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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소리’를 세계 음악으로 만든 독일 전위음악가

알프레드 하르트

“유럽의 현대 전위음악 계보에서 그를 빼고는 한 발자욱도 나아갈 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전위음악가 알프레드 하르트 씨(47세). 그는 드로잉, 사진, 비디오, 설치미술 등 영역을 넘나드는 예술가로 Poly-Stilist(폴리스틸리스트)라 불리기도 한다. 이 독일 예술가의 집은 서울 연희동에 있다. 2002년 한국인 아내인 화가 이순주 씨와 서울에 정착한 것. 그 후 그는 예술적 영감을 주로 ‘한국’에서 얻는다. 한국을 주제로 〈알프레드 하르트 이십삼〉 〈눈〉 〈서울우유Seoul Milk〉 등 앨범을 발표해 유럽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Seoul Milk는 서울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의 소리를 담았습니다. 한국 자체가 현대미술인 것 같아요. 한국 땅에는 속에서 불쑥불쑥 올라오는 에너지 덩어리가 있어요. 모든 것이 신비하죠. 평화로우면서도 활기차고.”

〈Seoul Milk〉는 200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북 페어 기간 중 독일 라디오 방송을 통해 먼저 소개되었다. ‘이것은 유럽에 보내는 서울의 소리 모음입니다’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앨범에 대해 독일 음악잡지 <프랑크푸프터 론트샤우>는 “파워 있는 플레이어 알프레드 하르트는 한국에 있는 동안 불(열정)을 간직한 채 고요함이 응축된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영국의 음악잡지 〈wire〉 최근호도 그의 새 앨범에 담긴 한국적 색채와 그의 근황을 소개했다. 그의 앨범 재킷에는 나전칠기와 고지도 등 한국적 색채가 가득하다.

“15살 때 부모님께 색소폰을 선물 받았는데, 손잡이에 자개가 박혀 있었어요. 그 빛에 반했죠. 한국에는 아름다운 자개가 널려 있어 놀랐어요.”

그들의 연희동 집에는 틈날 때마다 벼룩시장을 뒤져 모은 나전칠기 가구나 소품들로 가득하다. 그는 서울 이곳저곳을 찍은 사진으로 2004년 독일의 화랑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예술가에게 한국은 끊임없이 영감을 제공하는 샘물같아 보였다.

아내 이순주 씨(오른쪽)와.

한국인 화가와 결혼, 서울에 정착

알프레드 씨와 이순주 씨가 처음 만난 것은 1992년 겨울. 이순주 씨는 당시 프랑크푸르트 국립미술대학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었고, 알프레드 씨는 연주자로 초대받았을 때였다. 얼마 후 카페에서 다시 만났고 만난 지 3년 만에 결혼했다. 알프레드 씨는 자신은 조심스럽고 차분한 성격인 반면, 아내는 저돌적인 성격의 세상에 둘도 없는 캐릭터라 소개한다. 알프레드 씨는 아내와 처음 만난 날을 잊지 않고 꽃을 사와 기념하는 세심한 남편. 아내인 이순주 씨는 남편에 대해 생활과 일이 분리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한다. 드로잉을 하거나 사진을 찍고 비디오 작업을 하고 소리를 만드는 것이 노는 것이자 일, 생활이라는 것. 두 사람 작업실은 이순주 씨가 직접 리모델링했는데, 서로의 작업 공간을 존중하기 위해 1층과 4층은 남편의 작업실, 2, 3층은 자신의 화실로 꾸몄다. 탁 트인 창문 너머로 연세대 캠퍼스와 산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다.


집 근처 봉원사는 알프레드 씨가 자주 찾는 곳. 잿빛 승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봉원사 스님이 그의 손금을 보더니 “당신은 전생에 한국인이었소!”라고 하더란다. 그래서인가, 어릴 적부터 동양문화에 끌렸다는 그는 판소리가 그렇게 좋단다.

“판소리는 재즈와 같아요. 애절한 블루스가 깊게 깔린 소리를 하는 소리꾼은 블루스 싱어지요. 또 북소리는 얼마나 드라마틱하고요. 예측할 수 없는 것, 잡을 수 없는 것을 담는 게 음악이잖아요. 소리 이상으로 소리와 소리 사이의 쉼, 긴장감이 중요한데, 판소리는 그걸 잘 살리고 있어요.”

이렇게 좋은 문화유산을 두고 서양의 대중음악을 무조건 따라가는 우리의 현실을 그는 안타까워했다. 알프레드 씨의 친구들인 ‘괴물들’(아내 이순주 씨는 한국문화에 미친 남편 친구들을 이렇게 부른다.)은 두루마기를 입고 다니기도 하는데, “김소희 명창의 소리를 들어 봐라. 더 깊은 맛을 느낄 것”이라며 추천하더란다. 이들은 삼국사기까지 읽으며 한국문화에 몰입한다.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한 알프레드 씨는 음악으로 영역을 넓힌 후 크리스 커틀러와 캐시버 브뢰츠만, 존 존, 프레드 프리스, 데이빗 머레이 등 세계 최고의 즉흥 연주자들과 무대에 서왔다. 무대 위에서 자유로운 에너지를 교감하면서 그 긴장감과 예측할 수 없음을 즐기는 게 프리 뮤직의 매력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강태환, 최선배, 박창수, 박재천, 계수정, 최창우, 김형태, 김규형과 소리꾼 장사익 등과 호흡을 맞춰 무대에 올랐다.

“장사익 선생은 김대환 선생 추모제 때 만나 인연을 맺었는데, 가끔 산책하다가 마주치기도 합니다. 최선배 선생은 정말 대단하신 분인데 한국은 훌륭한 음악가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아요. 오히려 일본에서 더 존경받지요. 한국은 숨은 진주를 못 알아보는 나라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5월 20일 도쿄돔에서 공연한 그는 실험적인 음악세계로 유명한 일본 뮤지션 오토모 요시히데와 함께 유럽투어와 뉴욕 공연을 앞두고 있다. 10월에는 최선배 씨와 부암아트홀에서 연주회를 열 예정.

“유럽과 아시아, 미국 등 세계 각지를 돌며 연주하고 강의도 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옛 유적지에서 연주하는 거예요. 달빛 비치는 유적지에서의 연주는 잊을 수가 없지요.”

‘모든 소리는 음악이다!’라는 게 그의 음악 철학. 바이올린 활로 도시락 모퉁이를 문질러 나는 소리 역시 그에게는 음악이다. 이 때문에 그를 ‘음악적 경계를 부수는 사람’, ‘예측할 수 없는 음악가’라 부르기도 한다. 그런 그가 한국에서 퍼올린 음악을 전 세계에 퍼뜨리고 있다.

사진 : 김선아
  • 2007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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