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로케이션 플러스’ 대표

촬영 장소를 헌팅하는 남자

TV 드라마나 CF, 영화에서 배경이 인상적인 장면을 보면 “저긴 어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로케이션 플러스’ 대표인 김태영 씨(35세)라면 쉽게 대답해 줄 것이다. 영화, 드라마나 CF 콘셉트에 딱 어울리는 곳을 골라 장소 섭외에 진행까지 하는 ‘로케이션 매니저’이기 때문이다.

“영화 시나리오나 CF 콘티 등 텍스트로 된 것을 영상 이미지로 만들 때 그 배경이 될 만한 촬영 장소를 찾아내는 게 저희 일입니다. 섭외부터 촬영 팀이 현장에서 문제없이 진행하도록 전반적으로 돕는 일까지 합니다. 스태프 중 저희가 ‘현장에 가장 먼저 가서 가장 늦게 나오는 사람’이죠.”

올해로 로케이션 매니저 6년차인 그는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로케이션 매니저의 입지가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을 때 그는 대학 동기 2명과 의기투합, ‘로케이션 플러스’라는 이름을 내걸고 회사를 차렸다. 그리고 체계적인 마케팅을 하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500만 원씩 갹출, 창업자금 1500만 원으로 숙명여대 입구에 있는 건물 지하에 24㎡ 정도 되는 사무실을 얻고 카메라 3대와 컴퓨터 2대로 일을 시작했다.

“사진을 전공한 데다 졸업 후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기업 홍보물을 만들어 봤기에 이 일에 접근하기가 수월했어요. 얼마 안 가 CF 업계의 로케이션 일 중 80%를 장악할 수 있었죠. 그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드문 때였으니 저희가 신선하게 보였겠죠.”

세 살 연상의 아내는 창업 멤버. 일하다 정이 들어 결혼까지 하게 됐다고 한다. 눈치만 보고 있다가 회사 자금 사정을 고려해(?) 계좌통합 차원에서 프러포즈했다고 우스갯소리로 설명한다. 세 살과 5개월 된 아이 둘이 있는데, 내내 지방을 돌아다니는 데다 새벽 촬영이 많고 쉬는 날이 거의 없어 가족들과 오붓하게 보낼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다고.

“3년이 안된 제 차의 주행거리가 16만km를 넘어요. 그만큼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죠. 촬영 팀의 식사 장소까지 찾아내 진행하다 보니 시간이 부족해 정작 저는 차 안에서 육포나 비스킷, 커피 등으로 끼니를 때울 때가 많아요.”

새로 찾아간 장소 열 군데 중 한 군데만 건져도 행운일 정도로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 일. 그런데 기껏 찾아낸 장소라도 촬영이 불가능한 경우가 다반사다. 이 일을 하려면 인내심과 집중력이 필수덕목이란다. 공문을 보내도 촬영허가가 떨어지지 않을 때는 도둑촬영을 감행하기도 하는데, 이때 사고가 일어나면 전적으로 로케이션 매니저의 책임이기 때문에 현장의 안전까지 챙겨야 한다고. 콘티의 특성상 길에서 촬영을 감행하다 수백만 원의 벌금을 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방 촬영인 경우 촬영 팀이 숙박할 장소까지 섭외해 놓아야 하죠. 주민들 민원도 신경 써야 하니 군청 직원과 협조해 마을회관에서 주민 잔치를 열기도 합니다. 로케이션 매니저를 단순히 장소만 섭외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입니다. 현장에서 주변 상황을 점검하면서 그때그때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등 촬영 환경을 만드는 전반적인 일을 모두 해야 하니까요.”


촬영 장소에서 생기는 일
모두 책임지는 ‘해결사’


시비가 붙는 일도 생기기 쉬워 현장에서는 절대 큰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그의 철칙. 그는 친화력이 있는데다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애쓰는 편이라고 한다. 인적이 드문 산길을 며칠 동안 홀로 다니거나, 빈 건물을 들락거리다 보면 무섭고 외로울 때도 있지만 기쁜 마음으로 일을 즐기려고 한다고. 대학 때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다니던 여행을 떠올리며 로케이션 헌팅이 아니라 좋은 사진을 찍으러 왔다고 생각하면 일의 재미와 보람이 더 크다고 말한다.

