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숙ㆍ전경숙 코카롤리 부부 CEO

남대문 도매상으로 일본 시장 먼저 진출했죠

저희 집에는 옥탑 방에 살던 시절 집이 물에 잠겨 얼룩이 진 가족사진이 하나 있어요.
지금도 일부러그걸 벽에 걸어 두고 있습니다.
어려운 시절, 남대문 시장에서 장사를 처음 시작하던 그때의 마음, 그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요.
한 해에도 수없이 많은 의류 브랜드들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요즘, 론칭 초기부터 20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브랜드가 있다. 일본풍 섹시 스타일을 주요 콘셉트로 한 ‘코카롤리(Corcaroli)’가 바로 그것. 3년 전 여성의류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코카롤리는 무서운 기세로 성장을 거듭하며 현재 전국의 주요 백화점은 물론 명동, 압구정동 등지에 모두 5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코카롤리를 탄생시킨 대일(對日) 의류 수출업체 (주)케이엔튜울립의 김영숙 회장(57세)과 전경숙 사장(46세). 부부인 두 사람은 의류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남대문시장 의류 도매상을 거쳐 무역회사, 고유 브랜드 론칭까지 지난 20년간 꾸준히 사업을 키워 왔기 때문이다.

의류에는 문외한이었던 김영숙 회장이 의류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부인 전경숙 사장 덕분이었다. 경남 거제의 유복한 가정에서 나고 자란 김영숙 회장은 젊은 시절, 조명, 운송업, 판촉물 등 다양한 사업에 손을 댔지만 모두 실패했다고 한다. 결국 갓난아기와 함께 단칸방으로 집을 옮기게 되면서 전업주부였던 전 사장이 남대문시장 의류 도매상으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결혼 전 일본 복장학원에서 3년간 공부했던 경력이 있던 터라 자리를 잡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장사는 처음이었지만 전 사장은 당시에도 독특하고 파격적인 디자인을 종종 선보였고, ‘특이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일본 바이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때 일본 시장은 아줌마용과 젊은 여성용으로 패션 시장이 양분되어 있었어요. 저는 그 두 가지를 적절히 섞은 디자인의 옷을 만들었는데, 뜻밖에도 그게 시장에서 아주 반응이 좋아 주문이 밀려들었죠. 일이 너무 많아 남편은 판매를, 저는 생산을 맡아 정말 바쁘게 뛰었어요. 그러다 규모가 커지면서 본격적으로 무역업에 진출하게 된 거죠.”

전 사장은 “직접 디자인한 옷을 팔기도 하고, OEM 형식으로 만들기도 하면서 의류 생산에 대한 노하우와 감각이 쌓였고, 이때부터 브랜드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고 한다.

코카롤리는 2005년부터 SBS와 함께 슈퍼모델대회를 주관해 오고 있다.
“디자인력이나 기술력은 충분하다고 판단했어요. 결정적으로 일본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면 우리나라에서도 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어느 정도 자신감도 있었고, 준비도 오랜 기간 철저히 했지만 그래도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어요.”

코카롤리 탄생 과정을 설명하며 전 사장은 “초기에는 브랜드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시도한 적절하고 다양한 마케팅은 코카롤리의 성공 요인 중 하나. 2005년부터 SBS와 함께 슈퍼모델대회의 주관사가 된 것이 그 좋은 예다. 아이디어를 직접 낸 김 회장은 “해마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결과는 대만족”이라면서 “비교적 빨리 유명세를 탔고, 그 덕에 백화점 입점도 수월했다”고 덧붙인다.

슈퍼모델대회 진행위원 및 후보들과 함께.

국내와 일본 시장 함께 공략

코카롤리가 국내 시장에서 이처럼 선전하는 동안 케이앤튜울립은 여전히 대일무역 분야에서 꾸준히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작은 것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 일본 바이어들의 마음을 얻은 덕분이다.

“저희는 무역 관련 업무를 세 개 법인으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비중이 큰 메인 바이어를 전담하는 곳이 있고, 나머지 거래처들도 경중을 나누어 각각 전담 사업부를 따로 둔 것이죠. 바이어들에게 ‘나만 바라보는 회사’라는 인식을 심어 주는 데 효과적이고, 일처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동안 바이어들과 쌓은 신뢰가 우리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이라는 김 회장은 납기일을 생명처럼 여긴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약속한 날짜를 맞추기 위해 전경숙 사장이 직접 옷 보따리를 들고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공항에서 옷만 전해 주고 곧바로 돌아온 일도 부지기수. 최근에는 집을 신축하면서 게스트하우스를 별도로 마련했다. 일본 바이어들의 한국 방문 때 숙소로 제공하기 위해서다. 10년 이상 된 사업 파트너가 많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바이어들에게 쏟는 정성은 직원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이직이 잦은 의류업체의 특성을 감안, 3년간 근속하면 장기근속을 축하하며 1000만 원을 현금으로 준다. 매달 10만 원씩 직원 부모님의 계좌로 ‘용돈’을 입금해 직원들을 감동시키기도 한다. 직원 식당을 두고 점심, 저녁을 모두 제공하는가 하면 창립기념일이면 협력사들까지 모두 초청해 성대한 기념식을 치른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두 사람은 나눔 경영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현재 수입의 1%를 선교자금으로 적립하고 있으며 금액이 어느 정도 모아지면 불우 청소년들을 위해 쓸 계획이다. 한국복지재단과 연계한 소년소녀 가장 돕기를 꾸준히 하고 있고, 지역 내의 소년소녀 가장과 독거노인을 돕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어렸을 때 집안 어른들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쌀을 퍼주는 모습을 보며 자라 나누는 것이 몸에 배었다”는 김 회장은 “사업 실패를 여러 번 겪으며 삶이라는 것은 욕심만 가지고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웃었다. “저희 집에는 옥탑 방에 살던 시절 집이 물에 잠겨 얼룩이 진 가족사진이 하나 있어요. 지금도 일부러 그걸 벽에 걸어 두고 있습니다. 어려운 시절, 남대문시장에서 장사를 처음 시작하던 그때의 마음, 그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요.”

김 회장의 말에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전경숙 사장. 부부는 일심동체라 했던가. 사업에서도 나눔에서도 손발이 척척 맞는 두 사람은 올해 안에 코카롤리 매장을 60개로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장수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현재 코카롤리의 후속타가 될 또 다른 브랜드를 구상 중이라고 하니, 의류시장에 조만간 또 한 번의 돌풍이 몰아칠 것 같다.

사진 : 이창주
  • 2007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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