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화교(華僑)의 힘! 보유재산 3조 달러 세계 140여 개 국가에 약 6,000만 명 산재

글 홍석빈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글쓴이 홍석빈님은 딜로이트 컨설팅회사의 컨설턴트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2004년 11월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8차 세계화상대회조직위원회 발족식 축하공연 장면. 세계화상대회는 2005년 10월 서울에서 열린다.
화교(華僑)는 ‘본국인 중국 본토와 대만을 떠나 해외에 정착하여 그곳에 사는 중국인이나 또는 그들의 자손’을 일컫는다.

화교는 16세기 후반 명나라 때부터 본격적인 세력이 형성됐다. 현재는 전 세계 140여 개 국가에 약 6,000만 명의 화교들이 산재해 있다. 그중 90% 이상의 화교들은 홍콩, 대만, 동남아 국가에 거주하며 나머지가 한국, 일본 및 서구 국가들에서 생활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의 화교들은 주로 경제적 욕구 때문에 광둥(廣東)성, 푸젠(福建)성 등 중국 남부 연안지역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타고난 상술과 지독할 정도의 근면성으로 동아시아 경제를 움직이는 거대 세력으로 성장했다. 현재 홍콩, 대만, 기타 아세안 10여 개 국가 총인구 중 약 12%에 불과한 화교들이 현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육박할 정도다. 이들이 가진 부(富)의 규모가 3조 달러에 이른다.

화교 경제력 성장의 기반은 혈연(血緣), 지연(地緣) 및 업연(業緣)에 기반한 네트워크와 1인 오너체제하의 가족주의 경영방식이다. 그 결과 주로 부동산, 금융, 유통, 상업무역 등의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화교들 중에는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큰 힘이 있는 이들도 있다. 아시아 제일의 부호로 알려진 리카싱(李嘉誠) 회장이나 궈링위(郭令裕) 싱가포르 중화총상회 회장 등이 그 경우다.

리카싱 회장은 중국 본토에서 태어나 전란을 피해 홍콩으로 왔고 10대에 학교를 중퇴한 후 찻집 종업원에서 시작, 현재 홍콩 텔레콤, 창장실업, 허치슨 왐포아 등 약 460여 개의 기업을 거느린 아시아 최고의 갑부 반열에 올랐다.

홍콩 최대 재벌 리카싱 창장실업 회장(왼쪽)과 싱가포르 중화총상 회장 궈링위(오른쪽).
세계 화교 비즈니스계의 총수로 불리는 궈링위 싱가포르 중화총상회 회장은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 화상(華商)대회의 중심인물이다. 싱가포르 중화총상회는 세계 화교들의 연락본부다. 그는 친형과 함께 펑룽그룹(豊隆集團)을 이끌고 있다. 두 형제의 재산이 50억 달러에 대해 전 세계 화상 재력가 중 12번째로 갑부다. 펑룽그룹은 싱가포르 최대의 부동산, 호텔, 금융, 종합무역 그룹으로서 전 세계에 100여 개 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힐튼호텔, 서울시티타워, 명동 센트럴빌딩 등을 소유하고 있다.

정계에도 뛰어난 화교 출신이 있다. 리콴유(李光曜) 전 싱가포르 총리다. 그는 일찍이 화교의 힘을 간파하고 중국-싱가포르-제3국을 연결하는 싱가포르 중화총상회(SCCCI)를 결성했고, 1995년에는 전 세계 화상네트워크(WCBN)를 조직했다.

그러나 잘나가던 화교의 힘도 최근 들어 서서히 가족경영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인도네시아 제2의 재벌이었던 아스트라 그룹의 경우, 1992년 후계자 에드워드 소르자야의 무능으로 인해 계열기업인 수마은행이 파산함으로써 1인 오너 중심의 가족경영 한계를 드러냈다.

최근 화교기업들의 1세대 경영주들은 2, 3세대 후계자들을 미국 등에 유학을 보내 선진 자본경영 방식을 학습하게 하는 등 변화를 시도 중이다. 로버트 곽의 상그릴라 호텔체인, 태국의 대표적 재벌 기업인 방콕은행 등에서는 기존 친인척 출신의 경영진을 서구 전문경영인으로 대체하는 등 전에 없던 모습도 보이고 있다.

또 화교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영역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홍콩 최대 재벌인 리카싱 그룹의 영국 컨테이너 터미널 회사인 펠릭스 타워 인수, 말레이시아 찬가(家)의 홍룽 그룹이 미국계 세계적 공조기 회사 AAF-맥퀘이사(社)를 인수한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한때 국내 경제에서 상당한 재력을 과시했던 화교들은 5·16 이후 도시 재개발사업과 정부의 견제정책에 견디다 못해 미국 등 다른 나라로 이주했다. 한때 국내 화교는 6만 명을 넘어섰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약 2만여 명 정도에 불과하다. 한때 서울 북창동 일대와 인천 일부 지역에서 번성했으나 이들 지역의 차이나타운은 거의 사라졌거나 쇠락했고, 현재는 연희동 화교학교를 중심으로 이 일대에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명동 중국대사관 근처에 중국도서 전문서점, 중국 전문 여행사, 중국 음식점, 중국 상품 소매점 등을 통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주 : 화교의 경제력은 각국의 총 GDP(국내총생산) 중 화교자본이 기여한 비중임.자료 : LG주간경제, EIU 국별 보고서
최근 화교자본 및 기업들이 우리 기업들과 제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화교 기업들이 진출하고자 하는 제조업에 있어 한국 기업들의 성공 사례가 선진 사례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중국에 대한 화교자본의 투자금액은 1,000억 달러를 상회하지만 한국에 대한 투자는 2억 5,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투자가 부진한 것은 국내 화교들에 대한 차별적 조치와 편견 때문이다.

최근 정부도 화교자본과 기업의 중요성을 인식, 화교 기업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 이른바 ‘대(對)화교권 햇볕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10월에 서울에서 열리는 ‘제8회 세계화상(華商)대회’에 화교 출신인 설영흥 현대자동차 중국담당 부회장을 명예위원장으로 위촉한 것도 이런 시도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다. ■
  • 200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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