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전설적인투자가들| 누적 수익률 2,703%의 기적 실현

월스트리트의 영웅 피터 린치

글 전영수 한경비즈니스 기자
피터 린치. 그는 ‘월스트리트의 영웅’이라 불린다. 1990년 46세라는 전성기에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가정으로 돌아갔지만 아직도 월스트리트는 그를 그리워한다.

투자가로서 그의 발자취는 대단했다. 1977년부터 1990년까지 운용한 ‘마젤란펀드’는 미국 자산운용업계의 ‘No. 1 펀드’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가 운용했던 마젤란펀드의 누적 수익률은 무려 2,703%로 연평균으로 따지면 매년 29.2%에 달했다. 1980년 한 해에 70%의 수익률을 거둔 적도 있고, 약세 장에서조차 탁월한 성과를 냈다.

피터 린치와 주식의 만남은 우연(?)에 가까웠다. 1944년에 태어난 그는 수학교수였던 아버지가 사망한 뒤 11세 때부터 골프 캐디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때 고객들의 주식 얘기를 우연히 귀동냥한 게 계기가 됐다. 보스턴 대학과 와튼스쿨(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잠시 수학교수로 일했던 그는 2년간 군복무 때 한국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그가 캐디 팁을 모아 주식 투자를 시작한 것은 대학 2학년 때. 첫 투자에서 5배를 남겼다. 3학년 때부터 자산 운용회사 ‘피델리티’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1969년 이 회사 애널리스트가 됐다. 1977년엔 자산 2,000만 달러의 마젤란펀드를 맡아 펀드매니저로 데뷔했다.

그는 ‘워커홀릭’(일중독증)으로 1주일 내내 일했으며, 기독교 신자였지만 일요일 출근을 불사했다. 그의 투자 전략은 간단명료하다. 누구든 생활 주변에서 ‘10루타 종목’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쉽게 이해되는 회사를 택하라”고 한다. 통신위성보단 팬티스타킹 회사가 좋다는 식이다. “쓰레기 처리처럼 남들이 혐오하는 사업이라도 일상생활에 꼭 필요하다면 10루타 후보로 제격”이라고 덧붙인다. 뛰어난 머리는 주식 투자의 방해물이라는 게 그의 지론.

투자에 있어 통계학보다는 역사나 철학이 더 도움이 됐다고 한다. “주식 투자에 필요한 수학이란 초등학교 4학년생 수준”이라며 일류 투자가의 IQ는 상위 3%와 하위 10% 사이에 속한다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피터 린치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엔 옥시모론(Oxymoron ·너무 똑똑해 오히려 바보스런 행동을 하는 것) 전문가가 수두룩하다. 이들은 아무리 좋은 주식도 거들떠보지 않다가 장밋빛 보고가 쏟아지는 상투 때 경쟁적으로 매입한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온갖 예측과 풍문에 휘둘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자신의 길을 걷는 아마추어가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전제조건이 있다. 투자 손실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줘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는 “주식을 하기 전 먼저 집을 장만하라”고 충고한다. “집이란 100 중 99는 돈을 벌어 준다. 꼼꼼히 살펴 집을 사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실패가 없다”는 것. 여유자금으로 투자를 하되 감정통제를 잘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한다.

반면 장세예측 능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다음 번’이 결코 ‘지난 번’과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10루타 종목을 약세 장 때 발굴해 매입하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좋은 종목을 고르면 장은 저절로 풀린다”는 것이다.

그는 한탕주의를 금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선물겳션거래?하지 않았다. “전문투자자가 아닌 이상 파생상품으로 성공하기는 불가능하다”며 “빨리 부자가 되기 위해 선물겳션?뛰어들지만 사실은 빨리 파산하는 지름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선물겳션?방심한 자들로부터 세심한 자들에게 흘러가는 거대한 소득 재분배와 같다”고 설파했다.

과도한 수익률도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연 25~30%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건 꿈이며, 개인투자자라면 10%만 내도 대단한 성적이라는 것이다. 속속들이 아는 유망종목일 때는 가능한 한 오래 가지고 있는 게 그의 비결. 그는 분산투자를 위해 잘 모르는 종목에 투자를 하느니, 차라리 잘 아는 종목 3~10군데에 넣으라고 충고한다.

아마추어가 가장 어려워하는 게 ‘매매 타이밍’이다. 이에 대한 피터 린치의 조언이다.

“주가가 떨어지는 종목을 최저가로 잡으려는 건 마치 수직 강하하는 칼을 잡는 것과 같다. 그 칼이 땅에 꽂혀 잠시 흔들리다 고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 급하게 떨어지는 주식을 잡다간 필연적으로 칼날 쪽을 쥐어 고통만을 가져다줄 뿐이다.”

투자 종목 연구는 필수

보스턴 근교에 있는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인베스트센터. 피터 린치가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던 회사다
주식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말이다. 주식을 사는 데 최적기란 없다. 좋은 가격에 괜찮은 물건을 찾았다면 그때가 매수 적기다. 쇼핑할 때와 똑같다. 대폭락 때도 기회다. ‘팔자’ 분위기 속에서 ‘사자’를 실행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단 성급하게 파는 건 금물이다. 피터 린치는 “이익 실현에 열중해 더 갈 수 있는 걸 미리 팔아선 안 된다”며 “좋은 종목을 잡았다면 그 혜택을 최대한 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종목에 대한 연구는 필수다. 그는 “연구 없는 투자는 카드를 안 읽고 포커 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종목 연구는 그다지 어렵지도 않다. 베개를 살 때 상표를 읽어 보는 열성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는 “보고서를 읽을 땐 화려한 앞 페이지보단 뒤쪽의 대차대조표를 보라”며 “매출액, 현금흐름, 부채, 배당금, 재고자산, 세후순익 등의 수치는 꼭 챙기라”고 가르쳤다.

“사람들이 부동산에서 돈을 벌면서 주식에선 돈을 잃는 이유가 있다. 집을 선택할 땐 몇 달을 고민하지만 주식 선정은 몇 분 만에 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것은 피터 린치의 훈수로, 투기만 좇는 불나방식 접근법을 경계하란 메시지다. 그의 명언 한 마디를 더 추가하자면 그는 “투자하기로 했다면 독자적인 길을 가야 한다”며 “최신 기밀정보와 루머, 추천종목 따위는 무시하라”고 설파했다. “나(피터 린치) 같은 사람이 사는 주식도 따라 사지 말라”고 강조했다.

1990년 어느 봄날. 수천 개의 주식코드는 외우지만 자식 생일은 기억하지 못하는 피터 린치가 자신의 46번째 생일을 맞아 열린 축하파티 자리에 앉아 있었다. 화려한 파티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구석의자에 앉아 잠시 쉬고 있을 때 갑자기 피터 린치는 자신의 아버지가 46세 때 사망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는 아내에게 “이젠 가정에 충실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 날 월스트리트는 뒤집어졌다. 그가 월스트리트에서 은퇴한다는 소식은 1990년 4월 3일자 언론의 톱기사를 장식했다. ‘월스트리트의 전설로 남음직한 기적 같은 수익률을 거둔 펀드매니저, 46세에 월스트리트를 떠나다’란 헤드카피와 함께….■
  • 2006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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