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주메뉴

  • cover styory
  • focus
  • lifestyle
  • culture
  • human
  • community
    • 손글씨
    • 1등기업인물
    • 나도한마디
    • 기사제보
  • subscription

국제 발명대회에서 최고상 수상한 ‘똑똑한 멀티탭’

이정수 잉카솔루션 대표

지난 4월 초 스위스에서 열린 ‘제네바 국제 발명ㆍ신기술 신제품 전시회’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한국의 작은 중소기업 대표가 대상인 그랑프리를 수상한 것. 이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은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 최초다. 수상자는 잉카솔루션 이정수 대표. 이 대표를 만나러 경기도 부천에 있는 테크노밸리를 찾았다.

최고상을 받은 발명왕의 사무실은 허름했다. 수백 개의 중소기업이 입주해 있는 테크노밸리 외관은 구식 아파트 같았고, 건물 안 복도는 어두침침했다. 연구실 한쪽에는 부품상자와 상자에서 나온 부품들이 질서 없이 흩어져 있었다. 작은 기적을 만들어 낸 공간에서 그간의 노고와 치열함이 읽혔다. 스위스에서 돌아온 지 이틀 됐다는 이정수 대표는 피로해 보였다. 여독이 덜 풀린 데다 쏟아지는 매스컴 공세에 얼떨떨해 했다.

이 대표에게 대상을 안겨 준 제품은 ‘대기전력 제어장치’. 컴퓨터 사용여부를 실시간 감지해 컴퓨터, 모니터, 프린터, 스캐너, 스피커 등 컴퓨터 주변기기는 물론, 선풍기, 히터 등 전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차단하는 똑똑한 멀티탭(여러 개의 플러그를 꽂을 수 있는 콘센트)이다. 이름은 체크탭. 대기전력까지 완전히 차단하기 때문에 플러그를 뺀 것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가격은 3만9600원. 얼마나 써야 본전을 건질 수 있을까? 프로그램 세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가정에서는 6개월 이내, 사무실에서는 8개월 이내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똑똑한 멀티탭 설치는 간단하다. USB케이블을 컴퓨터와 체크탭에 연결, 구동프로그램 CD를 조작하면 끝. 얼마 있다가 끌지는 사용자가 정하면 된다. 1분에서 24시간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곧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오는데, 잉카솔루션 홈페이지에서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고 한다.

회의실 탁자 위에 가지런히 놓인 체크탭들은 예뻤다. 오렌지색, 연두색, 파란색, 검정 등 다양한 컬러를 살렸고, 사다리꼴로 돼 있어 세울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유럽 여성들도 상당히 좋아한다”며 이렇게 말한다.

“일반 멀티탭은 2층 구조로 돼 있지 않습니까? ㄱ자 접합구조를 만들기 위해 1년 반 동안 연구했습니다. 형태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은데, 화재를 예방할 수 있도록 정확하게 접합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이건 950℃까지 견딜 수 있는 강화 소재로 만들었습니다. 과부하가 걸리면 자동으로 차단되니까 과열 소지도 없습니다.”

그래서 소방서에서는 잉카솔루션의 체크탭을 절전에 앞서 화재예방용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잉카솔루션은 2001년에 설립, 창업 이래 에너지절약형 자동절전 멀티탭 개발에 전념해 왔다. 그동안 가전기기 절전시스템인 ‘두꺼비탭’, 컴퓨터 전용 절전시스템 ‘컴퓨탭’ 등을 만들었는데, 모두 세계 최초다. 기기의 원리를 꿰뚫고 있는 이 대표의 전공이 의외다. 경북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그가 어떻게 엔지니어의 길을 걷게 됐는지 물었다.

“외환위기의 한파가 휩쓸고 간 뒤라 사회 전반적으로 절약에 대한 인식이 퍼진 때였습니다. 멀티탭은 발밑에서 이리저리 채이면서 먼지만 쌓이는 존재 아닙니까? 그래서 생각했죠. ‘아, 멀티탭이 공기나 물 같아서 인간의 문명을 가능케 해주는 접점임에도 사소한 부분으로 인식돼 왔구나. 이걸 똑똑하고 예쁘게 만들어서 책상 위로 끌어올려 줘야겠다’ 하고.”


‘죽기 살기로’ 매달렸죠

새로운 개념의 절전 멀티탭인 체크탭이 출시된 건 2007년 초. 하지만 인지도 낮은 중소기업 제품이 판로를 뚫기란 쉽지 않았다. 이 대표가 직접 발로 뛰었다. 전국 1500여 군데 국공립 기관을 돌면서 체크탭의 절전기능과 화재예방 기능에 대해 목이 터져라 설명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죽기 살기로” 뛰어다녔다 한다.

