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문예계간지「문학동네」신인상·소설상 연속 수상한 千明寬

『세상엔「高卒의 인생」이 있고「大卒의 인생」이 있습니다』

「문학」이 과연 이래도 되는 건가?

볕 좋은 봄날, 문단을 발칵 뒤집으며 등장한 소설가 천명관(41)씨를 만났다. 천명관씨는 2003년 문예계간지의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고, 이듬해 겨울,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제10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연이어 수상했다. 그런데 그저 얌전한 등단과 수상이 아니었다. 문단은 천명관씨의 작품이 내용과 형식 등 모든 면에서 파격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천씨의 작품이 단행본으로 출판되자 독자들은 술렁거렸고, 문단은 당황했다.

「문학」이 과연 이래도 되는 건가? 하는 이질감을 던져 주었다.

『쓰지 마세요, 이런 건. 써 봐야 이해 못해요. 세상엔 「고졸 인생」이 있고 「대졸 인생」이 있습니다』

「고졸 인생」이란 모든 곳에서 나설 수 없는 것이라 말하는 천명관씨가 대졸자와 첫 대화를 나눠 본 때는 그의 나이 서른이었다. 「내 인생을 망친 건 고등학교 선생」이라고 무라카미 류가 말했지만, 고등학생 시절은 천씨 인생의 제일 어두운 시기였다. 군대 제대 후 그가 취직 서류 준비 시에 우연히 알게 된 그의 고교 석차는 58명 중 58등.

1964년 6남매 중 셋째로 태어나 활발하고 이야기 잘하고 똘망똘망했던 경기도 토박이 소년 천명관은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등학교 3년 내내 괴롭고 답답한 시기를 보내게 된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방위 신분으로 군 생활을 할 여건이 되었던 그는 오히려 서둘러 군대에 가려고 공군에 자원했다. 제대 후 이틀 만에 공사장에서 일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났다.

천명관씨는 골프상 점원으로 3년을 보낸다. 이후 또 3년을 보험회사 영업사원으로 신망을 쌓았다. 군대 제대 후 보험회사 소장이 꿈이었을 당시 천씨는 소위 「잘나갔다」.

『하루라도 놀아 본 적이 없어요』

천씨는 생활이 절박해서 하루라도 일을 그만두면 안 되기 때문에 하루도 놀아 본 적이 없다. 성실하게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조용히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우연한 기회에 영화를 만들던 군대 동료를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며칠 후 천씨는 앓게 된다. 그리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모아 둔 돈으로 3년을 살 수 있었다. 새로운 인생을 살아야겠다 싶었다. 당시 천씨는, 「이렇게 사는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변화의 동기란, 영화를 만드는 군대 동기와 잠시 마주쳤던 것이 전부였다. 그렇지만 그때부터 천명관씨의 영화 인생이 시작되는데, 눈뜨고 잘 때까지 영화를 보았다. 하루에 여덟 편 가량 닥치는 대로 보았다.

천씨가 종종 접한 동료의 영화 사무실은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였고, 모든 면에서 이질적이었다. 천씨는 기꺼이 그 속으로 뛰어든다. 영화사에 발을 들여 세무서에 오가고, 의료보험조합에 오가고, 방문차량을 주차해 주던 천씨는 자꾸만 머릿속에 이야기가 떠올랐다 . 그래서 시나리오를 「막」 썼다.


『소설 써 보면 어때?』

영화감독이 주인공인 첫 시나리오 「베드신을 둘러싼 108가지 유형의 골치 아픈 일들」에 대한 주변인들의 호응에 힘입어 처음으로 「나도 창작을 하고 싶다」고 마음을 먹어 본다. 지금은 싸이더스의 영화 제작자인 차승재 대표로부터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시나리오 각색을 제안받았을 때를 천씨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그건 다른 인생이거든요 . 나에게도 이런 일을 할 기회가 있다니 싶었어요』라고 기억한다.

그 작업 이후 천씨는 주어지는 시나리오 작업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기획하여 시나리오를 만들고, 영화사를 대상으로 판매한다. 주도권을 자신이 갖도록 작업을 하는 통에, 그의 작품은 영화 전문지에 「시나리오 최초의 인센티브 계약」으로 기사화되기도 했다. 이때, 「총잡이」, 「로드쇼」, 「가문의 영광」 초고 등의 작품이 나왔다.

그는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결심하지만, 영화판에서도 「고졸 인생」은 고단했다. 최근에서야 대형 영화사에서 제작에 들어간 「자객 열전」은 그의 5년 전 작품. 천씨는 이 작품을 「내 인생을 어둡게 만든 시나리오」라고 정의한다. 5년 전, 이 시나리오가 영화화되지 못한 이후부터 천씨는 오랫동안 돈을 벌지 못하고 혹독한 인생을 살았다. 철저한 소외를 겪어 가며 존재 증명을 못하는 어두운 시간이 오래오래 흐르면서 서른아홉 살이 된다.

천씨는 영화판에서 실패했다고 여기고 심한 좌절을 겪는다. 모아 둔 비디오테이프는 물론이고 텔레비전도 내다 버렸다. 남들이 「지금은 영상시대다」 할 때, 「내 인생에 영상은 끝이다」라며 좌절로 마흔을 맞게 되는 순간을 직시했다. 『소설을 써 보면 어때?』라는 동생의 스치는 한 마디에 그는 소설 작업을 시도한다. 극심한 좌절의 바닥을 탁 치고 다시 창작인생을 시작하는 계기가 된 것이 2004년 문학동네 신인 문학상 수상작인 단편소설 「프랭크와 나」이다.


