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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용호

|하재봉이 만난 사람| 진실로 중요한 것은 보이는 것 너머에 있다

사진작가 김용호는 단순한 사진작가가 아니라 이 시대 대중문화의 지형도를 뒤흔드는 아방가르드다.
사진작가 김용호. 이렇게 그를 부르는 것은 옳지 않다. 패션 이미지 메이커라는 신직종을 만들어 냈던 그는, 처음에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출발해서 광고계에 몸담았다. 그리고 직접 사진을 찍어 카탈로그를 제작하면서 패션 사진계에 입문했고 건축 잡지 <공간>의 사진부장, 에스모드 서울의 홍보실장을 거쳐 자신의 광고회사 ‘도프’를 차렸다. 그가 중심이 되어 창립된 한국패션사진가협회 회장을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지냈으며, 대한올림픽 조직위원회 문화위원도 하고 있다.

그는 사진영상소설 <소년>의 저자이기도 하고, 한국의 문화예술 명인 28명의 사진을 스타타워 건물에 설치해 화제를 모은 ‘한국문화예술명인전’(2003년)으로 단순히 상업광고 사진작가가 아님을 보여 주었다. 또, 공평아트센터에서 열린 아름다운 재단 주최의 ‘아름다운 사람들, 나눔의 이야기’를 통해 사진을 통한 사회 기부의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1994년부터 해마다 대한민국 광고대상 은상, 장려상, 동상을 차례로 수상했고, 월간 <한국광고>(1993년) (1998년) <바자>(2002년)가 선정한 올해의 포토그래퍼상과 세계 패션그룹 선정 포토 저널리스트상을 수상했다.

그는 사진만 찍는 사진작가가 아니다. 디자이너 진태옥은 “김용호가 입는 스타일, 그런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패션에는 빈틈이 없다. 만약 반바지 차림에 가볍게 셔츠를 걸친 그의 모습에서 빈틈을 발견했다면, 그것은 의도적인 것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그만큼 그는 당대 최고의 패션 리더 중 한 사람이다.

그가 기획한 파티들은 청담동의 무늬를 바꿔 놓는다. 그의 이런 작업들은 동시대 문화 종사자들에게 영향을 주면서 결국 한국 대중문화의 지형도를 조금씩 바꿔 놓는 데 기여하고 있다.

김용호를 내가 언제 처음 만났는지는 기억이 불확실하다. 1990년대 중반 어느 파티에서였는데, 확실히 기억하고 있는 것은, 많은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그가 먼저 다가와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는 것이다. 그 당시 그는 청담동에 ‘카페 드 플로라’라는 카페와 광고기획사 ‘도프’를 운영하고 있었다.

‘카페 드 플로라’는 단순한 카페가 아니었다. 1990년대 중반, 한국 소비문화의 중심지인 압구정동이 20대 초반에게 점령당하자, 30대 초·중반의 여피족 혹은 보보스족들은 길 건너 청담동으로 옮겨 가기 시작했다. 그곳에 ‘카페 드 플로라’가 있었다.

청담동 언덕배기 m.net 뒤에 있던 이 카페에는 영화, 패션, 광고, 사진 등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2000년을 전후한 시기에 ‘카페 드 플로라’는 한국 대중문화의, 밤의 중심지였다.

그는 단독주택을 개조해서 지은 그 건물의 주인이었고, 위층에는 광고기획사 도프의 사무실과 그의 스튜디오가 있었다. 1997년 IMF가 터지기 직전, 그 건물 지하의 테크노 바를 ‘살롱 드 플로라’라는 이름의 와인 바로 바꿔서 운영했다. 연극배우 박정자 선생과의 동업이었다.

‘살롱 드 플로라’에는 한쪽 벽면 전체를 덮을 정도의 큰 거울이 있었다. 이집트 카이로에 갔다가 200년 된 낡은 카페에 들른 김용호는 그곳에 걸려 있는 큰 거울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독특한 실내장식, 세련된 음악, 지금은 여기저기서 볼 수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서울 시내에서 전문 테크노 바, 와인 바는 손꼽을 정도였다.

