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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하는 패션 디자이너 장광효

|하재봉이 만난 사람| 내 젊음의 비결은 단순하게 살기

“충격을 받지 않으면 디자인이 안 된다.
신선한 아이디어도, 새로움도
낯선 문화적 충격에서 비롯된다.”
그는 요즘 ‘장샘’으로 통한다. 뱀파이어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국어책을 읽는 듯한 장샘의 연기는 대중들에게 오히려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안녕, 프란체스카>의 디자이너 장샘과, 디자이너 장광효는 다르지 않다. 일주일에 하루, 그것도 대부분 청담동 그의 사무실에서 촬영했다.

장샘의 국어책 읽는 대사는 독특한 개성이었다. 나중에는 담당 PD도 연습하지 말고 그냥 못하는 대로 하라고, 애드립도 해 보라고 권유했다. 처음 섭외했던 작가도 그렇게까지 연기를 못할 줄은 몰랐는데 그것이 오히려 플러스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것이 너무 즐거웠고 “세상이 나를 알아준다는 희열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시트콤을 끝낸 뒤 가슴이 허전해졌고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스부르크 등 러시아 여행을 다녀왔다. 그를 인터뷰하러 사무실에 찾아갔을 때, 그는 막 러시아 여행에서 돌아와 있었는데 SBS-TV의 <잘먹고 잘사는 법> 촬영 팀이 하루 종일 그를 스케치하고 있었다.

“지금 내 생애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즐거우니까 디자인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시트콤 하면서 느낀 것은 내 직업이 정말 좋은 직업이라는 것이다. 나는 부담을 안 갖고 편안하게 촬영했다.”

그는 나와 나이가 같다. 학번도 같다. 술 담배 하지 않는 것도 같다. 키도 비슷하다. 심지어 같은 미장원의 같은 헤어 디자이너에게서 머리를 자른다. 그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사람이 내 중겙慈?동창이다. 많게는 10년 아래로 볼 정도로 나도 젊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장광효를 만나면 기가 팍 죽는다. 그의 피부는 탱탱하다. 주름살도 없다. 비결이 뭐냐고 물으면, 단순하게 살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이쪽 사람들을 만나면 손해 보는 것 같아서 안 만난다. 내 기본은 들꽃 같고 순수한데 표현을 잘 못한다. 자기중심적이고 왕자병이고 예민해서 대인관계 안 좋다. 내가 생각해도 친구 없는 게 당연하다.”

그는 이런 말들을 너무나 편안하게 했다. 그런 것들이 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있다는 뜻이다. “나 스스로 하고 싶은 걸 많이 버렸다. 가지를 치고 속을 비우니까 편안하다. 잠 잘 자고 대인관계 줄이고. 적당히 운동하고 적당히 먹고” 이것이 그의 건강 비결이다.

그는 직업상 많은 사람들을 만날 것 같지만, 가깝게 지내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연예인 옷을 많이 협찬하기 때문에 가까운 연예인들도 있지만 가끔 식사하는 정도다.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현빈, <패션 70s>에서 천정명이 입는 옷들은 전부 장광효 작품이다. 소지섭도 개인적으로 친하다. 권상우, 비, 장동건, 이병헌, 유정현도 가끔 그의 숍에 들린다.

아침 9시 30분, 그는 청담동 빌라에서 5분도 안 되는 사무실로 걸어서 출근한다. 그리고 저녁 8시에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간다. 레스토랑에서 혼자 밥 먹는 것은 비참한 생각이 들기 때문에 냉장고 문을 열고 간단하게 저녁을 차려 먹는다. 저녁 9시쯤 진돗개 순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간다. 순이는 빌라의 넓은 마당에서 키운다. 경비는 그의 성을 붙여, 장순이라고 부른다. 청담중학교 운동장을 15바퀴 돌고 집으로 오면 밤 11시. 샤워하고 잠을 잔다. 이것이 그의 일상이다.

그는 주말 부부다. 그의 부인은 전남대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가 광주로 내려가거나 부인이 올라온다. 20세기 초 이탈리아 최고의 오페라 가수인 카루소의 이름을 그의 브랜드로 작명한 것도 부인이다. 청담동에 있는 카루소 매장 오픈 할 때 나는 그의 부인과 인사를 한 적이 있다. 결혼 생활 22년째지만 그들 부부에게는 아이가 없다.

그는 국민대 산업미술학과와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에서 학위를 받고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뒤 캠브리지와 논노의 수석 디자이너를 거쳐 1988년 ‘카루소’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했다. 나는 그의 옷을 보고 반했다. 단순한 디자인과 무채색 일색이던 우리 남성복 역사를 그는 새로 썼다.

10년 전 나는, 백화점에 입점해 있던 그의 숍에서 꿩의 깃털이 들어 있는 비닐 옷을 구입한 적이 있다. 비닐 옷을 입을 수 있는 날이 일년 중 며칠이나 되겠는가.

상당히 비싼 금액이었고 비실용적인 선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 옷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투명한 비닐로 만들었지만 질겼고, 목과 포켓의 덮개 부분은 꿩의 화려한 깃털로 채워져 있었다. 비닐 옷의 박음질은 형광실로 되어 있어 그 옷을 입고 클럽에 갔을 때는 점점이 박힌 실들이 푸르스름한 형광 조명에 하얗게 번쩍여 너무나 아름다웠다.

● 동갑내기인 디자이너 장광효(오른쪽)와 시인 하재봉.
지금 내 옷방에 걸려 있는 옷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독특한 옷들은 대부분 카루소 장광효의 작품이다. 북극곰을 연상시키는 인조모피 코트도 있고, 그가 직접 줄자를 대고 내 허리 사이즈를 재서 맞춰 준 7부 바지도 있다. 어떤 것들은 구입한 것이지만 대부분은 그에게서 선물 받은 옷들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충격을 받지 않으면 디자인이 안 된다. 신선한 아이디어도, 새로움도 낯선 문화적 충격에서 비롯된다.”

그는 올해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홍보대사로 임명됐고, 오는 10월 13일 오프닝 컬렉션 쇼를 진행한다. 그리고 10월 말부터 11월초 사이에는 2006 SS(Spring Summer) SFAA 컬렉션에 참여한다. 한국 최고의 디자이너들의 모임인 SFAA에 가입한 이후 그는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지금까지 30회 이상의 쇼를 개최했다.

그는 이렇게 성실한 사람이다. 그는 지금 장샘에서 장광효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새로운 영역과 만난 충격이 그의 예술 혼을 불살라 놓을 것이다. 2006 스파쇼에 등장할 그의 옷들이 기다려진다. ■
  • 2005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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