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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차 고객은 이 차를 탈 때 남들이 어떻게 볼까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렉서스 자동차의 성공비결

지난해 도요타 자동차의 매출은 185조 원, 순이익은 13조 원. 순이익 중 절반 정도가 렉서스 판매에서 나왔다. 판매 비중은 전체 판매 대수 가운데 6%(36만 대)지만 매출 비중은 30%나 차지한다. 도요타 자동차는 쉽게 말해 비싼 렉서스를 팔아 돈을 주워 담고 있는 셈이다.
도요타 마크나 이름이 없는 명함

렉서스 GS 430.
일본 도요타市 도요타 본사에서 지난 2월 21일 만난 렉서스 총괄 상품본부장인 요시다 다케시(吉田健) 상무의 명함은 특이하다. 그의 명함에는 커다란 타원 마크의 렉서스 브랜드만 보일 뿐 어디에서도 도요타 마크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단지 회사 주소가 도요타市일 뿐이다. 양복 윗도리에 달려 있는 마크도 도요타가 아닌 렉서스다. 도요타 자동차에는 도요타와 렉서스 두 가지 브랜드가 있다.

그는 『렉서스는 고급차로 성공을 거둬 대중차인 도요타 브랜드와 차이를 두기 위해 2010년 이내에 도요타 자동차 내에서 렉서스를 分社(분사)할 것』이라고 말한다. 부자와 성공한 사람을 대상 고객으로 삼는 렉서스와 일반 양산차인 도요타의 마케팅 전략이 전혀 다른 데다 인력을 교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렉서스의 성공을 느끼게 하는 한 마디다.

지난해 도요타 자동차의 매출은 185조 원, 순이익은 13조 원에 달했다. 순이익 중 절반 정도가 렉서스 판매에서 나왔다고 한다. 렉서스의 판매 비중은 전체 판매 대수 가운데 6%(36만 대)지만 매출 비중은 30%나 차지한다. 도요타 자동차는 쉽게 말해 비싼 렉서스를 팔아 돈을 주워 담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도요타는 전 세계에 670만 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이는 포드를 제친 것은 물론 세계 자동차업계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현재 도요타의 시가총액은 1200억 달러(120조 원)로 세계 자동차시장 「빅3」로 불리는 GM(300억 달러), 포드(294억 달러), 다임러크라이슬러(473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모두 더한 것보다 많다.


1989년 첫 出市

렉서스는 한국에서도 강세다. 도요타 코리아는 지난해 한국에서 렉서스 5362대를 팔아 BMW에 140여 대 뒤져 수입차 시장 2위를 차지했다. 렉서스 판매는 한국이 미국·캐나다·영국·대만 다음으로 5위다. 특히 2년째 수입차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ES 330은 미국에 이어 한국이 2위를 차지할 정도다.

이처럼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도 젊은 사람들이라면 「성공」과 「富(부)」를 상징하는 렉서스를 타고 싶어 한다. 이런 렉서스의 성공 신화 덕분에 도요타는 오늘날 제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회사로 거듭났다. 그렇다면 렉서스는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전통의 강자인 독일의 BMW와 벤츠를 제치고, 어떻게 승리하게 됐을까. 렉서스를 出市(출시)하기까지 도요타의 철저한 준비와 독특한 마케팅은 미래가 불투명한 한국 기업들에게 여러 가지 시사점을 준다.

「렉서스(Lexus)」는 1989년 미국에 첫 선을 보일 때 「luxury」 「최첨단 성능」을 의미하는 단어로 만들어 냈다. 렉서스의 L자를 둘러싼 타원은 균형을 의미한다.

렉서스의 첫 차는 대형차인 「LS 400」. 이 차는 미국 시장에 출시한 지 다섯 달이 채 되지 않아 미국 자동차협회에서 발표한 가장 우수한 수입차로 선정됐다. 또 출시 1년 만인 1990년에는 JD 파워가 실시한 초기 제품 만족도 조사에서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후 렉서스는 자동차 산업에 수여하는 최우수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고 렉서스 브랜드는 탁월한 품질과 고객 만족의 대명사로 알려졌다. 렉서스가 생산된 지 10년이 지난 1999년에는 미국에서 고급차 시장 1위를 지켜온 벤츠를 추월했다. 또 2000년에는 장기 신뢰성이 가장 높은 차로 평가되는 등 지난 10년 동안 여섯 번 정도의 최고 평가를 받았고 아홉 번이나 고객 만족도가 높은 차에 선정됐다.

렉서스의 성공은 자동차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마디로 기적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렉서스가 출시됐을 때 『중산층을 겨냥해 자동차를 생산하는 도요타가 렉서스를 출시하는 것은 맥도널드가 비프 웰링턴(고급 쇠고기 요리)을 내놓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혹평을 들었을 정도였다.