「고래」

천명관씨의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 장편소설 「고래」는 아주 오랜만에 문단을 들썩이 며 흔든 작품이다. 이 소설은 국밥집 노파, 금복, 춘희로 이어지는 여인 삼대의 매혹적인 이야기이다. 문학평론가의 평을 빌려 소설 「고래」를 짐작해 보자.

<이 소설에 한없이 매혹되면서도 이 소설의 기원을, 그리고 매혹의 근거를 읽어 낼 수가 없었다. 우선 당황했다. 이 소설은 달랐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소설이 진행되면 될수록, 소설의 밀도가 더해 가면 갈수록 이 당혹감은 불안과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내가 좋은 소설의 조건이라고 설정한 모든 요소들이 거의 없었다. 이야기에 빨려 갈수록 당황했고, 당황하면 당황할수록 그 이야기 속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 . 이런 이율배반의 감정은 소설을 다 읽고 난 후 극에 달했다, 감동으로 가슴이 먹먹하면서도 머릿속은 엉킨 실타래였다. 오랜 기간 공들여 쌓아 온 기준을 지키려면 이 감동을 부정해야 했다. 이런 매혹적인 소설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준을 유지하자니 불안했다>(문학평론가 류보선)

「고래」는 「소설은 무엇인가?」에서부터 「문학은 무엇이어야 마땅한가」에 대해 토론하게 했다. 문예진흥원은 올해 1분기 「우수문학도서」에 고래를 선정하기도 했다.

「고래」는 또 , 최근에 단행본 최고가인 1억 원에 영상화 계약을 체결했다. 단편소설이 텔레비전 드라마화될 때 대략 수백만 원 정도를 받고, 시나리오가 1천만 원을 오가는 현실에 비교하면, 1억 원 계약 체결이라는 의미는 단행본 최고가 기록, 그 이상이다. 마술적인 기묘한 분위기에 휩싸여 읽게 되는 「고래」에 대해 문단은 「마르케스풍」이라고 빗대기도 한다. 천명관씨의 단편들은 제각각 전혀 다른 문체를 가지고 있다. 특히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에게 헌정한다는 부제가 붙은 「아름다운 인생을 위하여」는 다분히 사실적이고 간결한 미국적 문체이다.

『문체는 소설의 스타일입니다. 우연적이고도 다행스럽게 제 안에는 아주 많은 스타일이 있어요』

이 말을 할 때, 내내 겸연쩍은 듯 인터뷰하던 천씨의 목소리가 가장 힘차고 분명했다.

『저는 어느 나라 사람이 보더라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고래」에서는 고어 느낌을 살리기 위해 비일상적 단어를 많이 썼지만, 말의 뉘앙스보다 이야기를 중시합니다 . 이야기는 연극에서 소설로, 소설에서 영화로 轉移(전이)되듯 끊임없이 옷을 갈아입으면서 살아남는 것 같아요』

자연스레 어느 소설가의 작품을 좋아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 존 업다이크를 좋아했어요.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가는 잡스런 인간이구나 싶었지요. 인생이란 살아야 할 대상이지,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대상이 아닌 것 같았거든요. 심리묘사나 세밀한 대사를 징그러울 정도로 소소하게 따지는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소설가는 징그러운 존재구나 하고 생각했었지요』

각종 광고가 붙어 있는 전봇대 옆에서 생각에 잠긴 천명관씨. 이번엔 또 무슨 작품을 구상하고 있는 걸까.
천명관씨의 소설은 부담없이 술술 읽히면서도 바탕에는 크고 널찍한 저력이 받치고 있다. 그래서 크게 한 번 웃어 대기만 하면 되는 부분이 거의 없다. 그의 작품을 읽는 독자는, 『정말, 이래도 되는 거야?』 하는 어이없는 환호성을 지르게 하고, 상황 전개에 기가 막혀서 웃다가도 오래전에 잊어버린 뭉클함과 서러움이 이내 그 웃음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다채롭게 펼쳐지는 이야기가 그저 하나의 재밌는 이야기로만 치부되지 않는 근거가 무엇일까.

『남에게 관심이 많아요. 어떤 상황이든지 그 누군가의 이면의 사연이 느껴져서 저는 사람을 진짜로 미워하기가 어렵습니다. 아마도 「측은지심」인 것 같습니다. 그건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기질인 것 같아요. 사람에게 화낼 일은 없지요. 시스템에 화낼 일은 있지만』

그러고 보니, 「고래」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은 자기만의 역사가 구구절절 다 소개된다.

「고래」에 대해 작가는 『지난 세기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지난 세기를 거칠게 보는 방식이기도 하지요. 개인에게 있어서 근대는 「실향」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금복이 산골마을을 떠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다시는 돌아가지 못해요』 하며 떠나야 이야기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성실했던 일상과의 결별로 영화를 만나고, 헤어지고 싶지 않았던, 대답 없던 영화를 뒤로 떠밀고 소설을 만난 천명관씨 자신이 이야기가 되려면, 이제 그는 어디를, 어디로 떠나며 그 자신의 이야기를 전개시킬까. ■
  • 2005년 07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911

201911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11

event
event 신청하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30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