“고객들이 제품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면 그 소리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어요. 설치가 복잡하다는 불만이 있어서 설치를 단일화했고, 얼마나 절약되는지 눈에 보였으면 좋겠다고 해서 실제 절약량을 데이터로 볼 수 있게 만들었지요. 제가 직접 다니지 않았다면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놓쳤을 테고, 그러면 지금의 체크탭은 없었겠죠.”

체크매니저에 있는 ‘에너지나무 키우기’ 프로그램이 재미있다. 사용자가 세팅한 환경에 따른 소비전력량, 절약전력량, CO2 저감량을 수시로 볼 수 있는데, 절약을 많이 할수록 나무가 많이 자란다. 나라별로 나무 종류가 다른데, 한국판은 감나무다. 쑥쑥 자라던 나무에서 주인이 절전하는 데 따라 감이 주렁주렁 열린다.

현재 이 제품은 잉카솔루션 홈페이지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다. 이 대표는 “유럽에서는 환경에 대해 관심이 많고 전력량이 모자라 수요가 폭발적이지만, 국내에서는 소비자는 준비가 돼 있는데 유통업자들은 문을 안 열어 준다”며 유통업자들에 대한 서운함을 내비쳤다.

체크탭을 가장 먼저 구입한 곳은 강원도 철원군. 철원군에서는 군청, 의회, 도서관, 보건소, 동사무소까지 모두 이 제품을 사용한다. 현재는 국공립 기관과 학교, 기업 등에 주로 납품하고 있다. 아직은 연매출 25억~30억 원 수준이지만, 내년 매출액은 20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하노버 전시회에서 5000만 달러 준계약을 따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내년을 기점으로 더욱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자신한다.

“과거에는 에너지절약이 도덕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 어른들의 잔소리로 인식돼 왔지만 이젠 아닙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수년 전부터 유럽이나 미국, 일본, 뉴질랜드 등 선진국가를 중심으로 기후변화협약이 진행돼 왔거든요. 그 결과가 교토의정서입니다. 이건 전 국가적인 협조가 필요한 사항으로 강제협약이에요. 10년 후에는 CO2를 5% 적게 배출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에너지를 절약해야 합니다. 결국 지구온난화의 핵심 의제는 전기절약과 나무심기가 되겠죠.”

이정수 대표는 조용조용한 말투와는 달리, 한 가지를 시작하면 무섭게 몰아붙이는 스타일이다. 그가 걸어온 길은 참 다채롭다. 그의 나이 서른 살이 되던 1990년, 식품산업에 뛰어들어 큰 돈을 벌었다. 품질 좋은 오징어에 조미를 해서 노릇노릇 촉촉하게 구운 오징어. 이 조미오징어로 특허까지 받았다.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에도 입점하면서 없어서 못 팔 정도가 됐다. 하지만 과욕을 부리면서 사세가 기울기 시작했고, 1995년에는 빚더미를 떠안고 도산했다.

“회사가 망하고 나니까 지나가던 개도 안 쳐다보는 것 같더군요. 지옥 끝까지 다녀온 기분이에요. 자괴감 때문에 살기 싫은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어요. 부채가 7억~8억 원에 달했죠. 다른 회사에 들어가 영업사원으로 뛰면서 갚고, 못 갚은 돈에 대해서는 찾아가서 빌었는데, 비는 사람한테 발길질을 하니 세상 참 험악하죠. 그때 내 사람과 아닌 사람이 갈리더군요.”

제네바 발명 전시회에서 대상 트로피를 안고.
이듬해 중국으로 날아가 학습지 회사 CEO로 근무하면서 실적을 쌓고, 또 이듬해엔 중국 기업에 한국의 벤처기업을 소개해 주는 회사를 차려 운영했다. 그리고 그의 나이 41세, 10년 남짓한 시간에 얻은 성공과 실패의 교훈을 녹여 잉카솔루션을 창업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죽기 살기로’, ‘살아남기 위해서’ 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비전 있는 분야를 찾아 헤매다 절전 멀티탭에 안착한 이정수 대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제품이 많이 팔릴수록 에너지가 절약되고 지구온난화 진행 속도가 느려집니다. 돈을 벌면서 좋은 일도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사진 : 신규철
  • 2008년 06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하단메뉴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성동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