열다섯 잔의 샴페인

렉서스의 성공은 철저한 준비 끝에 나온 결과다. 1983년 도요타의 최고경영자인 도요타 에이지 사장은 기업의 命運(명운)을 걸고 일대 모험을 감행한다. 바로 독일 차들이 지배하고 있는 고급차 시장에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 도요타는 렉서스를 시작하면서 철저히 보수적인 도요타 방식으로 도전했다. 도요타는 「돌다리를 두드리고도 건너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보수적인 회사다. 이후 6년 동안 10억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했다.

도요타는 렉서스 프로젝트에 무려 1400여 명의 엔지니어와 2300여 명의 기술자를 투입해 450여 대의 프로토 타입(양산에 앞서 제작하는 始제작차)을 시험한 후 1989년 가을 `「렉서스 LS 400」이라는 작품을 내놓았다.

이 차의 가격은 벤츠보다 40% 정도 낮았고 미국 자동차 링컨이나 캐딜락보다 10∼20% 정도 높았다. 디자인은 옆에서 보면 벤츠와 비슷했고 뒷모습은 BMW의 대형차 735i와 비슷했다.이 같은 모방은 도요타의 전통적인 디자인 전략에 따른 것이었다. 모방을 하기 때문에 독창성은 떨어지지만 실패할 확률은 낮다라는 것을 일본 시장에서 먼저 배웠고 워낙 거액을 투자한 프로젝트라 시대를 앞서 가는 디자인으로 인한 실패의 위험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렉서스의 첫 차는 디자인보다는 새로운 분야에 강점을 찾아내야 했다.

그것이 렉서스를 성공으로 이끈 「샴페인 잔이 흔들리지 않는 조용하고 진동이 없는 차」라는 광고 전략이었다. 광고 내용은 시속 145마일로 러닝머신을 달리는 LS 400의 엔진 보닛 위에 샴페인이 가득 찬 15개의 잔을 5층으로 쌓아 놓았다.하지만 잔 위에는 아무런 물결조차 일지 않는다는 것을 비춘다.

마지막에는 멋진 목소리로 「시속 145마일의 속도에서도 LS 400은 여러분의 영혼을 울릴 뿐입니다. 그 외에 별다른 진동을 느낄 수 없습니다」라며 끝을 낸다. 이 광고 전략은 정숙한 렉서스의 이미지를 극대화해 실내에서 오페라를 듣는 격조 높은 차로 이미지를 격상시켰다.당시 경쟁 차종은 다소 시끄러운 엔진소리에다 실내공간에선 이런저런 부품들이 삐걱거리는 잡소리를 내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았다.이런 점을 극복해 낸 렉서스의 판매는 탄탄대로 그 자체였다.

렉서스의 성공은 독특한 마케팅 전략과 「도요타 방식」이라는 생산 기법, 최고경영자(CEO)의 열정이 한데 어우러져 탄생한 결과다. 특히 당대 고급차 소비집단이었던 미국 뉴욕과 남부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 부자층인 여피 대신에 과감히 신흥 `보보스族(족)을 겨냥한 미래 지향적인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 보보스족이란 고등교육을 받았으며 한 발은 창조적인 보헤미안의 세계에, 다른 한 발은 야심과 세속적인 성공을 추구하는 부르주아 세계에 걸쳐 놓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또 품질은 좋지만 싸구려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도요타 브랜드가 아니라 렉서스라는 독립 브랜드를 사용해 차별화한 것도 성공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3년 후 신차 가격의 60% 보증

도요타는 렉서스 개발에 앞서 기존 미국시장을 지배하던 고급차의 강점과 단점을 철저한 소비자 실태 조사를 통해 점검했다. 벤츠·BMW·재규어 등 당시 고급차는 스타일이나 기능은 좋지만 품질과 소음이 만족스럽지 못하고 실내가 좁아 답답하다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도요타는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0여 명의 엔지니어를 미국에 파견했다. 이들은 보보스족이 즐겨 찾는 베벌리 힐스의 최고급 호텔에 묵으면서 가장 비싼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또 고급 백화점에서 의상을 고르고 호화 유람선을 타면서 보보스족의 취향과 소비 패턴을 직접 느껴 봤다. 보보스족을 대상으로 한 차를 만들기 위해선 우선 이 차를 설계할 기술자들이 고객의 취향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기초에서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찾아낸 것 중 하나가 실내공간에 있는 각종 부품상자의 정숙성이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열리는 재떨이와 각종 수납장, 선글라스 케이스 등이 그것이다. 지금은 벤츠 등 모든 고급차의 기본 사양이 됐다.

도요타는 이런 연구 결과를 통해 고급차 고객이 「내가 이 차를 탈 때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그리고 고객의 성향을 다섯 가지로 분석해 렉서스를 디자인하는 과정에 반영했다. 그 내용은 ▲고급차에 대한 지위와 명망,이미지 ▲높은 품질 ▲중고차 가치 ▲고속 주행 때 승차감과 핸들링,안정성 ▲안전함 등이다.
특히 젊은 보보스족에 맞도록 스포티한 모델 라인업을 구축하거나 컨버터블 카를 만든 전략은 고급차 업체에서 시도조차 해 본 적이 없는 렉서스만의 특화 전략이었다.

