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로 ‘외출’한 국보급 배우 배용준

영화 <외출>을 개봉하기 직전 아시아 스타 배용준 씨와 만났다. 당시 그는 <외출> 촬영을 마치고 탈진하여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후였다. 배용준의 건강관리를 맡고 있는 임종필 헬스 트레이너는 “<외출> 촬영으로 심신이 피로해진 배용준에게 가장 필요한 건 휴식”이라면서 “보름 정도 운동을 쉬라”는 처방을 내렸다. 곧 대만과 일본을 방문하여 프로모션을 벌일 계획이었기 때문에 더욱 체력의 안배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집에서 쉬고 있을 거라던 배용준 씨가 회사에 나왔길래 어쩐 일인가 했더니, 승마 연습을 하고 왔다고 했다.

“다음 출연작인 드라마 <태왕사신기>는 많은 준비가 필요한 작품입니다. 그냥 쉴 수가 없어서 승마 연습을 바로 시작했더니 좀 무리가 왔나 봐요. 지금 침을 맞고 오는 길이에요.”

그러고 보니 얼굴이 좀 부어 있었다. “<스캔들> 영화 때도 말을 타 본 경험이 있지 않은가요” 하고 묻자 배용준은 피식 웃으며 “그때는 그냥 타는 시늉만 했죠. 이번에는 말을 타면서 활을 쏘고 무술을 겨뤄야 해요. 오늘도 격렬하게 말 타는 연습을 하고 왔습니다”라고 했다.

다음 작품 위해 승마 연습 중

그날 배용준은 공식 행사가 없어서인지 편안한 차림이었다. 흰색 베레모에 노란색 맥아더형 선글라스, 가슴 근육이 드러나는 흰색 브이넥, 파란색 얇은 점퍼, 그 아래 여기저기 찢어진 청바지, 선글라스와 동일한 색의 날렵한 구두를 신고 있었다. 일본의 유명배우가 배용준에게 ‘화장빨’이라고 험담한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는데, 화장기가 하나도 없는 그의 얼굴은 대리석을 깎아 놓은 것처럼 매끈하고 깨끗했다.

영화<외출>에서 호흡을 맞춘 손예진의 인기도 요즘 일본에서 부상하고 있다.
트레이너 임종필 씨는 “배용준의 피부가 좋은 것은 올바른 식생활과 규칙적인 운동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채식 위주의 순 한국식 음식을 즐겨 먹는 데다 운동을 하여 신진대사가 활발하기 때문에 피부가 매끈매끈하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 논현동에 있는 배용준의 소속 기획사인 BOF 사무실은 거의 관광지가 되다시피 했다. 외국 팬들이 차를 대절해서 방문하거나 삼삼오오 찾아와 촬영을 하고 간다. 직원이 늘어난 데다 업무를 제대로 볼 수가 없어 모처에 또 다른 사무실을 마련했다. 그날 1층 주차장에서 배용준과 대화를 나누고 있어도 주변에 얼씬거리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조용한 곳이었다.

BOF에는 배용준 외에 유명 배우가 없는 상태지만 직원이 30여 명에 이른다. 이 회사는 신인 배우를 몇 명 양성하고 있는 것 외에 배용준 한 사람으로도 운영이 가능하다고 한다. 캐릭터 사업을 비롯한 각종 수익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용준은 BOF 회사의 지분을 일부 갖고 있다.

<외출>은 아시아 전체를 겨냥해 만든 영화다.일본에서는 개봉 전 예매표가 15만장 팔렸다.
배용준 팬의 대다수는 1994년 데뷔 때부터 그를 지지하는 열성파들이다. 배용준 공식홈페이지(www.byj.co.kr)를 중심으로 10여 개의 팬 홈페이지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데, 팬들은 10년 넘게 배용준을 지켜보면서 ‘곧은 인품, 일에 대한 열정, 책임감, 노력하는 모습, 깨끗한 사생활’ 때문에 그를 지지하고 있다고 밝힌다.

일본에서 발행되는 한류(韓流) 잡지의 A 사장은 배용준의 사생활을 캐기 위해 두 달간 과거 행적을 샅샅이 조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배용준의 어릴 때 행적부터 훑었다는데 흠이 될만한 사안이 없었다고 한다.

1년 6개월 전 영화배우 배용준이 하네다 공항을 마비시키면서 일본에 갔을 때 한일 양국이 깜짝 놀랐다. 당시 일본 뉴오타니 호텔에서 배용준을 만나 소감을 물었을 때 그는 이런 말을 했다.

“<겨울연가>를 보고 아시아 사람들이 다같이 공감했다는 건 정서가 비슷하다는 얘기거든요. 아시아가 하나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감독님들이나 제작하시는 분들이 이제 아시아를 하나로 보고 작품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는 자신의 바람대로 지난 9월 초 아시아를 겨냥해 만든 영화 <외출>을 선보였다.

<외출>은 마니아 층에게 사랑받는 영화이다. 느림과 섬세함으로 승부하는 허진호 감독의 영화는 오랫동안 음미할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외출>은 보는 도중 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영화를 다섯 번 혹은 열 번씩 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중독성을 갖고 있다.

