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진 기자의 자동차 이야기| 대당 가격 25억 원!

영혼을 팔아서라도 사고 싶은 차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는 무엇일까.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게 자동차 경주의 최고봉인 포뮬러1(F1) 레이싱 카다. 이 차는 이론적으로 최고 시속 500㎞까지 낼 수 있다.

문제는 시속 300㎞를 넘어가면 자동차가 비행기처럼 공중에 뜨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F1 머신(F1 레이싱카를 보통 머신이라고 부른다) 등 고성능 스포츠카는 엔진 파워를 키우는 것만큼이나 차체가 뜨지 않도록 막아 주는 ‘다운 포스’(위에서 누르는 힘)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일반인이 몰 수 있는 스포츠카 중에는 어떤 차가 가장 빠를까. 지난해까지 F1에서 드라이버와 차체 제조업체 6연패를 한 페라리의 ‘엔초 페라리’(Enzo Ferrari)가 단연 손꼽힌다. 이 차는 최근 국내 최고가(25억 원)의 차로도 유명해졌다.

페라리 로고(왼쪽)와 엔초 페라리의 엔진(오른쪽). 이 엔진은 출발 후 19.6초면 1㎞를 주파하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
엔초 페라리는 자동차의 기본인 ‘달리고, 돌고, 서고’를 가장 잘 구현한 차다. 잘 달리지만 그만큼 잘 선다. 필자는 외국 잡지에서 엔초 페라리에 대해 ‘영혼을 팔아서라도 사고 싶은 차. 죽을 때까지 몰아 보지 못하면 억울해서 못 죽는 차’라고 표현한 글귀를 보았다. 이 차가 지금 한국에 와 있다.

2인승인 엔초 페라리는 현재 판매되는 도로용 스포츠카 가운데 가장 빠르다. 그래서 ‘슈퍼 카 중의 슈퍼 카’, ‘도로 위의 F1 카’ 등의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닌다. 엔초는 워낙 비싼 데다 희소성을 높이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399대만 한정 생산됐다. 덕분에 초기 신차 가격은 15억 원이었지만 현재는 차량 가격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한국에서 현재 두 대가 팔렸는데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 인사가 구입했다고 한다.

“이 차가 과연 이 가격만 한 가치가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엔초는 인간이 스피드의 한계에 도전하기 위해 만든 차다. 그런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이 소유할 때 차가 빛난다.

2002년 첫선을 보인 이 차는 페라리가 만들어 낸 ‘페라리 360 모데나’, ‘페라리 360 스파이더’ 등의 스포츠카와 달리 페라리 창업자에게 경의를 표하는 뜻에서 그의 이름을 따 ‘엔초 페라리’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보통 페라리는 F40, F50이라는 이름으로 슈퍼 카 이름을 붙여 왔다. 엔초 페라리에는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다.


엔초 페라리는 페라리의 디자인 컨셉트를 가장 잘 이해한다고 평가받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자동차 디자인 회사인 피닌파리나가 디자인했다.

이전 페라리 모델인 F40, F50과 달리 이 차는 차체 외관에 더덕더덕 붙어 있는 장치를 최소화해 매끈하고 날렵한 느낌을 준다. 전면에는 날카롭게 각이 살아 있는 거대한 두 개의 공기 흡입구가 자리 잡고 있다. 상당히 위압적이고 미래 감각적인 풍모다.

엔초 페라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하늘을 향해 열리는 도어인 ‘걸 윙’이다. 도어가 끝까지 열리면 지붕의 일부분도 같이 열려 운전자가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다. 걸 윙 디자인은 폭발적인 드라이빙 성능을 형상화한 것으로, 날개를 펼치고 막 비상하려는 독수리 모습과 비슷하다.

엔초 페라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에어로 다이내믹 디자인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시속 300㎞가 넘으면 차체가 공중에 뜨는 현상을 막기 위해 차체를 위에서 눌러 주는 ‘다운 포스’를 줘야 한다. 그래서 비행기에 쓰이는 에어로 다이내믹 디자인이 꼭 필요하다. 다운 포스는 시속 200㎞에서 344㎏, 시속 300㎞에서는 775㎏으로 뛰어오른다.

가속능력을 나타내는 최대 토크는 5,500rpm에서 67㎏걅로 그랜저의 두 배 이상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65초, 출발 후 19.6초면 1㎞를 주파한다.

변속기는 F1 방식의 6단 자동 변속기를 달았다. 기어 변속은 F1과 마찬가지로 핸들 뒤에 달린 양쪽 레버(6개)로 조절한다. 핸들은 F1 레이스 기술을 응용한 혁신적 장비다. 카본 파이버로 만든 핸들 상단은 시야를 막지 않기 위해 비스듬히 잘려 있다. 핸들에서 손을 떼지 않고 빠르게 기어 변속을 할 수 있어 최고의 스피드를 만끽할 수 있다. 기어 변속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기어 변속에 드는 시간은 0.15초다. 핸들에 가급적 많은 버튼을 달아 운전대에서 손을 떼야 하는 상황을 최소화했다.

필자는 올해 페라리 모데나를 몰아 봤다. 당시 엔진 회전 수가 5,000rpm 이상에서 변속해야 변속 충격을 느끼지 않았다. 일반 차량이 2,000rpm 전후에서 변속하는 것과 비교하면 일반 도로에서는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다.

브레이크는 브렘보 제품을 달았다. 엔초 페라리만을 위해 개발한 신형 브레이크는 처음으로 카본 세라믹 소재(CCM)로 제작했다. 브레이크 원반 무게가 철을 사용한 일반적인 시스템보다 12.5㎏ 줄었고 반응 시간과 제동거리를 단축하는 데 효과적이다. 시속 300㎞ 이상으로 달리는 차의 속도를 줄이려면 얼마나 강한 제동력이 필요할지 상상해 볼 뿐이다.

차체는 고속을 낼 수 있도록 최대한 경량화를 추구했다. 강성은 강철보다 뛰어나고 무게는 20∼30%에 불과한 카본 파이버와 알루미늄을 사용했다. 시트의 무게는 불과 12.4㎏으로 안전성 기준에 맞춰 승인받은 전 세계 차량 시트 가운데 가장 가볍다. 대부분 실내 장치는 고객의 신체 사이즈에 맞춰 주문 제작된다. ■

엔초 페라리 제원

승차 인원(명) 2
전장/전폭/전고 (mm) 4,702/2,035/1,147
휠베이스(mm)/중량(kg) 2,650/1,365
엔진 형식 65° V12 기통
배기량(cc) 5,998
최대 출력(bhp/rpm) 660/7,800
최대 토크(kg걅/rpm) 67/5,500
최고 속도(km/h) 350
타이어 사이즈 245/40 ZR 19(앞)
345/35 ZR 19(뒤)
연료탱크 용량(리터) 110
글쓴이 김태진님은 연세대와 서강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LG그룹과 씨티은행을 거쳐 중앙일보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 나고야 대학 객원연구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 《일본의 10년 불황을 이겨낸 힘 도요타》, 《혼다, 우리는 꿈의 힘을 믿는다》가 있다.
  • 200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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