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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대 위에서 우주를 본다

하재봉이 만난 사람 | 국민 뮤지컬 배우 남경주

국민배우라고 하면 누구나 안성기를 떠올린다. 문근영은 국민 여동생, 아무리 ‘국민’이 남발되는 시대라고도 하지만 함부로 이름 앞에 ‘국민’이라는 단어를 쓰기는 힘들다. 뮤지컬의 국민배우는 누구일까? 그러나 이것 역시 대답은 간단하다. 한국뮤지컬협회 배우분과위원장인 남경주, 그는 한국 뮤지컬의 대명사다.

내가 그를 처음 본 것은 1990년대 초반 최정원과 함께 출연했던 〈아가씨와 건달들〉에서였다. 그는 무대 위에서 너무나 힘 있고 아름다웠으며 멋있었다. 개인적으로 그와 가까워진 것은 1990년대 중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였는데, 그는 SBS의 라디오 프로그램 MC였고 나는 매주 게스트로 나와 1시간 정도 문화 이야기를 했었다. 방송이 끝나면 여의도 포장마차에서 가끔 술도 한잔 했고, 때로는 홍대 앞 클럽에 가서 헤드뱅잉도 했다.

지금도 그의 인기는 뮤지컬 배우로서 최고지만 1995년부터 3년 연속 뮤지컬 대상 인기상을 받고, 1997년 남우주연상까지 받았던 당시는 어떤 스타 못지않게 열혈 팬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었다. 특히 젊은 여성 팬들이 압도적이었다. 춤과 노래, 그리고 연기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춘 남자 배우를 찾기는 쉬운 게 아니었다. 그는 직접 만나면 겸손하고 예의 바르며 소탈하지만, 무대 위에서는 딴 사람처럼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관객들을 빨아들인다.

대전에서 〈아이 러브 유〉의 주말 공연을 끝내고 월요일 새벽에 올라온 그를 월요일 낮 12시, 그의 신혼집이 있는 청담동 우리들병원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남경주의 50번째 출연작인 〈아이 러브 유〉는 한국 뮤지컬사에서나 남경주의 일생에서 영원히 기록될 중요한 작품이다. 4명의 배우가 60명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소극장 뮤지컬인데도 불구하고 2004년 11월 첫 공연 이후 지금까지 27만 명의 기록적인 관객을 동원했다. 서울 공연만 548회, 그 중에서 후배에게 기회를 준 2회를 제외하고 그는 총 546회 출연했다. 지방 공연까지 합하면 600회가 넘는다. 객석 점유율은 95%에 이른다. 앞으로도 9월 10일까지 울산, 제주, 광양, 수원, 부산 등 수많은 지방 공연이 남아 있다.

지난해 그는 결혼을 했다. 문화계에서 남경주의 결혼 사실은 빅 뉴스였다. 1964년생으로 서울예대 연극과를 나온 남경주는 마흔 넘어서 까지 싱글이었다. 신부 정희욱 씨는 방송 리포터였고 무엇보다 남경주의 팬이었다. 2001년 남경주가 주연을 맡은 〈키스 미 케이트〉 공연이 끝난 뒤 다른 관람객들과 함께 그에게 사인을 받았다 한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팬과 뮤지컬 배우로 만났다. 결정적으로 가까워진 것은 남경주가 4년 동안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난 뒤였다. 연예인이었던 여자친구와 결혼까지 생각했다 헤어진 남경주는 상처가 컸고, 그때 곁에서 위로를 해준 사람이 정희욱 씨였다.

2004년 11월 첫 공연 이후 지금까지 2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뮤지컬 〈아이 러브 유〉의 한 장면.
“아내는 클래식부터 뮤지컬, 연극, 영화, 갤러리 다니는 것까지 나와 취미가 너무 비슷해서 좋다. 시간 맞을 때는 동네 헬스클럽에도 같이 나간다. 애교도 많고 적극적이며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나는 밖에서 많이 표출하니 집에 와서는 거의 말을 안 한다. 그런데 아내가 표현을 많이 하니까 밸런스가 맞는다. 운명적으로 잘 만난 것 같다.”

그의 아내 자랑을 듣다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난다. 정말 행복한 부부 한 쌍의 모습이 저절로 눈앞에 떠오르는 것이다. 남경주의 형 역시 뮤지컬계의 대부인 남경읍 씨다. 형제는 함께 남뮤지컬 아카데미를 만들었다. 남경주는 일주일에 두 번 아카데미에 나가 제작실습을 강의한다. 그동안 학생들이 배운 것을 바탕으로 직접 공연을 올릴 수 있게 지도하는 클래스다.

“한 사람의 좋은 배우가 만들어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장인 정신을 갖고 해야만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배우가 된다. 나도 한눈팔지 않고 그쪽으로만 모든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그런데 최근 일본의 대형 뮤지컬이 국내에 상설 공연장을 마련해서 상륙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해서 한국 뮤지컬계의 간판스타인 그는 할말이 매우 많았다.

“문화 개방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무방비 상태로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어렵게 우리 뮤지컬을 이만큼 키워 왔는데, 어마어마한 자본력을 갖춘 일본의 뮤지컬 단체가 상설 공연장을 통해 한국에 상륙한다는 것은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다. 우리도 더 열심히 창작 뮤지컬을 개발해야 한다. 그렇다고 컴퍼니를 만들어서 제작하거나 그러고 싶지는 않다. 나는 배우 본분에 충실하고 싶다.”

나는 그를 볼 때마다 자꾸 충동질을 했다. 그 뛰어난 재능으로 왜 영화나 TV는 하지 않는가. 그 역시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하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다.

“나도 좋은 영화 출연해서 레드 카펫 밟아보고 싶은 욕망이 있다. 하지만 뮤지컬 분야에서도 개척해야 할 부분이 많고 여기서 발견해 나가는 것도 너무나 많다.”

2005년 그는 TV 리포터 출신의 정희욱 씨와 결혼했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그 속에서 우주를 본다는 것이다. 세상과 격리된 채 바둑이나 그림, 혹은 시만 쓰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속에 모든 세계가 담겨 있다. 연기 인생 20년이 넘은 그가 무대에서 발견한 것은 무엇일까?

“예전에는 연기라는 게 관객들에게 무엇인가 내가 가진 재능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착각이었다. 내가 보여 주는 게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열심히 연기를 하고 있으면 그것을 사람들이 보는 것이다. 내가 보여 주려고 하면 그것은 이미 연기가 아니다. 그렇게 되면 나는 보여 주는 척 흉내를 내는 것에 불과하다. 영화나 TV 등 다른 장르에 대한 욕심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에게는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자꾸 산만하게 눈을 돌리면 자기가 진정으로 해야 할 몫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무대 위에서 연습해 가는 과정에서 그것이 너무나 인생과 닮아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는 즐겨 피우던 담배도 5년 전에 끊었다. 이제는 술도 거의 안 마신다. 아내가 조르면 어쩌다 와인 한 모금 마시는 정도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그가 기르는 향단이라는 이름의 진돗개를 동영상으로 보여 주었다. 나는 고양이를 기른다. 우리는 애완동물에 대해서 한참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여름이 가기 전 청담동 그의 집 근처에서 그의 부인과 함께 만나 즐거운 저녁식사를 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글쓴이 하재봉님은 동아일보 신춘문예, 〈한국문학〉 신인상,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했고 현재는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라디오 MC, 텔레비전 연출가로 활동 중이다.
  • 2006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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