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 사장 조영주

헤어ㆍ메이크업 : Beauty Salon 0809
‘쇼를 하라, 쇼.’

KTF가 지난 3월 전국 서비스를 시작한 새로운 WCDMA(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 브랜드 ‘쇼(SHOW)’가 이동통신 시장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 상대방 얼굴을 보면서 동영상통화를 할 수 있고, 국내에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세계 어느 곳에서나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WCDMA 서비스의 특징. 지난해부터 부분 도입되던 이 서비스를 정비해 먼저 대대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은 KTF다. 이제까지 수도권으로 제한되던 것을 전국 서비스로 확대하면서 값싼 전용 단말기를 보급, 포문을 열기 시작한 것.

‘쇼’가 우리 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융단폭격 광고로 소비자들을 파고들었다. TV를 켜면 어느 채널에서나 ‘쇼’ 광고가 흘러나올 정도. ‘똑같은 걸 하느니 차라리 죽겠다’던 작고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부활해 “쇼를 하라”고 외치는가 하면, 딸과 엄마가 얼굴을 보며 통화한다며 “보고 싶은 쇼네”라고 외친다. 코흘리개 어린이까지 광고를 흉내 내 “쇼를 하라”고 외치는 동안 가입자가 기하급수로 늘고 있다. 지난 4월 말, KTF는 “전국망 상용서비스 이후 48일 만에 ‘쇼’ 가입자가 40만을 육박했다”고 한다.

SK텔레콤에 눌려 ‘만년 2등’ 소리를 듣던 KTF가 3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기선을 제압한 듯 보이기까지 한다. 1등 SK텔레콤도 뒤늦게 전용 단말기를 내놓고 전국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수성에 나서고 있다. WCDMA 가입자는 아직 전체 시장의 1% 미만. KTF는 그러나 WCDMA 시장 선점이야말로 철옹성처럼 견고한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구도를 바꾸어 놓을 절호의 기회라고 여기고 사운(社運)을 건 태세다.

이 전투를 진두지휘하는 수장인 KTF 조영주 사장을 만났다. 조금의 여유도 없이 빽빽이 짜여 있는 그의 스케줄 그물망을 뚫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표지 촬영을 위해 스스로 ‘쇼’에 응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래 한 번도 바꿔 본 적 없다는 2대 8 가르마의 헤어스타일을 과감히 벗어던지기로 한 것. ‘쇼’가 추구하는 ‘젊음’과 ‘자유’를 콘셉트로 밝은 의상에 발랄한 머리 모양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그는 “보통 이발소에 가서 머리 손질을 하는데, 미용사의 손에 머리를 맡겨 보기는 처음”이라며 쑥스러워했다.

“우리 아이들이 늘 머리를 수세미처럼 부스스하게 하고 다녀 좀 빗고 다니라고 했는데, 지금 내 머리가 딱 그 모양이네요, 허허허. 생각보다 나쁘지만은 않은데요. 솔직히 가끔은 이렇게 파격적인 모습을 하고 싶은데, 만나는 분들의 눈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변신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체신부 공무원을 할 때부터 세월을 10년쯤 앞당겨 산 것 같아요.”

지난 3월 1일 전국망 서비스를 시작한 ‘쇼’ 가입자는 4월 말 현재 40만 명에 육박했다고 한다.

20여 년 외길 걸어온 통신인

경북 성주에서 태어난 조 사장은 대구 계성고와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현대건설에 근무하다 기술고시에 합격, 1980년 스물넷이란 젊은 나이에 체신부 사무관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부하 직원 대부분이 30~40대라, 그때부터 일부러 나이 들어 보이게 하는 게 몸에 배었다고 한다. 그는 한번 맺은 인연은 끝까지 이어 간다. 첫 직장생활을 하던 때부터 다니던 이발소를 지금껏 이용하고,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서울 장충동의 경동교회에 다닌다. 그런 그가 변화와 유행에 민감한 이동통신회사의 수장으로 혁신을 이끌고 있다는 게 놀랍다.