얼마 전 그는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 영상위원회와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이 주관한 ‘제1회 영화촬영지 사진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 외 크고 작은 공모전에서 네 차례나 수상했을 만큼 영화 촬영지를 사진으로 담아내는 데는 도가 텄다. 타고난 감각에 부단한 노력까지 더해져서일까. 김태영 씨는 그동안 CF, 뮤직비디오, 지면 광고 스틸, 영화, 케이블TV 드라마까지 모든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에서 전문가로 승승장구해 왔다.

임권택 감독이 출연한 파브, 박찬호 선수가 등장한 국민카드, 한국투자증권, 애니콜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CF들이 그가 찾아낸 장소를 배경으로 촬영했다. 덕분에 영화로도 영역을 넓히게 되었고, 작년에 개봉한 <타짜>를 시작으로 현재 개봉을 앞두고 있는 두 편의 영화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타짜>에서 백윤식 씨가 연기한 평경장의 집은 군산이에요. 한옥을 찾아달라고 했는데 저는 도리어 일본 집 느낌의 가옥을 추천했죠. 영화 <청연>에도 등장했던 바로 그 집입니다. 고니의 집으로 나왔던 판자촌은 군산 해망동에서 찾았고요.”

서태지의 라이브 와이어(Live Wire) 뮤직비디오 역시 기억에 남는 작품. 파주 출판 단지에 서태지의 팬 5000명을 모아 8차선 도로를 막고 진행한 이 뮤직비디오는 규모면에서 가히 압도적이었단다.

“추가 촬영은 한남대교 확장공사 구간에서 이루어졌는데 건설 안전본부 교량관리부의 허가를 받아 어렵게 진행했죠. 한남대교 진입하는 차들이 뮤직비디오 촬영을 구경하느라 서행하면서 정체가 심해져 경찰들이 교통정리를 해줬을 정도니까요.”


그가 촬영 장소 선택을 위해 사진으로 찍어 보관하고 있는 사진은 어림잡아 60만 장. 그의 컴퓨터를 보니 서울의 건물과 옥상까지 하나하나 폴더별로 분류되어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다. 평소 여기저기 다니며 카메라에 담아 두었다 의뢰를 받는 대로 그중 딱 어울리는 장소를 찾아주는 것. 그 사진 한장 한장이 자산이란다.

쉴 때도 인테리어, 건축, 여행 잡지 등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영화와 드라마를 볼 때면 ‘어디서 찍었나’ 엔딩 크레딧까지 꼼꼼히 챙겨 본다. 무의식중에도 그의 눈은 아름답고 이색적이고 좋은 장소를 찾아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인다. 하루 10시간씩 운전하면서도 눈으로는 바깥 풍경을 절대 놓치지 않는 게 습관이 된 지 오래다.

“그렇게 알아낸 곳이 촬영지로 처음 쓰이고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면 뿌듯하죠. 숨겨진 장소를 많이 알다 보니 지인들이 여행을 갈 때면 꼭 전화를 걸어와요. 그러면 저는 ‘누구와 어떤 목적으로 갈 것인지’부터 알려 달라고 한 다음 조언을 하죠. 마치 촬영을 위한 로케이션 헌팅을 할 때처럼 말이에요.”

이제 ‘로케이션 플러스 차이나’를 통해 중국 현지로까지 무대를 넓히고 있는 김태영 씨. ‘천직’이라 할 만큼 로케이션 매니저라는 직업에 잘 어울리는 그가 앞으로도 자신의 일을 즐기며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진 : 이창주
여행지 사진 : 김태영





▣ 로케이션 매니저가 추천하는 올가을 최고의 여행지

주왕산 주산지

삼성전자 파브 ‘임권택 편’에 등장한 곳. 강렬하고 절제된 영상과 함께 고뇌하는 거장의 모습이 대비되는 이 CF를 촬영한 곳은 바로 주왕산 주산지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촬영장소로 유명하다. 주왕산 남쪽 자락에 자리한 호수에는 150년생 능수버들과 30수의 왕버들이 자라고 있다. 동양적인 절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찾아가 볼 만한 곳.


