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현 PROJECT109 대표

당당하고 열정적인 여성 캐릭터 ‘치카로카’, 세계 여성을 사로잡다

피부와 머리 색깔, 메이크업과 옷차림에 따라 인종과 국적이 달라 보이고 각양각색의 분위기로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젊은 여성들이 열광하는 섹시하고 당당한 패션 리더의 이미지!
“다른 사람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지금 현재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 하는 것이다. 그걸 향해 곧장 달려가며 낯선 세계에 몸을 던진다.”

요즘 젊은 여성들 사이에 인기인 캐릭터 ‘치카로카’의 인생관이다. ‘치카로카’는 스페인어로 여성(치카)과 열정(로카)의 합성어. 도회적이고 섹시한, 열정적이며 자신을 사랑하는 여성을 대변하는 말로 세계에서 통한다. 옆으로 길게 찢어져 치켜 올라간 눈, 두툼한 입술의 ‘치카로카’는 이제까지 보아 온 곱상한 미인상과는 거리가 있다. 자신만만, 거침없음, 도도함이란 말이 떠오르는 모습이다.

‘치카로카’의 인기는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를 향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러시아, 그리스, 호주와 뉴질랜드, 벨기에 등 10여 개국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상태. ‘뿌까’나 ‘뽀롱뽀롱 뽀로로’에 이어 글로벌화에 성공한 캐릭터로 주목받고 있다. 1920년 대 탄생한 ‘미키마우스’가 월트디즈니 사에 매년 6조 원에 이르는 수익을 가져다주는 데서 알 수 있듯 캐릭터 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에 비해 발전이 더딘 상태. ‘치카로카’는 우리나라 캐릭터 산업이 어디로 가야 할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치카로카’를 세상에 내놓은 (주)프로젝트일공구의 조대현 대표(33세)를 만나 치카로카의 탄생과 성장과정을 들었다.


캐릭터에 열광할 사람이 누구인지 타깃을 명확히 했다

일러스트레이터 김지은 씨의 작품을 본 순간 “최고”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세계 어느 작가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 개성적인 얼굴에 뛰어난 패션 감각을 지닌 여성을 그리는 그의 작품을 잘 다듬으면 ‘물건’이 되겠다는 감이 왔다. 원래 작품은 지금보다 ‘센’ 이미지였다. 김지은 씨는 나와 마찬가지로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를 즐겨 보는 마니아. 남자에 얽매이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좇아 사는 여성. 남자와 이별할 때 “나는 내가 더 소중해”라고 외치던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만다 같은 여성상을 캐릭터로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이 캐릭터를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 세계 각국의 여성들이 좋아하게 만들자’고 뜻을 같이했다. 세계시장을 겨냥, 국적이나 인종을 가늠하기 어려운 외모나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페인풍 이름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서양인은 치카로카를 보고 “동양인이죠?”라고 묻고, 동양인은 “서양인이죠?”라고 묻는다. 어디에서도 이국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외모가 치카로카의 인기 비결. 피부와 머리 색깔, 메이크업과 옷차림에 따라 인종과 국적이 달라 보이고 각양각색의 분위기로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젊은 여성들이 열광하는 섹시하고 당당한 패션 리더의 이미지! 일러스트레이터 김지은 씨는 패션 잡지를 즐겨 보고, 일본이나 홍콩까지 가서 쇼핑할 정도로 세계의 패션 트렌드에 강하다.



타깃으로 삼은 소비층이 즐기는 문화 속으로 스며들었다

‘치카로카’가 처음 세상에 나온 것은 2005년 초.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인기를 끈 캐릭터가 아니니 세상에 알리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렇다고 대대적으로 광고, 홍보할 자금도 없었다. 처음 한 일이 10~20대가 많이 이용하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스킨(배경화면)으로 파는 것이었다. 일주일 만에 판매 1위로 올라서면서 한 달에 50만 개씩 팔리기도 했다. 매주 하나씩 새로운 상품을 올리면서 다양한 모습의 ‘치카로카’가 만들어졌고, 5~6개월쯤 되자 “언니, 너무 멋있어요”, “언니를 닮고 싶어요”라는 반응이 나왔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 ‘치카로카’가 닮고 싶은 모델, 스타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 그룹 ‘캐스커’와 함께 치카로카가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2006년에는 클럽음악들을 모아 음반을 만들었다. 홍대 클럽연합회와 함께 ‘치카로카 나이트’ 행사를 하기도 했다. 젊은 여성들은 치카로카 이미지로 꾸민 클럽 입구와 실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자신의 블로그나 미니 홈피에 올렸다. 치카로카는 케이블 TV ‘온 스타일’에 등장해 프로그램을 안내하기도 했다. 10~20대 여성들이 즐기는 춤과 음악, 그들의 문화 속으로 스며들었던 것.



제품으로 만들 때까지 디자인을 지원한다

시간은 걸렸지만 물꼬가 트이자 수익모델이 속속 나타났다. 10~20대 여성을 주요 소비층으로 하는 제조업체들이 라이선스 계약을 맺자고 연락을 했다. 의류와 가방, 우산, 시계, 모자, 신발, 액세서리, 문구류 등에 치카로카 캐릭터가 들어갔다. 튤립 수영복에서 만든 ‘치카로카’ 수영복은 고객만족도 1위에 꼽히기도 했다. 뉴욕의 ‘licensing show’에 참가하고 세계적인 라이선스 잡지에 치카로카를 소개한 후 외국업체와도 라이선스 계약을 맺기 시작했다. 여자들이 얼굴을 차도르로 가리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조차 ‘치카로카 전문숍’을 열겠다며 연락을 해올 정도. ‘세계의 여성들이 모두 열광하는 캐릭터를 만들자’는 원래 계획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캐릭터가 인기를 끌어도, 그 캐릭터를 제품 디자인에 어떻게 활용할지가 남은 과제. 최종 제품 디자인의 질이 떨어지면 소비자가 외면하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제품 디자인에 어떻게 활용할지 제시하고, 어떤 재질에 어떤 방법으로 프린트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실험을 거듭해 방법을 알려준다.



능력 있는 작가를 찾아내 스타로 키우는 게 내 일

어릴 때 꿈은 영화감독이었다. 홍익대에서 광고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영화동아리 활동도 했다. 그런데 디자인이나 영화나 천재성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할 것 같았다. 생각의 폭이나 공부나 대단한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게 뭔가, 생각했다. 그런 사람들을 옆에 데려다 놓는 것이었다. 게임회사에서 2년간 일한 후 2002년 ‘project109’를 설립했다. 그리고 김풍넷 사이트를 만들어 작가 김풍의 만화 《폐인패밀리》를 연재했다. 하루 종일 집안에 틀어박힌 채 인터넷으로만 소통하는, 머리가 몸의 절반을 차지하는 《폐인》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책으로 출간되고, 포털에 연재되고, TV 광고 모델, 아바타로 활동했다. 요즘도 가장 주력하는 일이 가능성 있는 작가를 발굴해 ‘폐인’이나 ‘치카로카’처럼 스타로 만드는 것이다. 작가들과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맺고 그들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내 역할. 그런 면에서 연예기획사 같다는 생각도 든다. 최근에는 대학 졸업작품전에 나온 애니메이션을 보고 작가를 발탁했다. 외계인이 등장하는 ‘블라다&보스독’. 우리나라와 외국의 방송사가 공동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게 해 글로벌한 캐릭터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워 두고 있다.

사진 : 이창주
  • 2008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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