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이 만든 가수 박정은

“가창력으로 승부할 거예요”

‘나는 나를 공개할 권리가 있다’

요즘 신세대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너나없이 이렇게 외치고 있는 듯하다. 자신의 내밀한 일상을 가감 없이 블로그에 공개하는가 하면, 연인과의 데이트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미니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한다. 이들에게 프라이버시는 보호받아야 할 성역이 아니다.

최근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는 자신의 사생활을 드러내지 못해 안달인 인터넷 네티즌들을 ‘퍼블리즌’이라는 새로운 용어로 규정했다. ‘공개(퍼블리시티걈ublicity)’와 ‘시민(citizen)’을 결합한 신조어다.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 신인류로 등장한 퍼블리즌들은 자신을 홍보하고 상품화하는 데 적극적이다. 스타가 되고 싶은 이들은 ‘우연한 행운’을 기다리지 않는다. 네티즌들을 공략하며 팬을 먼저 확보한다. 이들에게 블로그와 허브, 미니 홈페이지 등은 놀이터이자 홍보실이며 사업장이다.

인터넷 포털 ‘야후 코리아’는 인터넷 문화의 패러다임을 빠른 속도로 바꿔 놓고 있는 트렌드에 맞춰 2005년 12월 ‘스타 프로젝트’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가동시켰다. 가수, 탤런트, VJ, 댄서 등 각 분야의 스타를 주요 소비층인 네티즌들이 직접 발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야후 코리아는 “일반인들에게 꿈을 실현할 기회를 주는 동시에 많은 유저들을 유입하는 것”이 프로젝트 가동의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네티즌들의 참여율을 높임으로써 UCC(User Created Contents) 콘텐츠 분야에서 다른 포털을 앞서가겠다는 취지도 숨어있다.

스타 프로젝트를 통해 ‘야후 코리아’가 발굴한 첫 번째 스타 박정은 씨. 지난 7월 15일 1집 앨범 ‘Letter from my heart’를 내고 타이틀 곡 ‘된장찌개를 좋아해’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가수다. 그의 앨범 제작은 꽤 긴 시간 동안 까다로운 네티즌들의 검증 절차를 밟고 난 후 결정되었다.

야후코리아 ‘스타 프로젝트’ 1호 가수인 박정은 씨의 1집 앨범 재킷.
지난 12월 말 야후 코리아의 스타 프로젝트에 동영상을 보낸 가수 후보는 3000여 명. 음반 기획사가 음악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단을 만들어 이중 단 한 명을 뽑았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박정은 씨다. 야후 코리아는 올해 1월부터 박정은 씨의 노래와 인사말이 담긴 동영상을 올린 후 네티즌들을 상대로 음반을 내도 좋을지 여부를 찬반 투표로 물었다. 보름 동안 설문조사해 찬성표가 50%를 넘을 경우 음반 제작비와 홍보 비용을 야후 코리아에서 지원한다는 조건이었다. 1월 18일까지 계속된 이 행사에 총 1만3800명의 네티즌이 참여, 이 중 60%가 음반을 내는 데 찬성했다. 박정은 씨는 1월 말부터 본격적인 음반 제작 작업에 들어갔다.

“찬반 투표 설문 중에는 제 목소리가 어떤 풍의 노래를 가장 잘 소화할지 묻는 항목도 있었어요. 소프트 팝, R&B, 블루스, 보사노바 등의 장르가 예시되었는데, R&B 쪽이 가장 잘 어울리겠다는 결과가 나왔죠. 저 역시 R&B풍 노래를 좋아합니다.”

박정은 씨의 생애 첫 솔로 앨범인 ‘Letter from my heart’는 6개월 동안의 앨범 제작 과정을 거쳐 지난 7월 15일 첫선을 보였다. 이날 함께 공개된 뮤직비디오에는 박 씨 대신 미모의 신인 탤런트가 출연했다. 당분간은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하기로 하고 음반 재킷에도 같은 모델을 등장시켰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실제로 보니까 실망되시죠? 앨범 재킷과 포스터에 너무 예쁜 분이 모델로 나와서요. 실망하셨다면 사과드릴게요.”