“무슨 일이든 옳다고 판단하면 모험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편입니다. 대기업에 다니면서 기술고시를 준비해 공무원이 된 것도 그랬고, 2000년 KT의 사업기획단장을 맡았을 때도 그랬습니다. 그때 미래의 통신시장은 WCDMA가 이끌 것이라는 신념으로 강하게 밀어붙였지요. 매일 사표를 가슴에 지니고 다닐 정도였으니까요.”

“지나친 출혈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쇼’에 사활을 건 것도 일단 결정하면 두려움 없이 밀어붙이는 그의 성격에서 나온 듯했다. 그는 “KTF는 ‘쇼’로 안정적 서비스를 선도하면서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커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다. 조용한 성품으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그는 지는 것을 지독하게 싫어하는 듯했다. 2005년 KTF 사장으로 부임한 후 그가 제일 염두에 둔 것이 직원들 사이 만연한 ‘만년 2등’이라는 패배의식을 불식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회사의 ‘허리’ 역할을 하는 차장-부장들을 특별교육해 그들이 아래위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게 했다. 도약할 기회를 노리다 ‘쇼’로 칼을 빼어 든 것이다.

그가 미래시장을 내다보며 전략을 세우고 뚝심 있게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은 20여 년 통신 외길을 걸으며 쌓아 온 식견 덕분이다. 그는 체신부를 거쳐 한국통신에서 경영전략실 팀장, 마케팅본부 상무보, IMT-2000 사업기획단 단장을 지낸 후 한국통신 자회사인 KT 아이컴 사장을 역임했다. 처음 사장을 맡았을 때는 “한 회사를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몇 군데씩 경영대학원을 다니며 경영 공부를 했다”고 한다.

표지 촬영을 위해 변신한 것도 그에게는 또 다른 도전. 감색 면바지에 주황색 티셔츠를 받쳐 입은 후 거울 앞에 서더니 “이제 스포츠 카 타러 가도 되겠다”며 사뭇 여유 있는 농담을 던졌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두 대학생 아들과 함께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를 누벼도 썩 어울릴 만큼 젊어 보였다. 지나가는 그를 본 직원마다 “와, 10년은 젊어 보입니다!”, “사장님, 너무 멋지세요” 하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는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 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며 급히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이민희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 전 강남의 한 미용실에서 저희 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미지 관리 강의를 해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이민희 부사장이 대표 모델로 머리 손질과 메이크업을 받았죠. 이 부사장도 지금 제 모습을 보면 놀라겠는걸요.”

이 부사장은 그러나 부재중. 아쉬워하는 모습이 멋지게 변신한 자신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 같다. 그는 직원들에게 격의 없이 대하기로 유명하다. KTF의 한 직원은 “아무리 바쁘셔도 직원들의 생일을 매달 챙기신다”고 귀띔한다. 매달 열리는 ‘Birthday 미팅’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그때 만나지 못한 직원들에게는 온라인 편지를 보낸다고 한다. ‘쇼’가 시작된 뒤부터는 직원들 전화로 영상편지를 보낸다.

조영주 사장은 틈만 나면 전국에 포진해 있는‘쇼’대리점을 돌며 일일이 직원들을 만나 격려한다.
“직원들이 즐겁고 행복해야 고객이 만족하고, 회사도 발전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직원들이 즐거워하는 일이라면 뭐든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지난해 KTF 창립 10주년 행사 때는 깜짝쇼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색소폰 연주를 했더니 무척 좋아하더군요.”

KT 아이컴 대표 시절에는 임직원 290명의 이름을 다 외우고 다니며 엘리베이터나 식당에서 만나면 이름을 불렀는데, KTF는 직원이 3000명 가까이 돼 다 기억하기 힘든 게 아쉽다고 한다. 그에게 “어떤 직원을 좋아하느냐”고 물으니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프로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분야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프로는 평범함에 1%를 더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보면 참 듬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에 인문학적 소양까지 겸비한 직원이라면 금상첨화겠지요.”