위치 경북 청송군 부동면 상의리 333-1 주왕산 국립공원 | 문의 054-873-0014 |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서안동 나들목 IC-34번 국도-안동-청송-주왕산 국립공원 내 주산지(서울에서 3시간 30분 소요)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

한국타이어 광고를 촬영한 곳. 아침 햇살을 받으며 젊은 남자가 전나무 숲길을 조깅한다. 그 옆으로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가지만 너무 조용해 남자는 눈치 채지 못한다. ‘소음 없는 타이어’를 콘셉트로 한 이 광고에 등장한 곳은 오대산 월정사 입구 전나무 숲. 끝없이 펼쳐진 전나무 숲의 고요함은 태곳적 신비를 느끼게 한다. 단풍 드는 10월에는 더욱 아름다운 곳. 영화 <가을로>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인근에 위치한 대관령 양떼목장도 둘러볼 만한 곳.


위치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간평리 | 문의 033-332-6661 |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진부ic-국립공원 오대산 입구-200m 지점(서울에서 2시간 20분 소요)


거제도 바람의 언덕

너무 아름다워 언젠가 쓸 촬영 장소로 찜해 놓은 곳. 바람 부는 언덕의 벤치에서 하염없이 굽이치는 바다를 보며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고 싶은 연인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장소다. 단 거센 바람에 헤어스타일이 망가질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할 것!




위치 경남 거제시 남부면 | 문의 한려해상국립공원 관리소 055-863-3521 | 가는 길 부산-남해고속도로-서마산IC-국도14호-통영-거제-남부면 해금강 입구 / 서울-경부고속도로-대전ㆍ통영간고속도로-통영-거제-남부면-해금강 입구(서울에서 4시간 30분 소요)


원당종마목장

배우 이정재가 화장품 냉장고 광고를 촬영한 곳. 드넓은 초원의 종마목장에서 여자친구에게 선물을 주는 로맨틱한 장면이었다. 영화나 TV 드라마에서도 자주 소개된 원당종마목장은 도심에서의 접근이 용이해 가족들의 소풍장소로 적당한 곳. 하얀 목책과 드넓게 펼쳐진 초원, 파랗고 높은 하늘이 대비되어 한 폭의 풍경화다. 초지 사이로 구불구불 오솔길이 나 있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사랑받고 있으며, 종마목장으로 가는 길에 있는 ‘서삼릉 오솔길’ 또한 트래킹 코스로 일품이다. 매주 화요일과 국경일은 휴무.


위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38-72 | 문의 031-966-2998 | 가는 길 서울-자유로 고속도로-원당IC-농협대학-원당종마목장(서울에서 1시간 소요)


격포항 등대

KCC 광고에서 농구선수 허재가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패러디해 등장한 곳.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작은 항구로 눈부시게 아름답다. 밀물 때는 바닷물이 항구 전체를 그득히 채우고, 썰물 때는 방파제 바닥까지 드러낸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경치 좋은 곳에 펜션들이 자리 잡고 있다. 격포항 입구에 있는 ‘불멸의 막걸리’도 한 사발 마셔 볼 만하다.


위치 전북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 | 문의 부안군청 063-580-4191 | 가는 길 서울-부안-변산반도-격포-격포항(서울에서 4시간 소요)


신두리 해수욕장

LG싸이언 광고에서 김태희와 원빈이 “자장면 먹을까, 스파게티 먹을까?” 티격태격 말다툼을 벌이던 곳이 신두리의 사구해안. 가비앤제이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무리 지어 달리는 승마 마니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이국적이면서 드라마틱하다. 사구해안이 환경보존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청정한 자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위치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 문의 041-670-2544 | 가는 길 서울-서해안고속도로-서산IC-태안-신두리 해수욕장(서울에서 3시간 소요)
  • 200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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