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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음악의 현대화로 ‘한류’ 만들 거예요”

신세대 국악그룹 소리아(SOREA)

신세대 신국악 그룹이 세계무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국(코리아)의 소리’를 뜻하는 5인조 혼성 그룹 소리아(SOREA). 2005년 5월에 결성된 이 그룹은 10개월 만에 단독 콘서트를 통해 실력을 검증받은 이후 국내 무대는 물론 베트남, 일본, 중국, 독일 등 세계 각국에서 러브 콜을 받고 있다. 지난 11월 10일, 일본 동경에서 최재선 무용단과 협연한 ‘제2회 문화예술공연’에서는 600여 좌석이 매진됐다. 12월에는 일본, 중국에서 공연 초청을 받았다.

여자 넷, 남자 한 명으로 이루어진 ‘소리아’는 ‘국악 전공생’이라는 것을 빼고 공통점이 하나도 없다. 전공도, 학교도, 나이도 제각각이다. 엄정한 오디션을 통해 선정된 이 그룹 멤버들은 ‘우리의 소리로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간다’는 하나의 캐치프레이즈를 품고 똘똘 뭉쳤다.

자이(보컬, 22세), 주하(해금, 26세), DK 항(소금과 대금, 23세), 지유(가야금, 23세), 시우(타악, 21세). 모두 굵직한 콩쿠르에서 최고상을 두세 번씩 휩쓴 실력파 학생들이다. 자이는 중앙대학교, 주하는 서울대학교 대학원, DK 항은 이화여대, 지유는 이화여대 대학원, 막내 시우는 추계예대에 재학 중이다.

오른쪽부터 지유(가야금), 주하(해금), 시우(타악), 자이(보컬), DK 항(소금과 대금).
이들의 공연 장면은 친숙하면서도 낯설다.

‘엥엥 에에엥….’

가느다란 해금의 전주가 정적을 깨고 무대에 퍼지면, 판소리를 랩으로 풀어낸 노래가 신명나게 이어지고 가야금, 대금이 흥을 돋운다. 여기에 꽹과리가 더해지면 분위기는 최고조가 된다. 멤버들은 무대를 뛰어다니며 춤을 추고,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장단 맞춰 어깨를 들썩인다. 우리 가락의 흥에 겨운 건지, 랩 리듬에 신이 난 건지 모르는 채 연주자와 관객이 하나가 된다.

소리아는 판소리를 랩으로 풀어낸 ‘랩 타령’을 최초로 만들어 내면서 신국악의 새 지평을 열었다. 힙합과 인디 음악의 메카인 홍대 앞 클럽에서 스탠딩 콘서트를 개최하는가 하면, 농구 개막전에서 비보이, 상모와 협연도 했다. 하지만 철저히 ‘국악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음악’을 표방한다. 단순히 이 음악과 저 음악을 섞은 퓨전이나 크로스오버가 아닌 국악에 현대적 트렌드를 입혀 ‘시대와 소통하는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

대중들로 하여금 국악을 가깝게 느끼게 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상도 많이 받았다. 2005년 창작국악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데 이어, 2006년 ‘우수신인 앨범 발굴 뉴웨이브 사업’에서 음악 전문기자, 평론가, 네티즌 투표에서 모두 1위를 휩쓸면서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쉬운 국악으로 관객 호응 얻을 때 가장 기뻐

‘대금과 소금’의 약자이자 ‘다이내믹 코리아’의 약자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DK 항 씨. ‘카리스마 항’으로 통한다는 그는 “대중과 통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기존의 전통 국악 무대에서 공연할 때와 많이 달라요. 한 초등학생이 ‘학교에서 배우는 국악은 어려운데 소리아 국악은 쉬워요’라고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멤버들 중 가장 팬이 많다는 보컬 자이. 그는 2006년 3월 단독 콘서트에서 관객들의 반응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해냈다는 기분이었어요. 정통 국악 공연에서는 그렇게 많은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었거든요.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저는 소리를 한 사람이잖아요. 정통 국악을 할 때에는 솔직히 대중가수들이 우습게 보였는데 제가 해보니까 만만치 않다는 걸 알겠어요. 진짜 소리꾼다운 노래를 부를 거예요.”


소리의 고장 전주에서 태어난 자이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명창 안숙선의 사사를 받았다. 집안 반대로 명창의 길을 포기한 어머니의 재능을 물려받았다고 한다.

맏언니 주하는 사소한 문제로 의견이 충돌할 때 고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조용한 카리스마로 의견을 조율하고 멤버들을 다독인다. 이런 성격 때문인지 막내 시우는 그를 “엄마”라고 부른단다. 11년 동안 해금을 연주한 주하는 유난히 손가락이 길고 가늘었다.

“해금은 하면 할수록 매력적이에요. 그런 만큼 고통도 있죠. 현악기 중 유일하게 음역을 바꿀 때 눌러서 소리를 내는 악기다 보니 손가락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요. 손목 인대가 늘어나기도 하고, 손가락 통증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잔 적도 많아요.”

단아한 모습의 지유는 “가야금 하게 생겼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피아노, 장구, 무용에 두루 능한데, 가야금은 일곱 살 때 시작했다.

“가야금은 앉아서 연주하는 정적인 악기잖아요. 연주 방식을 파격적으로 바꿔 받침대를 놓고 서서 연주하다 보니 손짓이나 몸짓 같은 제스처도 연구해야 돼요. 어릴 적 이것저것 두루 접한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청일점 지우는 소리아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다. 늘 해맑게 웃으면서 북, 꽹과리, 장구 등 타악기를 바꿔가며 신명을 부추긴다. 대학 2년생. 하고 싶은 것투성이지만 소리아 멤버로 발탁된 후에는 너무 바빠 친구들을 못 만나는 게 가장 아쉽단다. 일주일에 두어 번, 새벽에 친구들을 만나 운동도 하고, 심야 영화도 본다.

타악기는 정교하고 민첩한 손놀림이 요구된다. 하루만 연습을 쉬어도 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매일 연습을 거르지 않는다고 한다. 시우는 타악기 중에서도 장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세계 어떤 타악기도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 다른 도구로 연주하는 악기가 없어요. 장구는 오른손엔 열채, 왼손엔 북채를 쥐잖아요. 독일 공연 때 영국의 한 타악기 음악가가 장구를 보고 ‘세상에서 이렇게 역동적인 소리를 내는 악기는 처음 봤다’며 감탄했어요.”

멤버 중 막내지만 국악에 대한 열정은 누나들 못지않다.

“글로벌, 글로벌 하면서 우리나라 음악이 없어지고 있어요. 비, 세븐 같은 가수가 아무리 한류를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그건 서양의 음악이지 우리 것이 아니잖아요. 우리 음악으로 세계에서 인정받아야 진정한 한류가 아닐까요?”

사진 : 이창재
  • 2007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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