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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생긴 것이 콤플렉스」美少年에서 「진짜 사나이」로

할리우드 진입 초읽기 장동건의 매력

잘생겨서 수천 명의 사람 속에 묻혀 있어도 반드시
눈에 띈다는 것은, 이름이 매우 이상하거나 너무 뚱뚱하거나 얼굴빛이 지나치게 검거나 해서 새 학기
첫 수업시간에 선생님으로부터 기어이 한 번은 호명되고야 마는 학생의 경우와 하나도 다를 바 없다.
세 번의 짧은 만남

장동건(33)을 지근거리에서 만날 기회가 세 번 있었다. 처음은 2000년 「호주 시드니 앙드레 김 패션쇼」를 위한 4박 5일간의 짧은 여정 속에서였다. 당시 김포공항에서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던 장동건을 마주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그와의 첫 대면을 기억하는 대부분 사람들의 증언이 그러하듯이, 일종의 後光(후광)이었다. 그것은 일반인의 생김새와는 전혀 다른 규격과 비례의 신체, 혹은 別種(별종)의 인간으로서 연예인을 육안으로 확인할 때 느껴지는 유난스러움과는 또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60여 명의 모델, 기자 등 방문단 속에서 오롯이 빛나던 사람은 수줍게 눈을 내리깔고 말없이 주변을 겉돌던 장동건이었다. 그를 보고 나서야 코웃음으로 넘겨 버렸던 『너무 잘생긴 것이 콤플렉스』라는 장동건의 말이 진심일 수 있겠다 싶었다. 잘생겨서 수천 명의 사람 속에 묻혀 있어도 반드시 눈에 띈다는 것은, 이름이 매우 이상하거나 너무 뚱뚱하거나 얼굴빛이 지나치게 검거나 해서 새 학기 첫 수업시간에 선생님으로부터 기어이 한 번은 호명되고야 마는 학생의 경우와 하나도 다를 바 없다. 자신이 가진 별스러움 때문에 늘 주목의 대상이 되고 그래서 타인의 시선에 대해 공포를 가지게 되는 콤플렉스라는 점에서 말이다.

흔한 수식어처럼 조각상 같다고밖에 할 수 없는 그의 외모가 뿜어내던 광채와 함께 기억에 남았던 것은 패션쇼가 열린 시드니 시청에서 장동건을 연호하던 현지 거주 중국·베트남계 소녀들이었다. 지금에야 눈에 익을 대로 익었지만 당시로서는 제법 이색적이고 신기한 풍경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장동건은 그때 미남 청춘스타에서 자의식 갖춘 배우로 격변기를 겪고 있던 시기였다.

그해 TV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으로 국내 頂上(정상)의 인기를 재확인했고, 데뷔 초기 출연작인 「우리들의 천국」, 「마지막 승부」, 「아이싱」 같은 드라마가 동남아에서 조금씩 반향을 얻고 있는 때였다. 영화로는 「패자부활전」, 「홀리데이 인 서울」, 「연풍연가」 등이 잇달아 흥행에 실패하고 그의 연기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됐던 1999년 「인정사정 볼 것 없다」로 새로운 가능성을 평가받고 있었다. 「친구」는 아직 촬영 전이었다.


「상처 입은 맹수」로 변신

두 번째 그를 만난 것은 2003년 초여름 경남 합천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장에서였다. 한국전쟁 당시를 再現(재현)한 낡은 군복을 입고 카메라가 멈출 때마다 한 옆에 쪼그리고 앉아 하릴없이 땅에 낙서를 하거나 원빈과 담배를 나눠 피는 모습은 영락없이 갓 스물 넘긴 입대 초년병이었다.

3년 전과는 달리 젖살이 쏙 빠져 있었고 검게 그을린 얼굴과 초췌한 입성에서는 전장에 내몰린 소년병의 애잔함과, 敵意(적의)밖에는 남지 않은 거친 남자의 위용이 한 몸에 묻어났다. 촬영 세트를 재정비하는 짬에 인사를 하고 몇 마디 나누는 와중, 그에게선 시선을 차라리 땅에 두는 것이 편한 숫기 없는 美少年(미소년)의 모습이 여전한 한편, 무엇인가를 이뤄 가는 남성 특유의, 만만히 범할 수 없는 단단한 근육질이 느껴졌다. 광채뿐이었던 몇 년 전과는 분명 달라져 있었다.