또 고급차 이미지를 위해 일본의 다하라 공장에서 생산할지언정 일본에서는 같은 브랜드로 팔지 않는 글로벌 전략, 그리고 지금은 일반화됐지만 고급차로는 최초로 3년 후 新車(신차) 가격의 60% 이상을 보증해 주는 「중고차 보증 프로그램」을 맨 처음 도입한 서비스 전략은 당시로선 파격 그 자체였다.

이 같은 철저한 준비 끝에 나온 렉서스는 승승장구할 수밖에 없다고나 할까.

하지만 아직도 뉴욕 월가 등 전통적인 부자 거리에선 렉서스보다는 벤츠·BMW가 눈에 많이 띈다. 신흥 부자들이 몰려 있는 서부 실리콘밸리에 가야 렉서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1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 보보스족을 겨냥한 렉서스의 마케팅이 미국의 신흥 부자들을 확실한 고객으로 이끌어 낸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렉서스를 시작했던 도요다 에이지 현 고문은 당시 『마른 수건이라도 지혜를 짜내면 물이 나온다』는 「마른 수건론」을 주창했다.그는 현장중시의 기술경영을 뿌리내린 인물로 언제나 생산현장을 지켰다. 『최고경영자가 손에 기름때를 묻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현장주의는 렉서스가 최고의 품질을 지켜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렉서스의 미래는

지난 2월20일 일본 시즈오카현 히가시후지 도요타 주행시험장에서 렉서스의 新車인 뉴 GS 시승회에서 만난 개발 담당 미요시 부장은 이런 말을 했다. 필자가 『BMW나 벤츠는 시속 200km 이상에서도 뛰어난 주행 성능과 가속력을 보여 주는 데 비해 렉서스의 동급 대형차인 LS 430은 고속에서 성능이 이들만 못하다』고 질문했다.

미요시는 『운전사를 두고 뒷좌석에 앉는 고객을 타깃으로 개발한 LS 430은 시속 200km 이상 주행이 목적이 아니다. 뒷좌석 고객이 원하는 것은 가속력이나 고속 주행 성능보다는 정숙함과 럭셔리한 실내 인테리어, 그리고 안정감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렉서스도 BMW와 같은 고속 주행 기술을 갖고 있지만 그렇게 차를 만들려면 거기에 맞는 비싼 부품을 써야 해 자동차 가격이 올라가고 이는 고객에게 오히려 불필요한 장치를 덧붙인 것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쉽게 말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그 차를 사는 고객이라는 얘기다. 고객이 필요로 하지 않는 첨단 기술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렉서스다운 철학이었다.

고객을 최고로 여기는 렉서스에도 최근 품질관리가 가장 큰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도요타는 매년 순이익 신기록을 내면서도 위기의식을 강조한다. 최고의 품질에는 항상 적정 수준의 긴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품질관리가 예전 같지 않은 듯하다. 도요타 주요 공장에는 단기 계약직 비율이 20%를 넘어서고 있다. 비용절감으로 유명한 도요타 생산방식에 점차 정규 작업자가 아닌 계약직이 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4월 미국 JD 파워가 실시한 품질조사다. 이 조사에서 도요타자동차는 8위에 머물렀다. 물론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를 제외한 순위지만 현대차에도 뒤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위기감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일본 시장에서는 딜러 사장들의 입에서 『도요타 제품의 품질이 이대로 괜찮습니까』라며 불안해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는 도요타 브랜드뿐 아니라 렉서스에도 닥칠 문제라는 것이다. 렉서스 브랜드는 올해 8월부터 일본에서 판매된다.

렉서스의 품질은 세계 유수 기업들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는 도요타 생산방식(TPS)에서 나온다. 그러나 이 같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TPS를 숙지하고 있는 숙련공 인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생산 증가로 TPS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엔지니어와 작업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인력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품질관리가 상대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해외 공장으로 파견되는 기술자가 많은 일본 공장은 이 같은 위기감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렉서스의 80% 이상을 제조하는 다하라 공장이 이런 위기에 처해 있다.

위기에 재빠른 대응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도요타 자동차는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최근 엔지니어와 생산라인 교육기관인 「글로벌 생산추진 센터」를 설치해 인력 교육에 나서고 있다.

도요타는 위기가 닥칠 때마다 특유의 「지속적인 가이젠(改善)」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필자가 만난 도요타의 숙련 작업자들은 「문제를 찾아 해결한 뒤 또다시 문제를 찾는 것이 도요타의 가이젠」이라고 말할 정도다. 렉서스가 앞으로 성공 신화를 계속 이어 가는 것은 바로 이런 숙련된 작업자의 끝없는 가이젠에 달려 있다.

『도요타의 敵(적)은 미국의 빅3가 아니라 오늘의 도요타이다. 오늘의 도요타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내일의 도요타는 없다. 이것이 도요타 정신이다. 지속적으로 개선하려는 정신에서 새로운 시스템의 개선이 이루어진다』라는 도요다 에이지의 말 속에 렉서스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2005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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