국내 톱스타들은 김용호라는 사진작가와 작업하기를 좋아한다. 장동건, 김희선, 김혜수, 배용준, 정우성 등 수많은 스타들이 그의 스튜디오를 다녀갔다.
그는 상업사진을 찍어 왔지만, 그의 감수성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창조적 예술정신과 미학주의다. 그는 실험영화를 비롯한 수많은 예술작품을 통해 자신의 예술적 감수성을 단련시켰다. 연예인 누드가 대중들의 관심을 받을 때, 그가 찍은 이혜영 누드집은 차원이 달랐다. <델마와 루이스>처럼 일상의 도시를 탈출해서 사막으로 떠나는 컨셉트로, 이야기가 있는 사진을 찍었고 이것이 많은 대중들의 호응을 받았다. 그는 장동건 사진집도 찍었고, 이 인터뷰 일정을 잡기 위해 연락했을 때는, 2006년 일본에서 발간될 이동건 사진집을 스위스에서 찍고 있었다.

2001년, 그는 카페 드 플로라를 처분하고 그 근처에 ‘A.O.C’라는 새로운 와인 바를 오픈했다. 이정재나 장동건, 배용준, 정우성, 박중훈 등 남자 배우들이나 김인식, 허진호, 박진표 감독들이 이곳을 자주 찾았다. 그는 특히 영화계 인사들과의 교류가 활발하다. 여균동 감독, 이지현 주연의 <미인>에 나오는 한남동 언덕배기 집은 김용호의 집이었다.

영화 <미인>의 90%가 이 집에서 촬영되었다. 가깝게 지내던 여균동 감독은, 그때 한남동으로 막 이사 간 그의 집을 보고 영화 촬영을 위해 빌려 달라고 했다. 인테리어를 새로 하고 막 들어간 집이었지만 그때부터 두 달 동안 촬영팀과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마루만 40평 이상의 큰 집이어서 그는 한쪽 방만 쓰고 다른 공간은 촬영팀의 장비와 기자재로 꽉 차 있었다. 밤새 스태프들과 맥주 마시고 아침에 일어나 출근한 적도 많았다. 지난해 그가 촬영한 김혜수 주연의 <얼굴 없는 미녀> 포스터는 그 강렬한 붉은색 이미지로 오랫동안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많은 사진을 찍지만 특히 인물에 애착을 보여 왔다. 인물에 대한 그의 설명을 들어 보자.

“인물은 자연의 축소물이다. 한 인물에게는 한 인생이 있다, 한 인생은 그 자체가 우주다. 환경적인 것, 미래지향적인 목표, 정신과 철학, 모든 것이 인간에게 집약되어 있다. 광고사진이나 마케팅적 측면에서 만들어진 사진도 찍었지만, 그 사람에 대한 진실한 이해를 통해 글로 설명할 수 없는, 나만이 표현할 수 있는 것을 드러내려고 한다. 인물을 찍다 보면, 육안으로 볼 수 없었던 것들이 카메라 프레임을 통해 새롭게 나타나기도 한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인물인데 내가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하나의 우주가 탄생하는 것이다.”

1,000명을 한꺼번에 전시?

그는 10월 1일부터 23일까지 명동 롯데 갤러리 및 에비뉴엘 전관에서 ‘세상의 모든 장벽을 넘어서’라는 사진전을 개최한다. 성악가 조수미, 프리마돈나 강수진, LA 다저스의 최희섭, 피아니스트 백건우, 사물놀이의 명인 김덕수 등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100여 명의 한국인들을 찍은 사진들을 모은 것이다. 지난 5월부터 이 전시를 위해 세계 각국을 방문하며 사진을 찍어 왔다.

“사진은 내 눈에 보이는 외부 세계를 내 개인적 의지에 의해서 새롭게 변화시킨다. 진실로 중요한 것은 보이는 것 너머에 있다. 우리가 육안으로 보는 것은 서로 약속된 것들이지만, 뷰파인더를 통해서 보면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본다고 생각된다. 내 사진은 없는 것을 보여 줄 수는 없지만, 누구나 보고 있는 것을 내가 가진 상상력으로 새로운 의미를 재창조해서 전달하려고 한다.”

그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1,000명 정도 사진을 찍어 한꺼번에 전시하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 민소매 차림으로 카페에 앉아 있는 나를 보고 그는 눈빛을 빛내며 다가왔다. 나의 누드 사진을 찍고 싶다는 것이었다. 월간 에 연극배우 장두이, 발레리나 조정희, 〈월간미술〉 이건수 편집장 등 그가 찍은 누드 사진이 막 게재되어 화제를 몰고 있을 때였다. 나는 기꺼이 승낙했다. 그의 전화가 오면, 나는 옷을 벗기 위해 그의 스튜디오로 달려갈 것이다. ■
  • 200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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