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훈 예림당 사장

1000만 부 팔린 어린이 과학학습만화《Why?》시리즈의 성공 비결

어린이 책은 아이들이 보고 싶어 하는 책과 부모가 사주고 싶어 하는 책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르다. 어린이들을 과학의 세계로 이끄는 교육적인 내용, 즉 ‘부모가 아이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인 동시에 아이들이 내용을 줄줄 외워 말할 정도로 좋아하는 책이기도 하다. 그 때문인가. 최근 이 책의 판매가 1000만 부를 넘겼다. 《해리 포터》 같은 외국 번역 서적이 아닌, 순수하게 우리나라에서 기획한 책이 이런 기록을 세운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도서출판 예림당이 2001년 7월 첫 권을 낸 이래 이제까지 30권을 출간한 과학학습만화 《Why?》 시리즈. 환경, 사춘기와 성, 날씨, 지구, 공룡, 발명-발견, 화석, 남극-북극, 똥, 로봇, 독 있는 동식물, 로켓과 탐사선, 동굴 등 세분화된 주제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50권까지 낼 계획으로 계속 출간 중이다. 《똥》 편의 경우, 주인공이 똥을 찾아 여행을 떠나면서 똥이 나오는 소화 과정, 똥의 성분과 쓰임새, 똥을 먹는 동물, 화장실의 유래 등을 재미있게 소개하는 식이다. 만화뿐 아니라 사진, 세밀화까지 동원돼 아이들의 이해를 돕는 게 특징. 아동 작가가 원고를 쓰고 그걸 바탕으로 대본을 짠 후 만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사진작가의 사진과 화가의 세밀화가 곁들여진다. 게다가 책 내용을 그 분야 전문가가 철저히 감수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책 한 권 만드는 데 보통 1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1000만 부 판매라는 대기록을 세운 예림당의 나성훈 사장을 강남구 삼성동 예림당 본사에서 만났다. 37세, 경영에 참여한 지 6년 된 젊은 사장이었다. 1973년 예림당을 창립한 나춘호 회장의 장남. 그는 젊고 공격적인 경영으로 예림당을 발전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버지가 처음 예림당을 만드실 때는 서점에서 파는 어린이 책이 없었어요. 전집류를 방문판매하는 식이었죠. 아버지도 방문판매를 하는 외판원으로 어린이 책과 인연을 맺으셨어요. 실적이 좋아 영업부장까지 올라가셨지만, 출판사를 차리겠다고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오셨죠.”

예림당은 한 권 한 권 책을 공들여 만들며 어린이 책에도 단행본 시대를 연 출판사로 평가받고 있다. 예림당으로 인해 서점에 아동 코너가 생겼다 할 정도. 나춘호 회장은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책이 뭘까’ 고심하며 처음에는 혼자 기획ㆍ편집ㆍ제작ㆍ영업까지 1인 4역을 하며 책을 냈는데, 서점이 선금을 주면서 물량을 확보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1980년대에는 그림책의 내용을 성우가 연기하듯 낭독하는 테이프를 곁들인 《이야기 극장》 시리즈 50권을 펴내 4700만 부라는 경이로운 판매 기록을 세웠다.



출판 기획은 독자가 뭘 원하는지 파악하는 데서 시작

나성훈 사장이 예림당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1996년부터다. 그전까지는 컴퓨터에 미쳐 있었다고 한다. 대학을 다니다 말고 친구들끼리 컴퓨터를 조립-판매해 쏠쏠하게 돈을 벌었다. 그 후 소프트웨어 개발에 매달렸는데 드는 비용에 비해 이익이 별로 나지 않았다. 사업을 정리하고 대학에 복학했는데, 4학년 2학기 때 아버지가 불렀다.

“회사에 회계를 볼 사람이 없으니 도와 달라”고 하셨다. 이거 해라, 저거 해라 간섭하시는 분이 아니어서 거역할 수 없었다. 그에게 아버지는 존경스럽고도 어려운 분이라고 한다. 그 후로도 아버지는 어느 부서에서 사람이 모자란다 하면 그를 보냈다. 회계에서 영업, 제작까지 ‘뺑뺑’ 돌았는데, 정작 편집 팀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다고 한다. 2000년 그는 회사를 나와 따로 출판사를 차렸다. ‘우리 애가 볼 책을 내 손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생각이었다.

“책 한 권 만들고, 다시 아버지한테 불려 왔지요. 그 책은 예림당 이름으로 나왔고요.”

