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진 기자의 자동차 이야기| 성공을 향한 질·주·본·능 BMW

독일 뮌헨에 있는 BMW 본사. 항공기 회사로 시작한 BMW는 ‘달리는 즐거움’을 추구하면서 성공 신화를 만들어 갔다.
자동차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BMW 하면 ‘잘 달리는 차 또는 명차(名車)’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그만큼 BMW는 세계 자동차 업체 가운데 가장 확실한 정체성을 갖고 있는 회사다. 1916년 항공기 엔진회사로 출범한 이래 BMW는 ‘달리는 즐거움을 주는 차=성능 좋은 차’를 고집해 왔다. 또 독일의 라이벌이자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름잡던 벤츠에 먹히지 않기 위해 독자 기술을 개발한 회사로도 유명하다.

BMW는 자동차가 단순히 ‘운송수단’으로 머물렀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회사다. 사람의 본성을 자극하는 ‘달리는 즐거움’을 극대화하면서 오늘날의 BMW 성공 신화로 이어졌다. 1970년대 이후 BMW가 광고에서 한결같이 사용해 온 ‘최고의 드라이빙 머신’이란 말은 BMW를 가장 잘 대변해 준다.

●BMW 라이프치히 공장. 공장 자체가 예술작품 같다.
BMW그룹은 지난해 역대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BMW 102만 3,575대, 미니(MINI) 18만 4,357대, 롤스로이스 792대 등 2003년보다 9.4% 증가한 120만 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이 밖에 20여만 대의 고성능 모터사이클도 팔았다. 현재 15개국에 22개의 생산 및 조립공장과 150여 개국에 판매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BMW는 대주주인 쿤트 패밀리가 주식의 60%를 소유하고 있지만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쿤트 패밀리는 이사회 멤버와 감사위원회에 소속돼 경영진을 선임하고 감사를 할 뿐이다. 이는 독일식 사회주의에 뿌리를 둔 경영방식이다.

1993년 취임한 베른트 피세츠리더 회장은 BMW의 도약과 실패를 함께 경험한 인물이다. 피세츠리더 회장 재임 시절 BMW는 연간 자동차 판매 100만 대를 돌파해 세계적인 메이커로 발돋움했지만, 1994년 자동차 역사상 가장 큰 실패 중의 하나로 꼽히는 영국의 로버사(社)를 인수해 불과 5년 만에 3조 원을 날리기도 했다. 이때 함께 인수한 영국의 대표적인 소형차 미니는 BMW에서 새롭게 거듭났다.

2000년에는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인 X-5를 선보이면서 연간 100만 대 이상을 판매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로 자리 잡았다. X-5의 성공은 BMW가 럭셔리 대중차로서의 길을 열어 준 시발점이 됐다.

●BMW는 ‘성공한 사람들이 타는 차’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는 데 성공했다.
BMW의 브랜드 관리는 탁월하다. 스포티한 고성능 세단이 주는 역동적 이미지, 젊고 세련되며 자신의 삶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타는 성공 이미지, 즐거움을 제공하는 차로서의 이미지는 전 세계 공통이다. 이런 브랜드 이미지 관리는 대단히 까다롭고 철저하다. 매장의 CI는 물론 차량의 전시 공간, 고객 서비스, 광고와 이벤트는 BMW 본사의 철저한 규정에 따라 진행된다.

1955년 3륜 소형차였던 이세타의 경우를 보자. 이 차는 우수한 연비와 독특한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BMW가 표방했던 ‘잘 달리는 머신’과 거리가 멀었다. 브랜드 이미지를 잃어버린 이 차는 자동차 역사상 ‘독특한 실험’으로 끝났다.

BMW의 로고는 항공기 엔진으로 시작한 기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엠블럼은 ‘하늘에서 땅으로’, ‘두 바퀴에서 네 바퀴로’를 상징한다. 초기에는 항공기 엔진을 생산했기 때문에 비행기의 프로펠러 모양을 닮았다. 또 BMW 본사가 위치한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의 상징인 청색과 알프스의 흰 눈을 상징하는 백색이 도입됐다.

