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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말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

12년간 110만 그루의 나무를 심다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제공 : 트리플래닛 

김형수
환경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나무 심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10년 트리플래닛을 설립, 사람들이 나무 심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반려나무 입양, 스타숲, 커피나무 농장 조성, 산불 재난 복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세상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지킴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세계에서 가장 넓은 이 열대우림 지역은 지구 산소의 20%를 책임지고 있다. 우리는 그 가치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나 이 밀림이 줄었을 때의 고통을 함께 받아들여야 한다. 이 문제 앞에서만큼은 모두가 운명 공동체다. 나무를 심은 지역은 구분 지을 수 있지만 그 나무가 만든 산소는 국경처럼 딱 부러지게 나눌 수 없다. 내가 심은 나무에서 나오는 산소가 지구 반대편 누군가의 숨 한 모금이 될 수도 있는 일.

트리플래닛은 숲을 가꾸고 지구를 지킨다. 환경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던 김형수 대표는 기후·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기본 방법이 나무 심기라고 생각했고, 나무로 세상의 변화를 추구하는 트리플래닛을 설립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나 대기업 중심의 식재 사업에서 나아가 개인이 참여해 숲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개개인이 직접 나무를 심고 숲을 조성해야 애정을 갖고 숲을 돌보게 된다고 믿어서다.

트리플래닛에서 반려나무를 입양하면 나무가 필요한 어딘가에 다른 나무를 심어준다. 새로운 나무는 가까운 도심에 터를 잡기도 하고 먼 나라의 커피나무로 자라 내가 즐기는 향긋한 커피로 돌아오기도 한다.

트리플래닛을 설립한 2010년 이후 지금까지 심은 나무는 약 110만 그루. 2050년까지 전 세계에 1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게 목표다. 지구가 푸르러질수록 나도, 지구도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는 세상에 가까워진다.


4~5월, 1년 중 이맘때가 가장 바쁜 시기죠?

“맞습니다. 전국으로 출장 다니고 있어요. 나무를 많이 심는 기간이라 부지 준비하고 묘목 확보하고 그러느라 바쁩니다. 요즘은 산불이 잦아서 대처 방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3년 《topclass》와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나무 심는 게임을 개발했는데 사업 근황이 궁금하네요.


“트리플래닛은 세상의 변화를 추구하는 소셜 벤처입니다. 진정한 변화는 개인이 참여해야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해 당시 게임 속 어린 나무를 키우면 전 세계 곳곳에 실제 나무가 심어지도록 연계했어요. 요즘은 반려나무 입양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나무 한 그루를 입양(구입)하면 산에 한 그루를 심는 1+1 프로그램이죠. 기업의 도움으로 교실에 나무를 기증하기도 합니다. 자칫 삭막할 수 있는 교실에 나무를 들이면 아이들 건강에도 좋고 정서 발달에도 도움이 돼요. 지난해는 네이버 해피빈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는데 약 9000만 원이 모였습니다. 조달금으로 전북 군산의 동백나무 자생지인 신시도란 섬에 동백나무를 심었고요.”


직접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님에도 10년 이상 꾸준히 이어온 건 반응이 좋아서 가능했던 거겠죠?

“예전에는 환경과 산림의 중요성을 설득해야 했다면, 요즘은 그 필요성을 이해하고 동참하는 파트너가 늘었습니다. 특히 기업 경영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요하게 여기고 국가 차원에서도 탄소 중립을 목표로 삼고 있어 숲을 조성하려는 분위기 자체가 좋아진 편입니다. 미세먼지나 코로나로 인해 식물을 많이 키우기 시작했고 나무 심는 사업도 제법 탄력받게 됐고요.”


다른 기업들과는 어떤 형태로 협업하고 있나요?

“가장 오래 협업한 건 한화예요. 한화 태양의 숲에서 묘목을 기릅니다. 스마트 양묘장인데 온도·습도 조절과 관수 시스템 등에 필요한 전력을 태양광에너지로 충당합니다.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면서도 숲 조성에 필요한 묘목을 길러내는 거죠. 이 밖에도 현대자동차, 포스코, SK 등과 탄소 중립 숲을 조성하고 산불 피해 복구 작업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신화숲, 엑소숲, 소녀시대숲 등 스타의 이름을 딴 숲도 큰 관심을 모았는데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발상이었습니다.


“스타를 사랑하는 방식을 고가의 선물 대신 나무로 표현하고 그 가치를 키워가는 공간이죠. 요즘은 스타들의 모교에 나무를 기부하는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방탄소년단(BTS) RM 팬들이 나무를 기부해 RM의 모교에 교실숲을 조성하기도 했어요.”