존경하는 경영인으로는 유한양행의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와 IT업계의 선구자인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꼽는다. 윤종용 부회장은 삼성전기, 삼성전관, 삼성전자 사장을 차례로 맡아 IT업계 CEO의 가장 큰 숙제인 ‘확실한 성장’을 이뤘다는 점에서 존경한다고 한다.


‘쇼’로 고향의 노모 매일 만난다

상식을 깨는 파격적인 내용의‘쇼’광고 장면. 다양한 콘셉트의 CF가 TV만 틀면 나온다.
통신업계를 흔히 ‘총성 없는 전쟁터’에 비유하곤 한다. 그는 이 말을 ‘눈 감으면 코 베어 간다’는 속담으로 바꿔 표현했다. 잡지 않으면 잡히고, 개척하지 않으면 묻히고 마는 이 업계에서 ‘확실한 성장’을 이루려면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CEO라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터. 스트레스와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어린 시절을 촌에서 보내서인지 체질상 건강한 편입니다. 건강관리를 위해 특별히 하는 운동은 없지만 테니스를 즐기고, 감기 같은 잔병으로 체력을 소진하는 일이 없도록 아침저녁으로 목과 코를 소금물로 깨끗이 씻어 내죠.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족욕으로 몸의 밸런스를 맞춰 주고요. 성격이 워낙 낙천적이라 웬만해서는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습니다만, 뒷머리가 좀 뻐근하다고 느낄 때면 자주 웃고, 최대한 단순해지려고 합니다. 식구들과 이런저런 일상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요.”

서울 도곡동에 살고 있는 그는 일요일이면 식구들과 함께 교회에 가는 게 가장 큰 행복. 장성한 아이들이 꼬박꼬박 부모와 함께 교회에 오는 경우가 드물어 사람들이 부러워한다고 한다. 집에 아무리 늦게 들어가도 아이들과 대화 시간을 가지려 노력한 덕분이란다.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니 말이 많아진다.

“큰아이는 저랑 생각이 달라 많이 부딪히는 반면, 둘째는 저와 전공도 같고 코드가 잘 맞는 편입니다. 큰애는 아직도 친구들에게 제가 어떤 사람인지 비밀에 붙여 놓았을 정도로 독립심이 강하죠. 내 말에는 삐딱선을 타지만 사람들을 배려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그 아이가 대견하고 기특할 때가 많아요.”

장남 현준 씨(26세)는 한국외국어대 스페인어과 4학년이고, 차남 현웅 씨(24세)는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3학년이다. 그의 집무실 책상 위에는 웨딩드레스와 턱시도 차림의 부부가 두 아들과 찍은 사진이 놓여 있었다. 좀 특이한 가족사진이다 싶어 물어봤더니 “2005년 은혼식 때 찍은 사진”이라며 웃는다.

2005년 은혼식 때 아내와 리바이벌 결혼식을 올리며 찍은 가족사진.
“워낙 바빠 결혼 25주년이 됐다는 것도 잊고 있었는데 두 아이가 깜짝 선물로 리바이벌 결혼식을 치러 줬어요. 딸 없는 저희 집에서는 두 아들이 딸 노릇을 합니다.”

효도 대물림인 모양. 그에게 가장 최근 영상통화한 사람이 누구냐고 묻자 주저 없이 경북 성주에 홀로 계신 어머니란다. 팔순이 넘은 시골 어머니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그는 매일같이 어머니에게 휴대전화를 건다. 시골집 마루에 웹 캠을 설치해 놓아 어머니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필 수 있다는 것. “지금은 낮 시간이라 일하러 나가시고 안 계실 것”이라면서 노모에게 전화를 하니 시골집 마루가 휴대전화 화면에 나타난다. 그의 말대로 노모는 안 계셨다. 그래도 그는 어머니의 체취를 느끼듯 오래도록 휴대전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사이버 시대의 상징인 휴대전화를 통해 고향 어머니의 따뜻한 정을 느끼는 그는 그야말로 ‘쇼’의 진정한 주인공이 아닌가 싶다.

사진 : 이창주
  • 2007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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