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폭발 플래시 애니메이션 그룹 오인용

왼쪽부터 장동혁, 정지혁, 장석조, 민상식, 천상민 씨.
그들은 산만했다. 어린 남자아이들을 풀어놓은 듯 스튜디오에 들어오자마자 이것저것 들여다보고, 만져 보고, 앉아 보며 각자 떠들어 댔다. 겨우 시간을 맞춰 인터뷰를 하기 위해 모인 자리라는 것을 잊은 듯 세상의 사물 하나하나에 관심을 보이고 즐거워했다. 이들이 ‘엽기’, ‘하드코어’라는 소리를 듣는 플래시 애니메이션 그룹 ‘오인용’이란 말인가. 오인용을 취재한다고 하자 20~30대 남자들은 “오인용? 많이 봤죠”라는 반응을 보인다. 하긴, 오인용은 자신들이 올린 작품의 조회 수를 6000만까지는 셌는데, 그 다음에 세는 것을 포기했단다.

“1억은 넘었겠지?” 하더니 다시 키득거린다. 블로그나 카페, 미니 홈피에 퍼가서 돌려보는 것까지 합하면 어마어마한 관객층일 것이다. 그 인기에 비해 수입은 많지 않았다. 그들이 작품을 올리는 인터넷 사이트(www.5P.co.kr)가 무료 접속이기 때문. 그러나 요즘은 지명도와 인기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등장인물들의 목소리가 벨소리로 팔려 히트하는가 하면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 캐릭터 상품, 뮤직 비디오, 단행본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면서 상품성이 커지고 있다.

웹 전용 저작도구를 활용해 비교적 손쉽게 제작한 후 인터넷에 올리는 플래시 애니메이션. 오인용은 우리나라 플래시 애니메이션에 새로운 장을 연 존재로 주목받고 있다. 신속하게 제작해 발표하고, 곧바로 네티즌의 가차 없는 평가를 받는 등 플래시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이슈를 그때그때 반영하는 것도 오인용의 특징이다. 오인용의 출발은 2002년 6월. 그해 봄, 대학을 졸업한 그들은 몇 달 직장생활을 하다 대책 없이 뛰쳐나와 뭉쳤다.

“궁극적으로는 극장 상영할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게 목표였습니다.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니까.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해진 뒤 이를 수익 사업으로 연결시켜 돈을 벌자고 했지요.”

다섯 명이 시작해 오인용이었는데, 여섯 명으로 늘었다 네 명으로 줄었다 다시 다섯 명이 됐다. 장석조, 장동혁, 정지혁, 민상식 씨에 게임개발회사에 있던 천상민 씨가 합류해 마케팅을 맡고 있다. 모두 계원조형예술대 애니메이션학과 출신. 군 제대 후 대학에 입학한 천상민 씨를 빼면 1978년생 동갑내기로, 1998년 입대해 군 생활을 했던 경험까지 공유한다. 히트작 <연예인 지옥>도 이런 공감대에서 비롯됐다.

“남자들은 제대를 해도 군대에 대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잖아요? 계속 꿈에 나타나고, 이야기하고.”

연예인 병역문제가 불거졌을 때 발표한 <연예인 지옥>. 스타들을 군대에 보내 고참 밑에서 가차 없이 ‘뺑뺑이’ 돌리는 애니메이션이 네티즌에게 대리 만족을 주면서 인기를 끌었다. 장석조 씨가 훈련병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면제받지 못한 자>는 최근 단행본 만화로도 출간됐다.


이들의 꿈은 어릴 적부터 만화가였다. “수업시간에 공부하기는 싫으니까 만화를 그렸다”는 이들은 애니메이션학과에 들어갔다.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직했는데, 지시에 따라 움직이면서 화석화되는 것을 견딜 수 없어 몇 달 만에 뛰쳐나왔다. “따분한 것은 정말 싫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점. 당시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캐릭터 상품으로 만들기 좋은, 귀여운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장석조, 정지혁, 민상식 씨는 대학에서 졸업 작품을 할 때도 한팀이 되어 단편 애니메이션 <교차로>를 만들었다. 지나가던 사람끼리 키스를 하고, 버스가 뒤집어지는 등 갑작스럽게 폭발하는 감정, 사건을 그린 작품. 이 애니메이션은 일본 NHK의 디지 어워드에서 그랑프리(해외 부문)를 받고, 홀란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초청되는 등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취직하고는 마음먹은 대로 작업을 할 수 없었다.