사람의 신장(腎臟)을 닮았다는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도 BMW의 상징이다. ‘키드니 그릴’(Kidney Grille)이라고 불리는 이 디자인은 1931년 2인승 로드스터에 최초로 도입됐다. 이후 1933년 베를린 모터쇼에 다시 등장해 지금까지 기본형태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BMW의 상징인 키드니 그릴.
10월 13일에는 BMW의 최고경영자인 헬무트 판케 회장(59세)이 방한했다. 17일에 열리는 도쿄 모터쇼에 앞서 한국을 찾은 것이다. 그는 2002년에는 한일 월드컵 기간에, 2003년은 도쿄 모터쇼에 앞서 한국을 찾았었다. 2003년 10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는 고건 총리와의 면담 자리에서 국내 자동차 부품의 수입 문제를 협의하기도 했다. 필자는 판케 회장과 2002년에는 서울서, 2003년에는 도쿄 모터쇼에서 만나 인터뷰를 했었다.

판케 회장은 도요타의 조 후지오 부회장, 메르세데스 벤츠그룹의 디터 제체 회장과 함께 세계 자동차 업계를 이끄는 3대 지도자로 꼽히는 거물이다. 그는 9월 13일 개막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는 일본의 도요타·혼다가 주도하는 하이브리드 카에 대항해 GM·다임러 크라이슬러와 연합, 새로운 하이브리드 카를 생산한다는 깜짝 발표를 하기도 했다.

판케 회장은 물리학 교수 출신으로 고교 시절엔 축구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뮌헨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스위스에서 핵물리학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그 후 뮌헨대 물리학과 교수를 지내다가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로 자리를 옮겨 지멘스, BMW, 바이엘 같은 일류 기업들의 경영 지도를 맡았다. 1982년 BMW 연구개발 책임자로 스카우트됐고, 이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여 미국 BMW 사장과 회장, 본사 재무담당 최고경영자(CFO)를 거쳐 2002년 5월 BMW그룹 회장에 올랐다.

●BMW의 최고경영자인 헬무트 판케 회장. 그는 도요타의 조 후지오 부회장, 메르세데스 벤츠의 디터 제체 회장과 함께 자동차 업계의 3대 지도자로 꼽힌다.
그는 대단히 섬세하고 솔직한 경영자다. 사소한 이야기에도 친절하게 답변하고 때로는 직접 종이에 그림을 그려 가며 설명한다. 필자와 한일 월드컵에서 만났을 때 그는 BMW의 브랜드 관리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BMW는 월드컵 등 축구 경기를 후원하지 않습니다. 축구는 대중 스포츠의 대명사입니다. BMW는 브랜드 관리를 위해 스포츠도 럭셔리 분야만 마케팅을 합니다. BMW 골프대회나 요트대회가 그런 예입니다.”

1990년대 BMW의 오욕의 역사로 불리는 영국 로버사 인수 당시 판케 회장은 미국 BMW의 사장을 지냈다. 덕분에 2000년 로버 인수 실패의 책임을 지고 경영진이 퇴진할 때 화를 면했다. 그는 “당시의 행운이 BMW 회장을 맡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판케 회장의 취임 당시 BMW는 영국의 로버 인수에 따른 후유증으로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부임과 동시에 “기본으로 돌아가자”를 외치며 그동안 BMW가 쌓아 놓은 명성과 고급차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전략을 폈다. 이후 뉴 7 시리즈를 성공시켜 대형차 시장에서 벤츠를 제쳤다.

판케 회장 부임 이후 BMW는 자동차 판매 대수로는 세계 14위권이지만 매년 2조∼3조 원(순이익률 5∼6%)의 흑자를 내며 순이익 랭킹에서 5위 안에 들고 있다.

그는 한국산 차에 대해 “최근 한국 차의 성장은 괄목할 만하지만 좀 더 분명한 자기만의 색깔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글쓴이 김태진님은 연세대와 서강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LG그룹과 시티은행을 거쳐 중앙일보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일본의 10년 불황을 이겨낸 힘 도요타》, 《혼다, 우리는 꿈의 힘을 믿는다》 등을 발간했다.
  • 200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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