세계 14개국에 커피나무 농장도 만든다고요?

“기부금을 모아 중국, 네팔, 인도네시아, 르완다 등에 커피농장을 만들고 수확한 커피를 공정무역 형태로 한국에 가져와 다시 기부하기도 합니다. 커피나무는 수익을 창출할 뿐 아니라 환경을 지킬 수 있는 수종이에요. 현장에서 나무를 심고 가꾸는 데 독려가 되고 환경에도 좋고요.”


트리플래닛이 판매하는 화분에도 비밀이 숨어 있다던데.

“자체 개발로 특허 받은 스밈 화분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화분 바깥쪽에 물을 채우면 식물이 필요한 만큼 흡수하는 형태죠. 물이 줄어드는 게 눈으로 보이니까 나무가 물을 필요로 할 때만 주면 돼요. 초보자들도 쉽게 키울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에 나무를 나눠주면서 아이들도 쉽게 키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만든 거예요.”


요즘 들어 산불 소식이 잦아 안타깝습니다.
현장을 자주 찾는 입장에서 만감이 교차할 듯합니다.


“오늘도 산불이 났더군요. 지구 온도가 점점 올라가면서 산불도 빈번하게 생길 수 있어요. 피해 지역을 잘 복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불이 나지 않도록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2017년 고성 산불 때만 해도 인식이 미미했는데 점차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기업들도 동참하려는 분위기가 강해졌고요. 자원봉사자도 늘었는데, 처음에는 소풍 가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막상 나무를 심기 시작하면 현장에 정적이 흐릅니다. 많은 생각이 드는지 진지하게 나무만 심더군요. 다 심고 나서야 숲을 살리는 데 일조했다는 생각에 뿌듯해하고요. 매년 봄가을 1+1으로 나무를 구입한 분들 가운데 신청을 받아 같이 가는데 빠르게 마감되고 있습니다.”


산불 피해 지역에 심는 나무는 따로 있나요?

“재만 남은 현장에서는 토양을 회복하기 위해 먼저 치환하는 작업을 하고 나무를 심을 수 있을 환경을 조성합니다. 진화되고 6개월에서 1년이 지나야 나무를 심을 수 있어요. 주로 멸종위기종 구상나무나 산불에 강한 매화수종, 본래 자생하던 나무를 중심으로 심습니다. 벌이 꿀을 채취하는 밀원수종을 심어 경제성을 확보하기도 하고요.”


나무를 가까이 두고 플랜테리어에 관심 갖는 사람도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환경을 바꾸고픈 마음이 커서 아닐까요? 초록색을 보면 기분도 좋아지고 공기 정화 기능도 있으니까요. 요즘 코로나 우울증을 겪는 분들도 많은데 반려식물이 도움이 될 거예요. 유럽에서는 우울증 환자에게 식물을 키우라는 처방전을 내려주기도 한답니다. 아이나 어르신, 1인 가구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나무를 좋아하세요?

“집에 여러 종류의 나무를 키우는데 그중 올리브나무를 좋아합니다. 올리브나무가 평화를 상징하기도 하고, 집에서도 잘 자라더라고요. 열매가 맺히는 걸 보는 것도 기분 좋고요.”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 동안 많은 일을 해왔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를 꼽는다면요?

“숲 조성한 건 다 기억에 남습니다. 그중 오드리 헵번 가족과 세월호 추모숲을 조성했던 게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나무에 이름을 붙이면 그 존재감이 커지잖아요. 진도 팽목항 주변 세월호 기억의 숲에 은행나무를 심었는데 나뭇잎이 노란색이어서 리본 같은 역할을 했죠. 유가족들도 은행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아이처럼 생각하며 나무 이상의 존재로 대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무를 심자’는 생각은 많이들 하지만 트리플래닛처럼 소셜 벤처로 확장하는 건 드문 사례죠. 왜 하필 나무였습니까?

“고등학교 2학년 때 환경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습니다. 환경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했고 결국 탄소를 줄이는 게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방법은 나무 심기였죠. 비용도 많이 들지 않고 효율적으로 산소를 제공할 뿐 아니라 다른 생명도 함께 살도록 돕잖아요. 그래서 나무 심기로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마음먹었습니다. 이제는 다음 세대에게 어떤 터전을 물려줄 수 있을지도 고민하게 됐네요.”
  • 2022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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