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流(한류) 스타 2人의 인기 비결 - 아시아 최고의 몸값, 「빌리언 달러 베이비」(Billion Dollar Baby), 배용준

욘사마의 경제적 효과는 3조 원 이상

배용준이 일본에서는 잃어버린 낭만과 쓸쓸해진 중년의 시간을 보상해 줄 복고풍의 「이상화된 연인」이라면 한국에서는 「수출의 역군」이자 근대 이후 한일 문화교류사의 일방적 관계를 역전시킨 자랑스런 「韓流 스타」인 셈이다.
척시 죽서루에 몰려든 일본 아줌마 부대

강원도 삼척시 죽서루에서 영화 「외출」을 찍고 있는 욘사마 배용준씨와 손예진씨. 2005년 3월17일 촬영 현장을 공개한 자리에는 일본 기자만도 100여 명이 몰렸다.
지난 3월17일 강원도 삼척시 죽서루. 배용준과 손예진이 주연을 맡은 허진호 감독의 새 영화 「외출」의 촬영장 언론 공개 행사가 있었다. 죽서루 입구에는 촬영 현장인 내부까지 들어가지 못한 한국과 일본의 「아줌마 부대」가 먼 발치에서라도 배용준의 얼굴을 한번 볼까 잔뜩 목을 뺀 채 진을 치고 있었다.

국내 신문과 방송은 한일 간 첨예한 외교분쟁으로 번지고 있는 독도 관련 이슈를 연일 톱기사로 보도하고 있을 때였다. 이 자리에서 만난 일본 중년 여성들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현) 문제에 관해서라면 내 입장이 있지만 욘사마를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라며 『무엇보다 다케시마 문제가 욘사마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구동성, 만나는 한국 기자들에게마다 『(기자회견에서) 독도 문제를 거론하며 욘사마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100여 명의 일본 중년 여성들 바로 옆에는 수십 명의 한국의 「아줌마 부대」도 모두 카메라나 카메라 폰을 들고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배용준을 응원 나와 있었다. 독도 영유권 분쟁을 의식한 듯 이들 한국의 배용준 팬들은 일본인들 바로 옆에 붙어 서 있는 것이 다소 불편한 기색이었지만 하나같이 『자기들(일본 여성들)도 용준씨가 좋아서 왔다는데 뭐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한국 사람이 한국 스타를 더 좋아해야 하지만 국적을 불문하고 모두 용준씨 팬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날 내외신 취재진은 350여 명에 달했다. 한일 양국에서만 각각 200여 명과 110여 명의 취재진을 파견했고, 홍콩, 싱가포르, 대만, 미국, 유럽에서 40여 명의 특파원·통신원들이 촬영장을 찾았다.

이 중 눈길을 끈 것은 사뭇 다른 한일 양국 취재진의 관심과 태도였다. 국내 취재진은 독도 문제와 관련해서 배용준과 일본 기자들의 「입」을 주시하고 있었던 반면, 한국 기자들로부터 질문 세례를 받았던 일본 취재진들은 말을 아꼈다. 「외출」의 일본 측 배급사인 UIP재팬의 스태프인 마사히로 이시가키씨는 『배용준 붐을 주도하고 있는 계층이 독도 문제에 대한 관심층과는 달라 욘사마 신드롬에 영향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일본 영화 관계자들과 기자들이 전한 현지 분위기는 「심드렁」 혹은 「무관심」 쪽이었다. 일본 내 중년 여성들 사이에 불고 있는 「욘사마 신드롬」은 당분간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일치된 견해였다.
같은 날 저녁 삼척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영화 외적인 질문을 하지 말아달라』는 영화사의 거듭된 당부에도 불구하고 사전 질문지로 선별된 질의응답 순서가 끝난 후 10여 분간의 짧은 자유 질문 시간 동안 한국 취재진들의 독도 관련 답변 요구가 잇따랐다.

행사 진행을 맡은 영화사의 제어에도 불구하고 질문이 이어지자 배용준이 직접 나서서 마이크를 잡고 『매우 중대한 사안이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큰 걱정이 된다』며 『하지만 이 자리는 영화 출연자의 하나로 나온 만큼 독도 문제에 관한 개인적인 의견은 다른 자리에서 밝히겠다』고 답했다. 당일 인터넷을 통해 드러난 일부 여론은 똑부러지는 답변을 하지 않은 배용준을 비난하는 분위기도 있었으나 며칠 뒤 배용준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독도는 대한민국 영토」, 「이성적인 대처를」이라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언론에 공개된 영화 「외출」 촬영 현장은 근대 이후 한일 문화교류사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현상인 이른바 「욘사마 신드롬」이 갖는 다양한 측면을 한눈에 보여 준 자리였다. 만일 이를 연구하는 「욘사마學」이 있다면 이 자리는 「욘사마 경제학」에서 「욘사마 외교학」, 「욘사마 언론학」, 「욘사마 사회학」, 「욘사마 처세학」까지가 총화된 현장이었다.


