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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스며든 대중문화 그리는 팝아트 작가 이동기

이동기1967년 서울 생.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1993년부터 12회의 개인전과 한국현대미술 중국전(베이징), Animamix전(프랑스) 등 국내외 주요 단체전 참여. 현재 전업 작가로 활동 중.

사진 임가람
알록달록한 꽃이 만발한 언덕에 ‘아토마우스’가 서 있다. 만화 주인공 같은 캐릭터지만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의젓하게 서 있는 자세가 제법 진지해 보인다. 입고 있는 교복을 보면 아토마우스는 <친구>의 장동건과 같은 세대일 듯하다. 펄럭이는 망토는 친구들 사이의 우정과 배신이라는 제법 진지한 문제에 빠져 있던 영화 주인공들의 이면을 보여준다. 슈퍼맨, 배트맨, 황금박쥐 같은 고전적인 만화 영웅들도 이렇게 망토를 휘날리며 등장했었다. 사실 영화 <친구> 속의 그 친구들도 매일 저녁 밥상머리에서 <우주 소년 아톰> <철인 28호> <황금박쥐> <마징가 제트> 같은 만화를, 일요일 아침이면 <미키 마우스>나 <도날드 덕> 같은 디즈니 만화를 물리도록 보았던 것이다. 어쩌면 그토록 진지해 보이던 그 영화 역시 만화주인공들처럼 싸움질로라도 영웅의 서열을 가리고 싶었던 ‘어른이 된 남자아이들’의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작가 이동기의 대표 작품인 <아토마우스>는 일본 만화 <우주 소년 아톰>과 미국 만화 <미키 마우스>의 합성으로 태어난 것이다. 얼핏 보면 국적 불명인 듯한 이 아토마우스는 그 자체로 우리 문화의 현주소다.

“아토마우스는 제 자신 속에서 자연스럽게 태어난 이미지입니다. 대중문화, 순수미술 등 제게 영향을 끼친 여러 가지가 섞여 이미지화한 것이지요.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던 일상적인 것들이지만 저에게는 중요했습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 있는 대중문화의 영향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장르는 팝아트다. 팝아트는 따라 부르기 쉬운 팝송처럼 대중에게 친숙한 내용과 이해하기 편안한 형식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흔히 TV, 신문, 영화, 만화 등 대중 매체에서 접하는 이미지를 재가공해서 표현하는 팝아트는 1960년대 초에 등장해 앤디 워홀과 리히텐슈타인 등 기라성 같은 스타를 낳으며 미술사의 중요한 사조로 부상하였다. 팝아트는 고상한 척하면서 대중문화를 비웃는 기존의 예술과 다르다. 대중문화를 고급 예술의 영역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대중의 추억과 욕망을 그대로 드러낸다. 아토마우스의 작가 이동기는 한국 팝아트의 1세대 작가다. 그의 그림 속에는 우리 대중문화의 다양한 이면이 담겨 있다.

2003년 일민미술관에서 있었던 이동기의 개인전에서 나는 너무도 놀라운 작품을 발견하고 그가 천재가 아닐까, 의심했었다. <모던보이>, <모던 걸>이라는 세트 작품은 1920년대에 조선일보에 안석주가 연재하던 일종의 만평을 팝아트적인 감수성으로 재현한 것이다. 최명직이 쓴 《모던보이 경성을 거닐다》라는 책에 실려 있는 이 만평은 1920년대 것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함축적이면서 완벽했다. 나팔바지에 고급 선글라스, 모자로 한껏 멋을 낸 모던 보이들이 걸어가고 있다! 독립운동이 민족의 과제였던 그 시대에도 ‘명품족’들은 다 쓰러져 가는 초가집들로 가득 찬 경성 거리를 활보했던 것이다. 그 시대에 대한 솔직한 증언의 하나다. 만평 중 의미뿐 아니라 화면 구성으로도 가장 완벽한 이 한 컷을 뽑아낼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동기가 가지고 있는 감각의 힘이다.

| 모던 보이 2000, acrylic on canvas, 117x91cm. /모던걸 2000, acrylic on canvas, 117x91cm.
구상과 추상 넘나들며 미술이 나아갈 방향을 묻다
그러나 팝아트 1세대 작가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이동기에게도 선구자로서 겪어야 했던 몰이해의 시간이 있었다. 그가 처음 아토마우스를 그린 것이 1993년이었으니 아토마우스의 나이는 벌써 열다섯 살이 되었다. 처음에는 큰 반응이 없었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서야 본격적인 반응이 왔다.

“지금이야 팝아트 붐이 일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팝아트에 대해 깊이도 없고 예술성도 없는 작품이라고들 평가했어요. 아토마우스를 처음 선보였을 때는 미술 작품이 아니라 만화라고 했지요.” 그는 매우 덤덤한 표정으로 말한다. 왠지 그의 그림 속 아토마우스가 짓는 그런 표정이다. 동그란 머리와 안 깎은 수염조차도 장난스럽게 보이는 모습. 그 자신이 ‘어른이 된 남자아이’인지도 모른다. 지하철 을지로3가역 2호선 3호선 환승 통로에 그의 아토마우스 시리즈가 설치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작품 위에 누군가 “다시 그리시오”라고 낙서를 해 철거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의 작품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의 작품을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졌다.

최근 청담동 갤러리 투에서의 개인전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한 그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전시는 1부 ‘더블 비전’과 2부 ‘버블’로 나누어 두 달 동안 이어지는 독특한 형식으로 진행된다. 상단에는 리히터를 연상시키는 추상, 하단에는 아토마우스가 등장하는 ‘더블 비전’ 시리즈는 현대미술에 대한 이동기의 진지한 고민을 보여준다. 지금까지의 아토마우스가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려는 방향(구상)이었다면 현실을 넘어 초월적인 것을 추구하는 방향(추상)을 동시에 드러낸 ‘더블 비전’이다. 반면 2부에서는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화면 가득 떠다니는 아토마우스의 얼굴들은 비눗방울처럼 떠다니다 부딪치며 확성기에 대고 외친 소리처럼 화면 밖으로 퍼져 나간다. 이 장면들은 현대 사회의 이미지 과잉을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

구상과 추상이라는 현대미술의 두 가지 방향을 넘나드는 작업은 현대미술의 비전에 대한 그의 오랜 고민을 보여준다. 박서보, 하종현 같은 한국 현대 추상미술의 대가들이 그의 스승이다. 비록 그 길을 가지는 않았지만, 추상화는 그에게 숙제처럼 남아 있었다. 추상화의 하늘을 이고 물을 뱉어 내고 있는 아토마우스는 브루스 나우만의 작품을 새롭게 해석한 것이다. 이제 아토마우스는 대중문화뿐 아니라 현대미술이라는 중요한 현실을 온몸으로 연기하고 있다.

|아토마우스 1993, acrylic on canvas, 100x100cm. /아토마우스 2006, acrylic on canvas, 60x60cm.
|버블 2008, acrylic on linen, 120x120cm
“작품을 보고 앞으로 미술이 가는 방향이 이 방향이라고 상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가장 설득력 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작가가 되어야겠지요.”

지난해 베이징 전시에 이어 올 9월에 일본에서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다. 아토마우스의 행보는 이제 세계를 향해 있다.
  • 2008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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