2001년 전무이사로 돌아온 그는 그때부터 예림당의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Why?》가 어떻게 성공한 것 같은가?” 물으니 “모르겠습니다. 운이 좋았겠죠”라고 그는 대답한다. 그러나 그의 설명을 듣다 보니 독자들의 요구와 시장을 정확히 읽어 낸 데 성공 비결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Why?》는 예림당에서 이미 펴냈던 《지구는 왜?》 《우주는 왜?》 《인체는 왜?》 등 과학학습 만화 《왜?》 시리즈를 근간으로 만들어졌다. 10권으로 나온 이 시리즈 역시 1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그는 “《왜?》를 만든 노하우를 바탕으로 했기에 《Why?》가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왜?》의 내용을 더 세분화하면서 제목도 《Why?》로 바꿨다.

“서점을 찾을 때 ‘《지구는 왜》 있어요?’라고 묻는 것보다 ‘《와이 지구》 편 있어요?’라고 묻는 게 더 자연스럽잖아요?”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협업으로 1년 이상 공들여 만든다는 점도 히트 요인이다. 《Why?》가 성공하면서 다른 출판사들도 비슷한 책을 내고 있지만, 그 점에서 쉽게 따라오지 못한다고 한다. 《Why?》가 1000만 부를 돌파한 것을 ‘마케팅의 승리’로 보는 시각도 있다. 15권까지 내놓았던 2003년, 홈쇼핑에서 판매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 홈쇼핑 판매를 시작한 것에 대해 그는 “처음에는 안 팔려도 그만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전국에 1시간씩 우리 책을 방송하는 것이니, 이만한 광고가 어디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었죠. 반품이 거의 없다는 점도 매력적이었고요”라고 한다. 서점과 온라인 판매, 홈쇼핑으로 판매망이 다변화하면서 매출은 죽죽 상승곡선을 그렸다.

“서점에서 한 권 두 권 저희 책을 사 보다 홈쇼핑 광고를 보고 세트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Why?》는 2004년과 2006년 연속해서 한국 교육산업대상에서 대상을 받을 정도로 내용을 인정받았고, 해외시장에서도 호평 받아 중국ㆍ대만ㆍ태국ㆍ프랑스 등지에서도 번역 출간되고 있다. 처음 예림당에서 일을 배울 때 아버지가 이 부서 저 부서로 ‘뺑뺑’ 돌려 불만도 있었지만, 그것이 그에게는 큰 자산이 되었다 한다. 영업사원으로 서점에 책을 갖다 주러 갈 때마다 그는 서점 직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새로 나오는 책의 제목이나 표지를 무엇으로 할지 자문도 구했다. 독자들과 가장 많이 접하는 서점 직원이 트렌드를 꿰뚫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요즘도 그는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독자들이 원하는 책을 기획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소비자의 수요와 반응을 신속하게 읽기 위해 서점 ‘예림문고’를 운영하고, 어머니 모니터 요원 100명으로부터 자문을 받는다.

창립한 지 34년 된 예림당은 어린이 전문 출판사 중 ‘원로’에 속하지만, 그가 경영을 맡은 다음 회사 분위기는 젊어지고 있다. 연초에 목표를 정해 놓고 달성되면 매년 11월 전 직원 120명이 단체로 해외여행을 떠나는데 모두들 그때를 기다린다는 것. 연봉에도 인센티브제를 도입했다. ‘출판사 다니면서 자신이 만들고 싶은 책 하나쯤은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하면서 부서를 막론하고 창고 직원까지 기획안을 낼 수 있게 했다. 고인 조직은 매너리즘에 빠진다는 생각에 팀 구성도 수시로 바꾼다.

그는 “출판사는 사람이 전부인 회사인 만큼 그들이 열심히 일하게끔 신바람을 불어넣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때문인가. 예림당에서 나오는 신간은 한 해 200종류 정도. 공휴일을 빼면 거의 매일 새로운 책이 나오는 셈이다. 야근을 하지 말라고 그렇게 강조해도, 자발적으로 늦게까지 일하는 직원이 많다고 한다.

“책 나오는 거야 하루 이틀 늦어도 괜찮은데…, 저녁 9시까지 야근한다 해도 저녁 먹는 시간 빼면 정시 퇴근보다 1시간 정도 더 일하는 거잖아요? 별로 효율적이지 않다고 농반 진반으로 ‘일 못하니까 야근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요.”

그러는 그도 이래저래 집에 일찍 들어가지는 못한단다.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듯이 아이들 얼굴 마주 대할 시간이 별로 없다고. 초등학교 1학년과 다섯 살인 그의 아이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아버지가 만들어 가져온 신간을 친구들에게 자랑할 때란다.

사진 : 장성용
  • 200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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