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食客이 찾은 맛집 ⑤ ‘임진대가집’ 이선호 사장

임진강 어부가 낚아 올린 황복의 ‘치명적인’ 맛!

대나무 가장자리 복숭아꽃 서너 가지 피었고
봄 강물 따스해진 것을 오리가 먼저 아네
쑥잎이 땅을 덮고 갈대 띠풀의 새순은 아직 짧은데
바로 이때가 황복이 강을 거슬러 올라올 무렵이라네
《현산어보를 찾아서》중, 만화《식객》에서 재인용
바야흐로 황복의 철이 왔다. 중국 소동파 시인이 ‘죽음과도 맞바꿀 맛’이라고 극찬한 생선, 하지만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맹독이 있어 한 마리로 성인 33명을 죽일 수 있다는 황복. ‘어류계의 팜므파탈’로 불리는 황복은 도대체 어떤 맛일까. 나풀나풀 나비처럼 얄브스름하게 떠서 싱싱한 미나리 줄기에 돌돌 말아 유자 향이 감도는 간장 소스에 살짝 찍어 먹는 황복회. 황복의 치명적인 유혹의 맛을 만나러 ‘임진대가집’ 문을 두드렸다. 이선호 사장이 직접 임진강에서 잡아 올린 황복으로 회를 떠서 내는 집이다. 복 자격증을 가진 식당 주인이 직접 황복을 잡아서 요리하는 경우는 그가 유일하다고 한다.

그를 만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열 번 넘게 식당으로 전화한 끝에 휴대전화 번호를 얻어 냈다. 강변에서 고기를 잡다 담배를 피우며 간만의 휴식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여러 번 인터뷰를 고사하던 그를 겨우 설득해 만난 날, 임진강변 바위 위에 주저앉아 소주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임진강은 봄바람을 맞아 잔파도가 일었고, 강 너머 참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은 눈부셨다. 새하얀 두루미가 수면을 따라 낮게 날았다. 강나루에는 이선호 사장의 배 세 척이 떠 있었다. 강볕에 그을려 거무튀튀한 이선호 사장은 스스로 ‘뱃놈’이라고 칭했다.

파주시에서 운영하는 ‘임진강 황복 부화장’. 이선호 사장은 임진강영어조합법인 회장을 맡고 있다. 황복은 이 부화장에서 수정하고 부화해 3cm 정도 자라면 임진강에 방류된다.
“태어나면서부터 봐온 게 임진강이고요, 젖 떼면서 물놀이를 한 곳이 임진강입니다. 도도히 흐르는 임진강 물결에 지난 슬픔과 한, 욕심을 씻어 버리고 싶은데 잘 안 돼요. 제가 어렸을 때는 한 지게에 다 못 담을 정도로 복이 많이 잡혔다는데, 그 많던 황복이 다 어디로 갔을까요. 인간의 욕심 때문이죠. 이 뱃놈이 강에 그물을 치는 것도 욕심이지요.”

20대째 임진강변에서 살아온 집안에서 태어난 이선호 사장.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할머니 손에서 자란 그는 지독한 가난 때문에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한 여자를 깊이 사랑해 세 아이를 낳고 알콩달콩 살았는데 5년 전, 아내가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났다고 했다. 그 상처가 깊고 커 임진강에 나가 아무리 달래고 씻어도 아물지 않는다고.

“외롭진 않아요. 강이 하루 12시간 이상 저의 친구가 돼줍니다. 바람은 또 얼마나 좋습니까. 때때로 올라오는 고기가 다 제 친구입니다.”

성나 부풀어 오른 황복을 들고 있는 이선호 사장.
그의 쉰 목소리에서는 삶의 피로가 묻어났고, 온몸은 강볕을 받아 새까맣다 못해 발갛다. 팔뚝에는 단단한 근육이 잡혔고, 손바닥은 그물을 끌어올리느라 굳은살이 마디마다 박혀 있었다. 그러면서도 강호에 묻혀 사는 선비 분위기가 풍겼다. 사용하는 어휘며 세상을 보는 시각이 범상치 않았다. 그가 복과 인연을 맺은 건 서른 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 대기업에 취업, 3년 동안 근무하다 박차고 나온 후 고향에 돌아와 어부가 됐다고 했다. 치열한 경쟁이 싫어 택한 길이었다.

‘임진대가집’의 ㄱ자 한옥은 그가 서른 살에 직접 설계해 지었다 한다. 요리사들에게 ‘복 고시’로 불리는 복어 자격증은 8번 낙방 끝에 마흔 살에 땄다. 왼손잡이인 그의 칼질이 심사위원들의 눈에 낯설었던 모양이다. 임진강 너머 나지막한 산에 진분홍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그는 이 때가 “황복이 나오기 시작하는 때”라고 말했다.

