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첫 앨범 내는 김진아, 선아, 민아씨

국악계에 돌풍 일으킬 세쌍둥이 그룹

한날한시에 태어난 세 쌍둥이 자매가 국악 그룹을 결성했다. 현재 한국종합예술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진아(22세), 선아, 민아 씨 자매가 그 주인공. 그룹의 이름은 ‘IS(Infinite of Sound의 약자)’, ‘무한의 소리’라는 뜻을 담고 있다.

거문고(진아), 가야금(선아), 해금(민아) 연주자인 이들은 선화예고 재학 시절부터 굵직한 무대에 서며 ‘국악 트리오’로 이름을 날렸다. 국악과 양악을 자유롭게 오가는 ‘퓨전’ 스타일의 연주가 특징. 이들의 자유분방함과 넘치는 개성은 국악을 고리타분한 것으로 여기며 외면하던 젊은 층까지 팬으로 끌어들였다.

국악기뿐만 아니라 양악기 연주 실력도 수준급. 진아 씨의 경우 어려서부터 피아노와 플루트를 익혔고, 국악기와의 접목을 위해 하프도 배웠다. 선아 씨 역시 피아노와 클라리넷, 콘트라베이스를 전문 연주자 수준으로 다룬다.

외모뿐 아니라 활달한 성격에 경쾌한 웃음, 스타일을 잘 살린 멋스러운 옷차림, 눈에 확 띄는 컬러 렌즈에 톡톡 튀는 말투까지, 영락없는 쌍둥이다.

이들이 모두 국악이라는 한 길을 걷게 된 배경에는 중학교 음악 교사인 어머니 이정순 씨(48세)가 있다. 결혼 전부터 아이를 낳으면 음악가로 키우고 싶었다는 이 씨는 세 딸이 다섯 살이 되자 피아노부터 가르쳤다.

“진아, 선아와 달리 민아는 피아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음악보다는 그림에 관심을 더 보여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초등학교 5학년 때 국악을 배우고 싶다는 거예요. 그것도 아주 특이한 걸로 하고 싶다고 해서, 해금을 권했죠. 대학에 직접 전화해서 선생님도 소개받았어요. 무슨 악기든 일단 시작하면 전문적인 레슨을 받도록 했거든요.”

양악기에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않던 민아 씨는 신기하게도 해금에 금방 빠져 들었다. 민아 씨가 연주하는 해금 소리에 반해 진아 씨와 선아 씨도 중학교 2학년 때 국악기를 하겠다고 엄마를 졸랐다. 세 딸이 모두 국악으로 방향을 정하자 이 씨는 아예 현악 3중주를 구상했다. 진아 씨가 가야금을, 선아 씨가 거문고를 잡은 이유다. 국악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이해를 위해 이 씨는 딸들에게 판소리, 시조, 민요까지 두루 익히게 했다.


해금에 빠진 막냇동생 덕에 국악으로 전환

그 덕분에 이 씨의 생활은 더욱 바빠졌다. 학교에서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달려가 아이들을 차에 태워 레슨 장소로 이동시켰고, 끝날 때까지 차 안에서 기다렸다 밤늦게야 집으로 돌아 왔다. 이런 일과는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계속됐다.

“주변에서 대단하다고들 해요. 아이 셋을 어떻게 한꺼번에 뒷바라지했느냐고. 물론 몸도 고되고, 경제적으로도 부담스러웠던 건 사실이지만 힘든 것만은 아니었어요. 아이들이 국악을 워낙 좋아하고, 재미있어 했으니까요. 그랬으니 여기까지 왔지, 억지로 시켰다면 아마 중간에 포기했을 거예요.”

이 씨는 “정말 힘들었던 때는 아이들이 갓난아기였을 때”라며 “그때는 그저 빨리 아침이 돼서 학교로 출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힘들기는 남편인 김기정 씨(52세)도 마찬가지. 한꺼번에 세 아이의 아빠가 된다는 소식은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그에게는 청천벽력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떻게든 아이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거워진 그는 교수의 꿈을 접었다. 현재는 공인 회계사로 활동 중이다. 그렇게 힘들게 키운 세 쌍둥이가 재능 있는 국악인으로 잘 자라준 게 무엇보다 고맙다. 어릴 때부터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시선을 모았던 아이들은 이제 정말 큰 무대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대형 무대가 처음이었던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청소년 국악관현악단과의 협연을 앞두고 너무 긴장한 나머지 도망치고 싶어 하기도 했다. 이제 그들은 무대를 즐길 정도로 여유를 갖췄다. 외국 공연에서는 그 나라의 민속음악을 우리 국악기로 연주해 호평을 얻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숱한 연습 끝에 완벽한 발음으로 베트남 민요를 소화해 현지인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을 정도로 매 공연에 심혈을 기울인다.


이들은 구구이 설명하지 않아도 쉽게 교감이 되는 쌍둥이의 특성이 함께 연주하는 데 장점이 된다고 한다. 단점이라면 콩쿠르에 출전할 때 가족에게 상을 몰아주지 않는 관례 때문에 불리하다는 것과 연습 때 너무 적나라하게 서로의 문제점을 지적해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는 것 등이다.

“그렇다고 늘 붙어 다니는 건 아니에요. 친한 친구가 다 달라 주말이면 각자의 약속으로 바빠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셋이 같이 있다가 누구 하나가 외출하면 계속 전화해서 귀찮게 한다는 거예요. 빨리 들어오라고.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들거든요. 우리 셋 중 누군가에게 남자친구가 생기면 그때도 다 같이 만나요. 지금은 아쉽게도 셋 다 솔로지만요.”

끼 많고 재기발랄한 이들 세 쌍둥이는 최근 국악 이외의 분야에서도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유명 패션 잡지의 화보 촬영도 여러 번 했고, 전공 분야와 관련한 방송도 염두에 두고 있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즐겁고, 큰 무대에 설수록 힘이 난다는 진아, 선아, 민아 씨. 그들은 지금 “퓨전 스타일의 연주로 국악의 대중화, 세계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다. 올 10월쯤 선보일 이들의 첫 음반에 어떤 색깔의 작품들이 담길지 기대가 크다.

사진 : 이창주
  • 200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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