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食客이 찾은 맛집 ⑦ 이명호 참누렁소가든 대표

혀끝에서 녹아내리는 맛!

선홍색 살코기에 새하얀 마블링이 그물처럼 얽혀 있는 쇠고기 살치살.
센 불에 고기 표면을 살짝 구워 기름이 불 위로 떨어져 올라오는 그을음의 쓴맛이 고기에 배기 전에 재빨리 뒤집는다. 그리고 다시 구워 표면에 막을 만들어 고기 속의 육즙을 보호한다.
이렇게 구운 살치살의 기막힌 맛에 대해 만화 《식객》에서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류의 표현을 빌렸다.
“입 저 안쪽의 점막을 아기의 혀가 애무하는 듯한 느낌이 목을 자극하여 바르르 떨리게 한다.”, “마치 바다에 떨어지는 눈처럼 혀 위에 녹아내려 목구멍으로 사라져 버렸다.”

‘칼끝에서 이익 난다’는 말이 있다. 경매를 거쳐 네 등분한 소를 골발하고, 분할하는 정형 과정은 최상급 쇠고기의 맛을 살리는 중요한 과정이다. 소의 부위에 따라 고기 결이 다르고, 최적의 맛을 내는 두께가 다르기 때문. 만화 《식객》에서는 소 정형의 전 과정을 세밀하게 다룬다. 그 배경이 된 곳은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이명호 참누렁소 가든’. 식당과 정육점, 골발작업을 하는 작업장이 한건물에 있는 이 식당을 찾았다. 살치살 맛있기로 유명한 이곳에서는 1등급++의 쇠고기만 손님에 낸다고 한다.

정육점을 거쳐 식당에 들어서자 이명호 사장이 정중하게 맞았다. 양손 곳곳의 칼자국과 근육이 박힌 굵은 팔뚝이 왕년의 흔적을 담고 있을 뿐, 말투와 얼굴 생김은 영락없는 학자 이미지다. 그는 한우의 브랜드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30년 전 경북 안동에서 소 농장을 운영하면서 최고급 한우를 길러 냈고, 롯데호텔, 청와대, 신계계백화점, 신라호텔 등 국내 최고의 고객층에 납품했다. 브랜드명은 ‘안동참누렁이’. ‘누렁이’가 개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많아 ‘누렁소’로 개명했다. 13년 전부터는 식당만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고기 맛도 맛이지만 밑반찬 맛있기로 소문나 있다. 반찬 담당은 이 대표의 부인 옥선희 씨. 4년 전부터 경희대에서 약선 요리를 공부하고 있는 옥씨는 음식 궁합을 중시한다. 한 상 가득한 상차림은 화려하면서도 정갈했다. 오색 야채가 담긴 샐러드, 청포묵 무침, 고구마 샐러드, 미역 초무침 등 밑반찬 하나하나에서 정성이 느껴진다. 반찬은 중요무형문화재 77호 이봉주 공방에서 만든 놋그릇에 담았다. 고기 결의 반대 방향으로 썰어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한 선홍색 쇠고기는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옥선희 씨의 설명.


“우리나라 음식은 음과 양의 조화가 중요해요. 쇠고기는 매실과 궁합이 잘 맞거든요. 1년에 한 번 매실장아찌를 담가요. 저희 상에는 야채 쌈이 없어요. 대신 묵은지나 절인 명이 잎 같이 숙성한 쌈을 내놓죠.”