7월 28일 홍대 앞 한 클럽에서 열린 쇼 케이스 무대에서 박정은 씨는 300여 명의 관객들을 향해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식의 인사를 했다. 실제로 본 그는 굳이 대역 모델을 내세우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개성 있는 얼굴이었다.

앨범 발매 후 첫 무대인 이날, 박 씨는 다소 긴장되고 초조한 모습으로 공연 시간을 기다렸다. 이날 수도권 지역에 200mm 안팎의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30여 평의 클럽이 채워질지 걱정이었던 것. 야후 코리아 측은 예상 인원의 반만 와도 성공이라고 하는데, 공연 시간이 임박하자 클럽 안은 입추의 여지 없이 꽉 들어찼다.


박정은 씨는 이날 자신의 1집 앨범에 수록된 13곡의 노래 중 11곡을 열창했다. 파워 있고 허스키한 음색이 매력적인 그는 R&B, 소울, 보사노바 등 모든 장르의 곡을 군더더기 없이 소화해 냈다. 신인이라고 하기엔 성량이 풍부하고, 감정 처리도 노련했다. 박 씨의 부모인 박길성(56세)·조명숙 씨(46세) 부부도 이날 관객 속에 섞여 있었다. 이들이 딸을 가수의 길로 안내했다. 어머니 조명숙 씨 이야기다.

“정은이 목소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걸걸했어요. 그런 딸아이를 담임선생님이 합창부 단원으로 뽑았다고 하기에 의아해했지요. 식구들끼리 노래방에 갔는데 정은이가 노래를 썩 잘 부르더라고요. 그래서 재미 삼아 제가 즐겨 듣던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노래자랑 코너에 참가신청을 했는데, 주 장원, 월 장원에 이어 상반기 우승까지 하더군요.”


부모 후원으로 고등학생 때부터 노래 교습소 다녀

고교 2학년이었던 박 씨는 어머니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동네 노래교습소까지 다니며 이문세 씨가 진행하는 ‘별이 빛나는 밤에’ 뽐내기 코너에서 연말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이 때문에 몇 군데 음반 기획사로부터 오디션 제의를 받았지만 박 씨는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가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노래가 좋아 즐겼던 것뿐이죠. 노래교습소에서 소개해 준 라이브 카페에서 한 달에 30만 원씩 받고 아르바이트로 노래를 불렀어요. 그러다 대학에 진학하게 됐죠.”

박 씨는 서울공연예술학교 실용음악과 02학번이다. 입학과 동시에 교내 밴드로 활동한 그가 프로 무대에 진출하게 된 것은 공개 오디션을 거쳐 프로젝트 그룹 소울 사이어티 멤버가 되면서다. 소울 사이어티는 가창력으로 승부, 언더그라운드에서 상당히 많은 펜을 보유하고 있는 인기 그룹이다. 2004년 그는 소울 사이어티 멤버로 ‘투 컬러스’라는 음반을 내기도 했다. 그가 신인치고 가창력이나 감정 처리가 뛰어난 것은 이때의 활동이 기초가 된 덕분이다. 이날 공연에는 소울 사이어티 멤버들이 우정 출연해 그의 단독 무대를 더욱 빛내 주었다.

이날 관객들의 호응이 가장 컸던 곡은 역시 타이틀 곡 ‘된장찌개를 좋아해’였다. 라디오나 TV에 방송 한번 된 적 없음에도 인터넷 네티즌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고 있는 이 곡은 된장찌개를 먹을 때마다 헤어진 연인을 떠올린다는 내용의 슬픈 발라드다. 신선한 노랫말과 호소력 짙은 그의 음색이 조화를 이루면서 더욱 애절하게 다가오는 곡이기도 하다. 야후 코리아 측은 “이미 1만여 명의 네티즌들로부터 검증을 받은 만큼 가창력만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을 마친 후 박 씨는 “앞으로도 TV 방송에는 출연할 생각이 없고, 라디오 방송과 라이브 무대에서 가창력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신인류 퍼블리즌들이 뽑은 디바는 주관이 뚜렷하고 당당했다.

사진 : 이창주
  • 2006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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