그리고 지난 5월 말 부산, 「태풍」 촬영장에서 그를 만났다. 첸 카이거의 「무극」 촬영을 끝내고 영화 프로모션차 칸 영화제를 방문한 후였다. 「친구」에 이어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추게 된 곽경택 감독의 신작 「태풍」에서 장동건은 남북한 정부 모두에 버림받은 脫北(탈북) 주민으로 동남아 일대를 떠돌다 다국적 해적의 두목이 되는 「씬」 역할을 맡았다.

배역을 위해 8kg이나 체중을 줄이고 머리를 기른 장동건에게서 나르키소스 같은 미소년의 광채는 종적을 감췄다. 카메라의 릴이 돌아가는 순간 그의 눈엔 분노로 일그러지고 복수심에 피폐해진, 「상처 입은 맹수」가 담겼고, 극 바깥에서는 타고난 내향성을 과묵함으로, 사춘기의 불안한 열정을 공격적이고 카리스마적인 에너지로 전환시킨 30대 중반의 남성이 있었다.

2남 중 장남인 장동건은 四修(사수)를 하던 중 학원비를 벌고자 CF모델 아르바이트로 처음 일을 시작했고, 1992년 어머니가 원서를 대신 내준 방송사(MBC) 공채시험에 합격해 정식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연기 생활 13년 만에 장동건이 배우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장동건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脫(탈)아시아 할리우드 진출 프로젝트」 때문이다. 장동건은 첸 카이거 감독의 韓·中·美(한ㆍ중ㆍ미) 3국 합작 프로젝트인 「無極(무극ㆍThe Promise)」에 주연으로 참여했다.


할리우드 진출 프로젝트

이 영화는 전설적인 노예 쿤룬(장동건)과 중국의 황비 경성(장백지), 대장군 쿠앙민(사나다 히로유키)의 엇갈린 운명과 사랑을 광활한 중국 대륙에서 담은 제작비 3000만 달러(300억 원) 규모의 작품으로 장동건은 지난해 2월부터 9월까지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지에서 촬영을 마쳤다.

첸 카이거 감독은 「패왕별희」를 1994년 미국 골든 글러브 외국영화상과 아카데미 외국영화상 후보에 올려놓고, 제46회 칸 영화제에서는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감독이다.

첸 카이거 감독은 「무극」을 아카데미상에 진출시키기 위해 「패왕별희」 때 파트너십을 가졌던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인 웨인스타인과 다시 손잡고 이 영화의 12월16일 미국 개봉을 결정했다. 감독의 유명세나 제작환경, 미국 측 배급사의 파워 등 면면을 봐서는 「무극」이 제2의 「와호장룡」이 되거나 全美(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던 장이머우 감독의 「영웅」, 「연인」 이상의 흥행 성적을 낼 가능성은 충분히 크다.

이 경우 장동건에게는 주윤발이나 이연걸, 성룡을 이어 할리우드에서 성공한 아시아 스타이자 주류 할리우드에 주연급 비중으로 진출한 한국 배우 1호가 되는 것이 결코 희망사항만으로 그치진 않을 것이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미국 전역에서 500개 이상의 스크린을 잡고 대대적으로 개봉하리라던 당초 기대와는 달리 고작 34개 상영관에 내걸려 그나마도 객석의 대부분을 재미교포와 한국계 미국인이 차지하는 초라한 성적으로 미국 시장의 진입장벽을 실감했던 장동건에게 「무극」은 다시 한 번 「월드스타」로서의 경쟁력을 시험받는 결정적인 기회가 될 것이다.

이미 국내시장에서의 흥행파워와 연기력을 검증받고 할리우드로 가장 다가선 한국 배우 장동건을 바라보는 국내 팬들의 눈에는 마치 메이저리그의 박찬호나 유럽 프로축구리그의 박지성을 보는 것과 같은 기대가 실려 있다고 할 것이다. 그것은 「한국 야구」, 「한국 축구」 혹은 「한국 영화」가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는 것과는 또 다른 종류의 통쾌감과 자긍심을 향한 기대심리다.

첸 카이거 감독 이상으로 셈속 빠른 할리우드 비즈니스맨들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장동건이라는 굵직한 물건을 두고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폭발력이나 미국 시장 내 아시아계의 파워를 고려한 다양한 흥행 방정식이 그려지고 있을 것이다. 이제 그 답은 장동건이 쥐고 있다. 「무극」과 「태풍」이 개봉하는 12월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다. ■
  • 2005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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