파란색 개량한복을 단아하게 차려입은 옥씨는 ‘양반집 쌈’이라며 시범을 보였다. 놋수저에 간장에 절인 명이 잎을 깔고, 고추장 소스에 살짝 찍은 넓적한 육회를 얹는다. 위에 매실 장아찌를 하나 올리고 돌돌 말아 입에 쏘옥~. 복잡 미묘한 맛이 났다. 명이 잎 특유의 강한 향, 고추장 소스, 매실 장아찌, 이 세 가지의 자극적인 맛이 육회와 어우러져 제3의 맛이 만들어졌다. 다소 낯설었지만 입맛을 돋우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정육점 집 아들 가정교사하며 ‘고기의 모든 것’ 익혀

이명호 사장은 “고기를 보기만 해도 맛이 느껴진다”고 했다. 이 대표가 걸어온 길이 궁금했다. 하지만 그는 이야기 꺼내는 걸 힘들어했다. 지난 삶을 묻자 말문이 막힌 듯했다. 그는 마음을 열 시간을 달라고 했다. 와인 몇 잔을 마신 후에야 맘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하나 둘 꺼냈다.

그는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말은 과학입니다”라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열 끼 정도 굶고 변을 누려면 항문이 찢어진다고 했다. 극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천재 소리를 들을 정도로 똑똑했다 한다.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금곡중학교에 수석 입학하고 사관학교 입학을 꿈꾸었다. 그러다 이 전도유망한 청년의 꿈이 산산조각 나는 사건이 생겼다. 그의 나이 17세 때 허리가 부러진 것. 산에서 나무를 지게 한 가득 지고 일어나는데 허리가 뜨끔했다고 한다. 그 후 5년간 병석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제대로 일어나 앉지도 못하는 어린 아들의 대소변을 그의 어머니가 다 받아 냈다. 그는 이 대목을 말하다 울먹였다. 몇 차례의 대수술 끝에 정상생활이 가능할 정도가 됐지만, 지금도 그는 평지에 잘 앉지 못한다. 이날도 그는 방석 다섯 개를 두툼하게 깔고 힘겹게 앉았다.

《식객》에 등장한 송진수 공장장.
쇠고기 정형에 대한 정보가 그에게서 나왔다.
검정고시를 거쳐 우석대학교 법대에 입학한 그는 정육점 집 아들의 가정교사를 했다. 6년간 이 집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곁눈질로 쇠고기에 관한 것을 익혀 나갔다. 그리고 미도파 슈퍼마켓의 정육 코너를 맡으면서 쇠고기 업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양질의 고기를 위해서는 사육단계에서부터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 경북 안성에 내려가 돼지와 소를 직접 길렀다. 돼지는 생존율이 낮은데다 돼지고기 값의 등락폭이 심해 생산성이 낮았다. 그는 돼지를 ‘다산의 아픔’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 후 소에만 집중했다.

“고객과의 약속을 목숨처럼 여겼어요. 납품일과 납품 양을 맞추기 위해 세 끼를 다 굶은 적도 있습니다. 제 분야에서 둘째라는 말도 싫어요. 문자 그대로 명인이 되고 싶었죠.”

무엇이든 최고를 고집하는 그는 직원 교육에도 많이 투자한다. 매일 아침 팀장 조회가 있고, 일주일마다 전 직원 주례가 있다. 3일에 한 번씩 롤플레이를 해서 서로의 입장이 되어 보며 충고를 해준다. 외부 강사 초빙해 강연도 하고, 외부의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적극 참여시킨다.

‘이명호 참누렁소가든’은 필리핀 진출을 앞두고 있다. 3개월 내에 필리핀 수빅에 오픈할 예정인데, 이 대표의 처남이 맡게 될 거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30년 이 사업을 해보니까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지난 30년을 감사하고 앞으로의 300년을 바라보고 있어요. 대물림 사업으로 키울 예정입니다. 두 아들이 경영 수업 중이에요. 일본에는 몇 대를 이어가는 식당들이 많지 않습니까? 저희도 장인정신이 대대로 살아 숨 쉬는 식당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사진 : 이규열


▣ 이명호 참누렁소가든 information
★ 02-979-6400
★ 오전 11시~오후 11시 연중무휴
★ 특수육 모듬 (1인분 150g) 4만5000원, 꽃등심 3만8000원, 생갈비 4만3000원
★ 주차가능
★ 지하철 7호선 하계역 3번 출구 을지병원 뒤 60m
  • 2008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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