사이코 같은 놈들 많지만, 그래도 재미난 세상

이들은 지하 셋방을 얻어 놓고 합숙하면서 정신없이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 발표한 게 <식맨 아맨>. 먹을 것만 밝히고 자신만 아는 인물들이 사사건건 충돌하는 이야기다. 오인용은 그림뿐 아니라 목소리 연기까지 모두 소화하는데, 일단 녹음을 시작하자 입에서 거친 말이 마구 튀어나오더라고 한다. ‘아니, 내 속에 이런 게 있었나’하고 스스로도 놀랐다고. 이들은 극장용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의 목소리 연기도 맡았다.

오인용을 만나는 사람들은 애니메이션의 등장인물들과 실제 그들을 비교하며 “생각한 것보다 순하신 것 같다”고 말한다. 실제 그들의 생활은 거칠지 않다. 서른 줄에 들어선 나이에 비해 생기발랄할 뿐, “돈도 시간도 없어 술은 안 마신다”고 하니 건전하기 짝이 없다. 보통 애니메이션 한 편 만드는 데 보름 정도 걸리는데, 하루 17~18시간씩 매달려 있다 보니 너무 바쁘다고. 공짜로 쉽게 보니까 만드는 것도 쉬운 줄 생각하는 게 가장 섭섭하다고 말한다. 힘들게 만들어 올리면, 댓글로 신나게 비평하면서 당장 “다음 편은 언제 나와요?” 하고 조르는 게 네티즌이다.

“쌀과 감자 한 상자, 묵은 김치, 고추장을 들여놓고 사각팬티만 입은 채 여름 내내 함께 보낸 적이 있어요. 얼마나 작업에 파묻혀 있었는지 밖으로 나오니 춥더라고요. 그새 가을이 지나가고 있었어요.”

무료 사이트인데 접속자가 너무 많아 서버 용량을 늘리는 데 돈이 많이 든다고 한다. 엄청난 접속 수를 보면서 사이트를 유료화해 돈벌이할 생각은 없었을까? 그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유료화하면 접속자가 많이 줄겠죠. 게다가 돈 내고 보게 하려고 여자 옷을 벗긴다든가 야한 내용을 집어넣으려 하지 않을까요?”

그러더니 “난 여자를 그려도 자꾸 근육이 나와. 그래도 여자는 네가 예쁘게 그리지 않냐?” 하면서 다시 왁자지껄해진다. 이들의 아이디어 회의는 개그맨들과 비슷하다. 웃고 떠들면서 이야기하다 ‘이거 재미있겠다’ 하며 호응을 가장 많이 받은 게 작품으로 옮겨진다. 오인용을 둘러싸고 열렬한 마니아층과 안티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도 독특한 점이다. 그들 작품의 등장인물들이 우스꽝스럽거나 폭력적인데다 욕설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그걸 보고 “가식이 없다”고 좋아하면서 ‘욕설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네티즌도 많다. <중년 탐정 김정일>은 억지 추리로 엉뚱한 사람을 궁지에 몰아넣는 탐정이 주인공. <근성 오인용>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남자는 근성이다”고 외치며 엽기적인 내기에 맹목적으로 매달린다. 먹을 것까지 싸들고 들어가 ‘똥 오래 싸기’를 내기하는가 하면, ‘웃음 참기’를 하다 상대방이 방귀 소리에 웃음을 터뜨리자 사정없이 강타해 코피를 터뜨린다. 어처구니없다. 그런데 그게 “웃긴다”, “재미있다”, “통쾌하다”며 기분 나쁜 날이면 그들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기분을 푼다는 팬이 많다.


그들 작품에는 교훈이 없다. 별별 사이코 같은 놈들이 많지만, 그래도 재미난 세상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는 것. “뭐, 이런 애니메이션도 있을 수 있지 않나요?” 하는 게 그들 자세다. “난 주입식 교육이 정말 싫었어”라며 “뭔가 가르치려는 자세가 싫었다”고 한다. 내가 먼저 시원해지고 싶어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데, 그게 다른 사람들의 배설 본능을 채우며 대리 만족을 주는 것 같다고.

“왜 새치기하는 사람이나 극장에서 뒤통수로 화면을 가리고 있는 앞사람을 보면 화가 치밀잖아요? 그래도 꾹꾹 누르며 사는 사람들을 대신해 우리가 터뜨려 주니까요.”

이들은 “우리 사회에 무개념들이 너무 많아” 하더니 “좆나 까야 해”라며 다시 낄낄거렸다.

사진 : 이규열
  • 2007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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