「주식회사 욘사마」의 경제학

배용준이 주연을 맡은 영화 「외출」은 오는 9월 한국을 비롯한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중국 등 아시아 10개국 동시 개봉이 추진되고 있다. 이미 5개국에서의 배급 및 개봉 시기에 대한 계약은 완료된 상태이며, 나머지 5개국과의 협상은 늦어도 5월 열리는 칸 국제영화제 부설 필름 마켓에서 마무리될 전망이다. 한국 영화사상 최고의 수출가를 기록한 이 작품의 구체적인 판매액은 한일 양국의 배급사 계약에 의해 「비밀」에 부쳐지고 있지만, 700만 달러 전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자·배급사인 쇼이스트의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영화의 일본 판매액만으로도 이미 제작비를 넘어섰다. 순제작비와 P&A비용(프린트와 광고·홍보비)을 합친 총 제작비는 60억 원이다. 여기에 다른 아시아 국가에 대한 판매액과 각국에서의 흥행수익에 대한 배당금(러닝 개런티)까지 합하면 국내 흥행수익을 제외해도 이 영화가 해외에서 창출한 부가가치는 1000만 달러를 훌쩍 넘길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 전역을 커버하는 10개국 동시 개봉도 아시아 영화로는 최초의 사례거니와 한국 영화의 편당 제작·판매·수익 규모를 「밀리언 달러」에서 본격적인 「빌리언 달러」 시대로 바꾼 작품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배용준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배용준은 「외출」 이후 김종학프로덕션이 제작하는 고구려 광개토대왕 시대를 다룬 사극 「태왕사신기」 출연이 유력하다. 제작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 드라마는 총 제작비 300억 원 규모로 청사진을 뽑아 놓고 있으며, 배용준의 회당 출연료는 수천만 원대에서 1억 원대까지도 호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방송시장의 규모로 볼 때 이 드라마가 잠정적으로 잡고 있는 제작비와 출연료 수준은 물론 절대 불가능한 수치다. 아시아 전역에서 폭넓게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용준이 출연하고, 이를 전제로 한일 양국에서 투자를 받는 수순을 거쳐야 가능한 규모다.

현재 방송영화계에서 추산하는 배용준의 출연료는 영화 편당 7억~10억 원, 드라마 회당 1억~2억 원 수준이다. 일본의 CF 개런티는 1억 엔(10억 원)대다. 일본 광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가전 브랜드인 소니로부터 받은 13억 원을 포함해 이동전화회사 KDDI, 도요타 계열 자동차회사 다이하쓰, 제약회사 오쓰카, 롯데 등 모두 5개 사의 광고 8편에 출연해 50억 원 이상의 수입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일본의 유력 사설 경제연구소인 다이이치(第一) 생명경제연구소는 「욘사마 신드롬」의 기원이 된 「겨울연가」가 한일 양국에서 창출한 부가가치가 2300억 엔(2조3000억 원)에 이른다는 결과를 발표했으며 국내의 현대경제연구원은 각종 파급효과까지 더해 「욘사마」의 경제적 효과가 3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독도냐 다케시마냐」- 욘사마 외교학

3월17일 촬영장 공개 행사와 3월21일 홈페이지를 통한 배용준의 독도 문제 관련 입장 표명 후 한일 양국의 언론매체는 이를 상세하게 다뤘다. 한국의 언론은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발언 유무에 초점을 맞춘 반면 일본 매스컴은 「현명」, 「냉정」, 「이성」과 같은 단어에 악센트를 주어 보도했다.

특히 3월21~22일에 걸쳐 일본 스포츠紙(지)들은 물론, 교도통신과 지지통신, 마이니치, 니시니혼 신문 등 많은 매체들이 일제히 독도 문제에 관한 배용준의 입장 표명을 다뤘다. 『현명한 대처를 믿는다』(교도통신), 『독도 문제, 냉정하게』(지지통신), 『욘사마, 한일에 냉정한 대처 호소』(닛칸스포츠), 『욘사마가 독도는 「한국의 영토」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스포츠호치), 『배용준이 독도 문제에 대해 코멘트 「냉정하게」』(산케이스포츠) 등이다.