배용준 팬들은 언론이 영화 외적인 부분에 너무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다. 실제로 아시아의 스타 배용준이 출연함으로써 허진호 감독의 영화는 국내에서 시끌벅적한 평가를 받았다. 국내 거의 모든 온겳의조瓚?언론이 작품의 세세한 부분까지 지적하면서 각종 평가를 쏟아 놓자 관객들은 영화를 보기가 불편할 정도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이 최고의 목표”

<외출>이 국내에서 먼저 개봉되자 외국인들이 속속 입국하기 시작했다. 지난 9월 10일 오후 두 시 서울극장에서 910명의 배용준 외국 팬이 입국해 글로벌 <외출> 번개 미팅을 가졌다. 무대인사 차 배용준이 등장하자 외국인들은 “사랑해요” “용준 오빠” “가지 마요” “같이 봐요” “보고 싶었어요” 등 짧은 한국말을 부르짖었다.

그날 참여한 팬들의 국적은 미국, 독일, 캐나다를 비롯한 12개국. 외국의 배용준 팬클럽 회장단들이 몇십 명 단위로 희망자를 모집하여 입국했다고 한다. 외국 팬들은 영어 자막도 없는 <외출>을 보고 한국 관광에 나섰다.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이들이 모여서 행사를 치를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하고 기념품도 지급했다.

외국 팬들이 배용준 사진이 담긴 7m짜리 대형 현수막을 들고 거리행진을 할 때 시민들은 “욘사마 대단하다”며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길을 비켜 주고 외국 팬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사람들이 많았다.

영화<외출> 개봉 후 배용준의 국내외 팬들은 <외출>보기 릴레이 번개 미팅을 벌이고 있다.
한국의 배용준 팬들은 9월 11일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씨네시티 극장 한 관을 빌려 〈외출〉 1회와 2회를 연속으로 관람했다. 2회 영화상영 시간의 상당부분을 할애하여 배용준은 팬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팬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공식적인 언론 인터뷰와 달리 진솔한 얘기가 오갔다. 배용준이 “사는 게 힘들잖아요”라고 얘기했을 때 50대 팬이 “우리가 있는데 뭐가 힘드냐”고 질책했고, 배용준 씨가 “잘못했어요”라고 대답해 폭소가 터졌다. 팬들은 평소 알고 싶었던 사소한 질문을 서슴없이 던졌다. 배용준은 팬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변을 했는데 이런 얘기들이다.

“이리저리 뒹굴면서 자는 버릇이 있어서 침대는 아주 크고, 잠옷은 반드시 입고 잔다. 침대 시트는 흰색이다. 반지는 돈을 주고 구입했으며 끼면 의지가 되는 것 같다.”

어떤 팬이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인기가 많은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배용준은 개그맨 안어벙 버전으로 ‘쇄골?”이라고 답변해 폭소를 자아냈다. 배용준은 이어 “운이 좋았고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겸손해했다. 한 남자 팬은 “배용준 씨를 자랑스러워하는 남자 팬도 많다. 건투를 빈다”고 했다. 팬들은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길 바란다. 결혼식에 우리 모두를 초청해 달라. 당신과 같은 하늘 아래 사는 게 행복하다”고 말하며 “<외출> 대박!” 구호를 외쳤다.

배용준 해외 팬들은 9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각국에서 개봉되는 시점에 맞추어 <외출> 관람 번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국내 팬들은 전국 각지에서 ‘〈외출〉 보기 릴레이 번개 미팅’을 실시하고 있다.

배용준의 팬들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배용준과의 팬 미팅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
<외출>은 국내 최초로 아시아 전체를 겨냥하여 만든 영화이다. 아시아 10개국에서 상영된 후 결산이 어떻게 나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외출>은 특별히 일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에서는 개봉 전에 예매표가 15만 장 팔렸으며, <외출> 메이킹 DVD가 6만 7,000장이 팔려 한류 관련 DVD로는 사상 처음 9월 19일자 오리콘 DVD 종합부문 정상에 올랐다. 한정 제작한 <외출>의 배용준 반지와 의상이 일찌감치 매진되는 등 일본에서 ‘배용준 브랜드’의 위력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배용준 씨는 영화 <외출>에 관해 “허진호 감독과 작업하면서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영화에 임한 것이 새로운 경험이었다. 아쉬움은 없다. 배운 점이 많아 앞으로 다른 작품을 할 때 새롭게 얻은 것을 보여 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아시아 각국에서의 흥행 성적에 대해서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배용준은 현재 드라마 <태왕사신기>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태왕사신기>에 올인하기 위해 승마, 검술, 활쏘기 등 다양한 기술을 익히고 있다. 송지나가 극본을 쓰고, 김종학 PD가 감독을 맡는 <태왕사신기>는 24부작 드라마로 편당 제작비가 10억 원이 넘는다. 컴퓨터 그래픽에 100억 원, 미니어처 제작에 30억 원, 촬영장 건설에 100억 원을 투입할 정도의 대작이다. 특수효과는 <반지의 제왕> 3부작을 담당한 팀이 맡게 된다. <태왕사신기> DVD 판권은 일본 최대 연예기획사인 에이벡스(AVEX)에 50억 원에 이미 판매됐다.

사진찍기는 배용준의 취미중 하나다.
국보급 배우라는 호칭이 따라다니는 배용준의 힘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스스로 달라진 위상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배용준은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 뿐”이라고 답했다. 한국을 널리 알리며 새로운 기록을 계속 만들어 나가는 배용준. 요즘 그는 팬 미팅에서 약속한 ‘아시아 팬들이 다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일’을 구상하면서 드라마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배용준과 두 번에 걸친 단독 인터뷰를 하면서 “성공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이 최고의 목표다, 진실하고 성실하다는 점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 그는 배우이기 이전에 ‘성실하고 사생활이 깨끗한 인간’이었다. ■
  • 200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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