인하고 있죠. 유가 상승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크게 경제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정말 필요한 것은 ‘전 국민 전등 5분 끄기’나 ‘차 안 타는 날’같은 이벤트성 에너지 절약이 아니라 에너지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한 에너지 구조를 바꾸는 노력입니다.”

그는 “기업들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런 상황이기에 코발트 스카이가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고 했다.

푸른 바다보다 더 진하고, 더 넓은 코발트 빛 하늘을 향하고 싶어 지었다는 회사 이름인 ‘코발트 스카이’. 한국 에너지 컨설팅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그들이 코발트 빛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고 있다.●

사진 : 신규철
  • 200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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