이러한 한일 양국 언론의 보도 태도는 배용준의 민간 외교사절로서의 역할을 가감 없이 보여 주고 있다. 이미 양국의 언론들은 배용준을 「조선통신사 이래 최대의 對日(대일) 상품」, 「李健熙(이건희) 회장, 黃禹錫(황우석) 교수와 함께 한국 브랜드를 알리는 최선봉」, 「100명의 駐日(주일) 대사보다 나은 韓流 스타」로 평한 바 있다. 또 한국을 방문했던 일본의 국립 규슈대학 가지야마 치사토 총장은 『에도시대 일본을 찾은 조선통신사 400~500명보다 욘사마 한 사람의 역할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한 극장에서 열린 행사에 참가했던 가와이 하야오 일본 문화청 장관은 『우리 세대는 샹송을 배우기 위해 프랑스어를 공부했지만 지금은 한국 드라마를 보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젊은이가 많다』고 했다.


「복고주의와 민족주의」- 욘사마 사회학

배용준 신드롬이 한일 양국에서 갖는 사회적 의미와 맥락은 다르다. 「욘사마 신드롬」의 진원지는 일본 중년 여성이었다. 이들은 「욘사마」, 「욘플루엔자」, 「욘곌계수」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일본 남성스타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부드러움」과 「순정파 이미지」에 폭발적인 환호를 보냈다. 「욘사마 신드롬」이 산업적 파괴력으로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은 배용준의 주요 팬들인 이들 중년 여성들이 구매력을 갖춘 계층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배용준의 사진집과 DVD를 사고, 배용준의 영화와 사진전을 관람하며 「겨울연가」의 촬영지를 찾아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한국과 일본의 전문가들은 「겨울연가」를 비롯한 일부 한국 드라마가 담고 있는 감수성이 1960~1980년대 일본 드라마와 닮아 있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애틋한 순정과 열정, 잃어버린 낭만을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젊은이들의 「쿨」한 감성에 의존하는 최근 일본 드라마와 영화로부터 배제됐던, 구매력 있는 중년 여성 계층을 흡인한 것이 배용준과 「겨울연가」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이다.

반면, 일본에서 역풍으로 들어온 한국에서의 배용준 신드롬은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세대로부터 민족주의적 감정을 불러일으킨 데 큰 원동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거칠게 말하자면 배용준에 환호하는 한국 팬들의 심리 根底(근저)에는 일본에 대한 피해의식과 거짓말 같은 「욘사마 신드롬」의 실체를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느끼는 「일본 정벌」의 쾌감이 있다.

배용준이 일본에서는 잃어버린 낭만과 쓸쓸해진 중년의 시간을 보상해 줄 복고풍의 「이상화된 연인」이라면 한국에서는 「수출의 역군」이자 근대 이후 한일 문화교류사의 일방적 관계를 역전시킨 자랑스런 「한류 스타」인 셈이다. 일본 중년 계층의 복고주의와 한국 젊은 세대의 민족주의는 욘사마 사회학을 이루는 두 가지 핵심이다.


욘사마 처세학

독도 문제를 둘러싸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이루어진 배용준의 두 차례 발언은 「욘사마 처세학」의 頂点(정점)을 보여 준 사례였다. 배용준은 영화 촬영 현장 기자회견에서는 『독도 문제는 중요하나 오늘은 私見(사견)을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는 말로, 홈페이지에서는 『독도는 대한민국 영토이지만 양국이 냉정하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요지로 자칫 자신에게 튈 수 있는 독도 영유권 분쟁의 불똥을 피해 갔다. 두 가지 뉘앙스를 섞어 놓은 이 절묘한 어법은 한일 양국의 언론과 팬들에게 「자유로운 해석의 여지」를 안기며 둘 모두를 만족시켰다.

잘못하면 자신에게 포화가 집중될 수 있는 「惡材(악재)」나 「뜨거운 감자」를 「好材(호재)」로 전환시키는 「욘사마식 처세술」은 지난해에도 빛을 발했다. 2004년 두 번째 공식 일본 방문에서 9명의 일본 팬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다. 이때 배용준은 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눈물로 부상한 팬들을 위로했고 언론에 사과했다. 그는 팬들을 「가족」이라고 부르며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얼굴로 『가족분들이 다치고 넘어지는 속상한 일이 생겨 죄송하다』며 『가볍게 눈인사라도 하고 싶었고 그분들과 약속이 있어 가능하리라 생각했다』고 무겁게 말을 이었다. 자칫 좋지 않게 불거질 수 있었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연민과 동정, 호소로 변했다. 현장의 일본 여기자들은 『웃어 주세요』, 『괜찮아요』를 연발했고, 팬들은 오히려 배용준을 감싸안았다.

배용준은 언론 노출과 공식일정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지만, 일단 참가를 결정한 행사에서는 아낌없이 팬들에게 서비스한다. 말을 아끼고 노출이 적은 만큼 불의의 실수나 사고의 가능성 자체가 줄어들고 공식적인 발언과 공개석상 출연이 하나의 값비싼 빅 이벤트가 된다. 이중 포석과 兩手兼將(양수겸장), 효율적인 관리의 미학이야말로 욘사마 처세학이 가진 비밀이다.■
  • 2005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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