“황복은 임진강변에 철쭉이 필 때 잡히기 시작해서 밤꽃이 질 때까지 나와요. 황복은 수온에 민감하거든요. 요즘 갑자기 날씨가 따뜻해져서 엊그제 황복이 두 마리 잡혔는데, 어제 오늘은 한 마리도 못 잡았어요. 어제 비가 와서 수온이 뚝 떨어지는 바람에 다시 숨어 버렸거든요.”

임진강은 민간인 통제구역이 많아 물이 맑다. 쏘가리, 어름치, 돌고기, 은어 등 1, 2급수에서만 서식하는 물고기들이 많이 잡힌다. 이선호 사장은 자기가 잡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걔네들을 이용해 밥을 먹고 살면 됐지, 걔네들까지 먹고 싶진 않아요. 제가 걔네 인생을, 아니 ‘어생’을 좌지우지했는데 얼마나 미안해요?”


자연산 황복에 밴 솔 향

그에게 황복이 치명적인 독을 감수하면서까지 먹을 정도로 맛있는지 물었다.

“절묘함이 있어요. 우선 독을 가진 생선이라는 자체에 절묘함이 있고요. 두 번째는 향이 아주 절묘해요. 조금 있으면 임진강변에 송홧가루가 흩날리거든요. 물 위로 다니는 황복이 그 송홧가루 날린 물을 마시고 몸에 솔 향이 배요. 자연산 황복과 양식 황복을 구별할 때 솔 향이 나느냐 안 나느냐를 보면 되지요.”

만화 《식객》에는 “황복의 살코기를 씹고 내뿜어야만 솔 향을 찾을 수 있다”고 씌어 있다. 황복은 우리나라, 그것도 임진강과 한강 하류에서만 잡힌다. 황복이 잡히는 때는 4월 말에서 6월 말까지. 임진강에서 태어난 복이 바다로 나갔다 산란기가 되어 알을 낳으러 오는 기간이다. 달라는 사람은 많은데 잡히는 고기는 한정돼 있어 매년 황복 철이면 몸살이 날 지경이라고 한다. 큰 것은 3kg짜리 한 마리에 70만 원 정도. 제철 아닐 때에는 100만 원을 호가한다. 1kg짜리 황복에서 살코기는 150g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한때 멸종 위기에까지 몰렸던 황복은 부화장에서 수정ㆍ부화해 방류하면서 늘어나는 추세다.

“외롭진 않아요. 하루 12시간 이상 강이 저의 친구가 돼줍니다. 바람은 또 얼마나 좋습니까. 때때로 올라오는 고기가 다 제 친구입니다.
‘임진대가집’으로 차를 몰았다. 자연산 황복회를 맛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설다. 하지만 나이 지긋한 요리사의 말 한마디에 기운이 빠졌다. 그 사이 남은 한 마리마저 팔렸다는 것이다. 재벌 회장과 정치인들이 즐겨 찾는 이곳에서는 권력도, 유명세도 필요 없다. 돈 내고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다. 이선호 사장은 머쓱해 하며 양식 황복회와 자연산 황복이 들어간 복지리를 내왔다. 드디어 시식 시간. 황복회에 미나리 줄기를 얹고, 가늘게 채 썬 오이를 싸서 이선호 사장이 직접 만든 소스에 찍어서 한입 넣었다. 육질은 쫀쫀했지만 생각보다 부드러웠고, 씹을수록 단맛이 우러나왔다. 뒷맛에 오이 향이 남았다. 솔 향은 나지 않았지만 먹을수록 끌어당기는 묘한 담백함이 있었다. 그 다음은 복지리. 황복회를 뜨고 살점이 붙어 있는 뼈를 푹 고아 만드는 육수는 담백하면서도 시원했다. 마늘을 듬뿍 넣어서 복 맛을 가려 버리는 여느 집과 달리 복 육수 고유의 맛이 살아 있었다. 자연산 황복은 육수에 익으면서 오그라들어 육질이 쫄깃쫄깃 탱탱했다. 방마다 한 면이 통유리로 돼 있어 창 너머 보이는 산의 고즈넉함이 맛을 배가시켰다.

임진강 어부와 반나절을 보내고 집으로 가는 길. 그는 다음에 오면 꼭 자연산을 대접하고 싶다면서도 기약은 하지 않았다. 서울로 접어들었다. 먼 나라를 다녀온 기분이었다.

사진 : 장성용

★ 임진대가집 information
☆ 031-953-5174 ☆ 오전 10시~오후 10시
☆ 황복 1kg 한 접시 - 자연산 : 시가(20만 원 정도), 양식 13만원, 장어 1kg 한 접시 : 자연산 - 시가(15만~18만 원), 양식 4만5000원.
☆ 주차 가능
☆ 위치 : 파주 → 문산 → 전곡 → 적성 방향 4km
  • 2008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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