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행복한 책읽기| 만화와 한국 단편 소설의 아름다운 만남

만화가 오세영은 예리한 의식과 풍부한 감수성의 만화로 우리 만화의 지평을 넓혀 온 작가다. 그의 만화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리얼리즘 미학을 충실하게 고수한다. 특히 그가 문학 작품을 만화로 그릴 때는 원작의 주제와 분위기를 철저하게 복원하여 그려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아가 그의 만화는 문학 작품이 주는 상상력을 훼손하기는커녕 원작을 다시 읽게 하며 새롭게 상상력을 촉발한다. 이는 대개의 만화들이 극도의 과장이나 왜곡으로 현실과 다른 이미지를 제시하면서 상상의 순간을 억압하기 일쑤인 경우와 대조된다.

《오세영 한국 단편 소설과 만남》은 857쪽 두께의 만화책. 제목 그대로 우리 단편 소설들, 특히 일제 강점기에 창작된 김유정의 <동백꽃>, 림종상의 <쇠찌르레기>를 비롯하여 박태원의 <오월의 훈풍>, 안회남의 <말>, <소>, <투계>, 오영수의 <요람기>, 이근영의 <농우>, 이태준의 <까마귀>, <복덕방>, <아담의 후예>, <행복>,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채만식의 <맹 순사>, 최명익의 <봄과 신작로>, 현덕의 <경칩>, <남생이>, 월북 작가 김만선의 <홍수>를 비롯하여 김사량의 <토성랑> 등 주옥 같은 단편들을 극화한 것이다. 그는 지극히 사실적으로 당대의 풍경들을 복원했고 치밀한 고증과 탄탄한 그림 수준을 과시하고 있다. 책 뒤에 ‘본문 속 말 풀이’ 색인을 붙여 작품을 시각적 측면뿐만 아니라 언어적 측면에서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배려했다. 특히 납북·월북 작가들의 작품들을 많이 다룸으로써 기존의 반쪽 문학사 수준을 벗어났다.

오세영의 만화를 통해서 문학의 언어와 이미지의 언어가 어떻게 같고 다른가, 표현 장르마다의 특성과 실제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또 바람직한 예술 작품은 당대와 과거, 미래의 현실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우쳐 줄 수 있다. 특히 사회적 관점을 경시하기 쉬운 들뜬 시대에 청소년들에게 좋은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화책이다. 후텁지근한 여름, 심심할 때마다 조금씩 보는 데도 그만이다. ■
  • 2005년 08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