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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들의 스타일을 만드는 이영애의 ‘지인’

스타일리스트 마연희

10년 넘게 이런 생활을 하다 보니 체력이 달리는 건 사실이에요.
그래도 일 자체는 정말 재미있어요.
새로운 패션 스타일을 만들어 낸다는 데 보람도 느끼고요.
너무 바빠 개인적인 시간을 못 내는 게 좀 아쉬워요. 남자 만날 시간이 없으니, 결혼은 생각도 못하고 있어요.
닮아도 참 닮았다. 웃으면 반달이 지는 눈매며 갸름한 얼굴선, 차분한 인상까지, 친자매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요즘 한창 전파를 타고 있는 LG화학 인테리어 자재 광고에서 배우 이영애와 함께 등장하는 마연희 씨(37세) 얘기다. 광고가 나간 직후 그의 이름은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올랐을 정도로 두 사람의 닮은 모습은 한동안 화제였다. 그런데 직접 만난 마연희 씨는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이영애 같은’ 이미지였다.

“방송이 없는 날 함께 다니면 친자매로 오해받는 일이 많은데, 이제 둘 다 익숙해졌어요. 드라마 촬영 때는 한쪽에서 대기하고 있는 저에게 다가와 사인을 요청하는 사람도 더러 있고요. 예쁜 연예인이랑 닮았다는데, 저야 기분 좋죠. 영애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나이는 제가 한 살 위라서 영애가 언니라고 부르는데, 그냥 친구예요. 성격이나 취향도 비슷한 데가 많아 같이 있으면 참 편하고 좋아요.”

이번 광고 촬영은 두 사람의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광고 기획사 측의 제안으로 이루어졌다. ‘나를 잘 알아주는 사람, 나와 감각이 통하는 사람’이라는 콘셉트의 CF가 두 사람과 딱 어울린다고 판단한 것. 주변에서 부추기는 바람에 얼떨결에 응했다는 마씨는 “힘들었지만 재미있었고, 함께 일하는 연예인들의 고충을 이해하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고 한다.

“한다고 해놓고 후회를 많이 했어요. 콘티를 받아 보니, 생각보다 분량도 많고 대사도 많아서 당황스럽더라고요. 카메라 앞에 서니까 더 긴장이 되고, 대사도 뒤죽박죽되면서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서 NG도 많이 냈죠.”

두 사람이 모두 모델이었던 이번 광고 촬영 때도 이영애의 메이크업 담당은 여전히 그였고, 그는 카메라가 쉬는 틈틈이 화장을 고쳐 주는 직업의식을 발휘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요즘은 패션 스타일링에 주력하고 있어 메이크업은 거의 손을 뗐지만 영애만큼은 내가 직접 한다”는 그는 “영애도 다른 톱스타들과 달리 내가 여러 명의 연예인들과 일하는 것을 꺼리지 않고, 오히려 언니가 잘되면 나도 좋다며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말로 우정을 과시했다.

“마연희, 연희는 나의 10년 된 지인이죠”라는 이영애의 광고 속 멘트처럼, 실제로 그는 10년 전부터 이영애의 메이크업과 패션을 담당해 왔다. 현재 8명의 스타일리스트를 두고 있는 ‘M 스타일링’의 대표로 연예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소문난 실력파. 이태란, 하지원, 이다해, 최정원, 문근영, 이소연, 유선, 강유미 등이 그와 함께 일하는 연예인이다.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아 대구에서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학원 등록을 하면서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길에 들어섰다는 그는 처음에는 잡지, 광고 분야에서만 일했다. 방송과 인연을 맺은 것은 이영애의 메이크업을 담당하면서. 메이크업하는 틈틈이 혼자서 스타일링 공부를 했던 그는 이영애의 메이크업과 패션을 함께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었다. 드라마 <로맨스>의 주인공이 된 이영애를 위해 그가 시도한 것은 짧은 단발에 단아하면서도 어려 보이는 스타일. 방송과 함께 이영애의 남다른 패션 감각은 큰 인기를 끌었고, 스타일리스트인 그의 이름도 자연스럽게 연예인들 사이에 알려졌다.


<소문난 칠공주>의 이태란과 최정원 의상 동시에 담당

무엇보다 드라마 속 캐릭터를 생생하게 살려내는 패션 감각은 많은 연예인들이 그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이유다. 그 뒤에는 물론 남다른 노력이 있다. 그는 자신이 맡은 배우가 어떤 드라마에 캐스팅되면 그 대본을 배우보다 더 열심히 읽는다. 역할에 대해 배우만큼 파악하고 있어야 그에 맞는 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 여기에 배우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개성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능력은 그가 가진 최고의 경쟁력이다.

“그래서 저는 제가 맡고 있는 배우들이 같은 드라마에 출연할 때가 가장 난감해요. <소문난 칠공주>라는 드라마를 할 때 그랬어요. 이태란 씨와 최정원 씨가 모두 제 고객인데, 두 사람이 동시에 캐스팅된 거예요. 최악의 경우 어느 한쪽은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이태란 씨의 극중 역할이 군인이더라고요. 특별한 패션이 필요 없는 직업이어서 최정원 씨에게 집중할 수 있었죠.”

당시 드라마에서 ‘미칠이’ 역할을 맡은 최정원의 로맨틱하고 여성스러운 스타일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한동안 ‘미칠이 패션 따라잡기’ 붐이 일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오래전이기는 하지만 멋쟁이 주부들 사이에서 유행한 <불꽃>의 이영애식 패션이나 <장밋빛 인생>에서 선보인 이태란의 도회적인 스타일, <마이걸>의 이다해가 유행시킨 깜찍 발랄 레이어드 룩도 모두 그의 작품이다.


요즘은 더욱 일이 많아져 밥 먹는 시간, 잠자는 시간도 쪼개야 할 정도. 그의 하루 일과는 가히 살인적이다. 아침에는 대행사나 프로덕션과의 미팅을 통해 촬영 콘셉트를 잡고, 사무실로 돌아와 그에 맞는 의상을 생각한 뒤 다음 날부터는 협찬사나 백화점을 돌며 의상을 모은다. 이 작업이 끝나면 보통 저녁 7시. 간단히 저녁을 때우고 산더미처럼 쌓인 옷들 속에서 다음 날 촬영 신에 맞는 옷을 상의, 하의, 재킷 순으로 한 벌씩 맞추다 보면 밤을 새우기 일쑤다.

“10년 넘게 이런 생활을 하다 보니 체력이 달리는 건 사실이에요. 원래 건강 체질도 아닌데다 불규칙한 생활을 하니까 몸이 힘들 때가 많죠. 그래도 일 자체는 정말 재미있어요. 새로운 패션 스타일을 만들어 낸다는 데 보람도 느끼고요. 너무 바빠 개인적인 시간을 못 내는 게 좀 아쉬워요. 남자 만날 시간이 없으니, 결혼은 생각도 못하고 있어요.”

이날도 인터뷰와 촬영을 마친 시간이 저녁 7시 무렵이건만 그는 또 다른 스케줄이 있다며 바삐 일어섰다. 앞으로 그의 꿈은 메이크업, 스타일링, 피부 관리, 성형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뷰티 컨설팅 사업에 진출하는 것. 정작 그는 “돈이 없어 언제 할지는 모르겠다”고 했지만, 가능성은 충분해 보였다. 성실과 열정, 돈보다 더 중요한 자산을 지금 그는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사진 : 이창주
  • 2007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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