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전자종이 만드는 LG디스플레이 전자종이 연구팀

전자종이가 만들어 갈 미래, 궁금하신가요?

| 오른쪽이 박용인 책임연구원.
나침반, 화약과 함께 세계 3대 발명품으로 꼽히는 종이. 인류가 종이를 사용한 지 2250년이 지난 오늘, 종이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할 준비를 하고 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라 불리는 ‘전자종이’가 바로 그것이다. 문자나 그림, 사진 등을 표시하는 종이의 고유 기능에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화면표시장치)를 결합한 것으로, 구부리거나 말아도 깨지거나 찢어지지 않아 종이처럼 가볍게 휴대할 수 있는 기계를 ‘전자종이’라고 한다.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갈 최첨단 전자종이 개발을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LG디스플레이(구 LG.Philips LCD)’가 세계 최고 해상도(1280×800)를 갖춘 14.3인치 크기의 전자종이를 내놓아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 CES 2008에서 1670만 가지의 색을 표현할 수 있는 컬러 전자종이를 내놓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LG디스플레이. 이 종이의 산실인 안양 LG디스플레이 R&D센터를 찾았다. 박용인 LG디스플레이 책임연구원은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이끌어 갈 새로운 첨단사업을 찾던 중 전자종이를 연구겙낱峠?것”이라고 설명한다. 기존 LCD를 이용한 유리와 플라스틱 전자종이는 몇몇 기업에서 손을 대고 있었지만 스테인리스기판과 e-ink필름을 이용한 플렉서블 전자종이 분야는 시장이 전혀 형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새로운 도전이라 생각하고 개발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자종이는 LCD와 유사하게 유리 기판을 아주 얇게 펴서(일반적으로 0.63mm) 만드는 방법과 76㎛(마이크로미터·백만분의 1m 단위) 두께의 스테인리스 판을 이용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유리를 얇게 펴서 만드는 전자종이는 휘기는 하지만 충격에 약해 쉽게 깨지고, 습도와 빛, 열에 약한 데 반해 스테인리스의 경우 충격에 강하고 자유자재로 휘게 하거나 둥글게 말 수 있다. 또 1000℃의 열까지 견딜 수 있어 유리를 이용한 것보다 진화된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전자종이가 대부분 유리를 이용한 것인 데 반해 LG디스플레이의 전자종이는 스테인리스기판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얇은 스테인리스기판에 잉크 기능을 하는 e-ink필름을 붙여 만드는데, e-ink필름이 종이로 인쇄한 듯한 효과를 낸다.

박 책임연구원은 “하얀 종이에 검은 잉크를 뿌려 글자와 그림을 표현하는 잉크젯 프린터를 생각하면 됩니다. e-ink필름 속에는 검고 흰 직경 0.1mm짜리 ‘+극’과 ‘-극’ 성질을 지닌 마이크로캡슐이 들어 있습니다. 스테인리스기판에 ‘+극’과 ‘-극’의 전기를 가하면 스테인리스기판에 흐르는 전극과 반대성질을 가진 캡슐이 달라붙으며 남아 있는 캡슐의 색을 통해 텍스트와 영상이 표시되는 원리입니다.”



2004년 연구팀 만든 후 세계 최초 제품 계속 내놓아

전자종이의 역사는 10여 년밖에 되지 않는다. 1997년 MIT교수 제이콥슨이 설립한 e-ink사가 e-ink필름을 개발했고, 뒤이어 기존의 LCD를 휘거나 말 수 있을 만큼 얇게 만드는 기술이 나왔다. 2004년 일본 소니(SONY)가 e-ink를 이용한 6인치 크기의 전자책 ‘리브리에’를 내놓았고, 지난해에는 미국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이 인터넷에 접속해 e-book을 구입해 볼 수 있는 전자책 ‘킨들’을 출시했다. 엄밀한 의미에서 이들 제품은 전자종이가 아닌 전자책으로, 전자종이로 진화하기 위한 다리 역할을 했다. LG디스플레이에 전자종이 연구팀이 생긴 것은 2004년. 이들은 이듬해인 2005년 세계 최초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제품용 10.1인치 크기의 전자종이를 선보였다. 이때 상황에 대해 박 책임연구원은 “당시에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재료를 실험해 보는 성격이 컸다”고 설명한다.

“무엇이든 첫발을 딛기 전에는 이전 것에 대한 미련과 고정관념이 있게 마련입니다. 우리 회사 역시 ‘LCD 잘 만들고 있는데’라는 내부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먼저 ‘이런 게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했죠. 그래야 설득이 되니까요. 그게 2005년에 나온 시제품입니다.”

그 후 2006년에는 세계 최초로 14.1인치 크기의 컬러 플렉서블 전자종이를 내놓았고, 다시 CES에서 세계 최고 해상도의 전자종이를 발표한 것. 현재 개발된 컬러 플렉서블 전자종이는 빠르면 올해 말쯤 양산해 시장에 내놓을 계획. 전자종이가 보편화되면 신문이나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닐 필요 없이 언제든 원하는 때에 내용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전자종이가 개발됐다는 이야기는 많이 나왔지만 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것에 대해 박 책임연구원은 “지금까지는 대부분 전시용이나 기술 과시용으로 개발됐다”고 말한다.

현재 구부리거나 둥글게 말 수 있는 전자종이 상용화를 밝힌 곳은 LG디스플레이와 네덜란드 ‘폴리머비전’, 영국 ‘플라스틱로직스’ 세 곳이다. 이외에도 삼성과 소니, 샤프, 필립스 등 세계 최고의 전자 기업들이 플렉서블 전자종이 시장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박 책임연구원은 “인터넷을 이용하거나 영상물을 구현하는 기술은 이미 충분히 확보됐다”고 한다. 사용자들을 위해 보다 얇고, 견고하며, 실제 같은 색을 구현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 중이라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전자 기업들이 왜 전자종이 산업에 열을 올리고 있을까? LCD가 브라운관 TV를 시장에서 밀어낸 것처럼 가까운 미래에 전자종이가 LCD를 밀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전자종이는 전자뿐 아니라 출판, 제지, 광고, 언론 산업에 있어서 ‘새로운 경지’를 열 것으로 보인다. 박 책임연구원은 “전자종이는 새로운 시장과 대체시장이라는 두 시장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장 전자종이가 기존 LCD제품을 밀어 낼 순 없습니다. 노트북이나 휴대전화의 표면에 전자종이를 붙여서 사용하는 대체 시장이 먼저 형성 될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시장이 나타나면서 기존 종이의 영역이 무너질 것입니다. 나무를 가공한 펄프로 만드는 종이를 대체하면서 전자종이가 부각될 것입니다.”

아마존의 ‘킨들’은 두께 1.8cm, 무게 292g로,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수 만 권의 책을 어디에서든 쉽게 다운로드 받아 읽을 수 있게 했다. 전자종이 광고가 활발해지면서 광고시장도 변화할 수 있다는 것. 그는 10여 년 후 모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길을 걷다 신문을 읽고 싶으면 가방이나 주머니에 구겨 넣었던 전자종이를 꺼내 신문을 읽을 수 있죠. 학교에서 학생들은 공책 대신 전자종이 위에 수업 내용을 필기해 저장하는 모습이 일상풍경이 될 것입니다. 두꺼운 참고서나 커다란 신문 대신 A4크기의 전자종이가 인간의 지적 생활을 엄청나게 변화시킬 것입니다.”

디스플레이 전문 리서치 기관인 디스플레이뱅크는 플렉서블 전자종이 시장을 2010년 59억 달러, 2015년 120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 : 신규철
  • 2008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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