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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말

‘홀리뱅’ 댄서 제인 ①

나무 같다고? OK! 잘 봐, 나무가 어떻게 하는지

글·사진 : 서경리 기자

제인
본명 장원진. 2017년 결성된 힙합댄스 크루 홀리뱅 댄서.
Mnet 댄스 서바이벌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 미션마다 폭풍 성장하며 독보적인 멤버로 자리매김했다.

#몸짓
숲을 떠올려보자. 멀리서 볼 땐 빼곡하게 들어찬 나무 무리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수형도 종도 가지각색이다. 꼿꼿하게 기둥을 위로 쭉 뻗거나, 넓게 가지를 펼치며 무리 안에서 나무는 저마다의 모양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사람의 생도 그렇다.

지난해 Mnet에서 방영된 댄스 서바이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는 케이팝(K-pop)이라는 거대한 숲 안에서 댄서를 새롭게 정립했다. ‘백’댄서로 불리며 가수 뒤에서 배경처럼 자리했던 그들이 주인공이 되어 무대에 오른 것. 〈스우파〉에서 이들은 ‘댄서’ 외에 어떤 수식어도 필요치 않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팀 홀리뱅의 댄서, 제인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스스로를 증명해내며 공고히 자리매김했다.

〈스우파〉 방영 초기만 해도 제인은 팀 홀리뱅의 벤치 선수에 다름없었다.

각 팀의 댄서들이 나와 벌인 배틀에서조차 제인은 허니제이가 리더인 팀 홀리뱅의 일원일 뿐. 카메라는 각 팀의 리더나 안무가로 이름 알린 댄서들을 주로 담았다. 그런 그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엉뚱하게도 계급 미션에서 ‘워스트 댄서’로 지목받으면서다.

경연이 끝나고 상대팀에게 “존재감이 마치 길가에 있는 나무 정도”라는 혹평을 받았던 그는 “존재감이 없다는 얘기를 진짜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다”며 반박했고, 이후 미션부터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무대 중심축으로 자신의 능력을 펼쳐나갔다. 순간적으로 에너지를 끌어올려 팀에게 집중을 이끌어내는 게 제인의 주특기. ‘길가에 선 나무’에서 ‘엄청 잘하는 나무’로 미션마다 폭풍 성장하는 그의 모습에, ‘나무 제인’을 위한 거름이 되겠다는 ‘(거)르미’라는 팬덤이 생겨났다.


이제 제인 앞에 수식어 ‘나무’를 떼어놓을 수 없게 됐어요.

“지난 식목일에 팬들이 ‘제인데이’라고 축하해줬어요, 하하. 처음에 ‘나무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땐 달갑지 않았지만, 딱히 기분 나쁠 것도 없었어요. 자신 있었거든요. 내가 ‘길가에 서 있는 나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낼 자신이요. 유치한 마음 반, 진지한 마음 반으로 ‘나무? 오케이, 나 나무야, 나무가 어떻게 하는지 잘 봐’라는 마음으로 임했죠. 나무라는 별명 때문에 제 존재감이 거론되면서 오히려 방송에 한 번 나올 거 두 번 세 번 나오게 돼 좋았어요. 결과적으로 저에게 고마운 별명이죠.”


조롱 섞인 별명이 오히려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동력으로 작용했나 봅니다.

“무대 아래에선 조용하고 소심한 편이라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어울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소극적인 포지션을 택했고요. 무대를 대하는 접근 방법이 달랐던 거죠. 팀 생활을 오래하며 나 혼자 튀기보다는 전체 무대에서 완벽한 구성원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무대 위 조화를 더 중요하게 봤다는 말이군요.

“사람마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다 달라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하나는, 무대에 설 때 저만 보이게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자만이나 거만함이라기보다 제 마음가짐이에요. 스스로에 대한 평가에 박하지만, 저에게 해줄 수 있는 칭찬은 무대에서만큼은 ‘제인식으로 잘 표현해낸다’는 점이에요. 저 스스로는 무대에서의 기량, 장력이 굉장히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나’를 증명해낼 수 있는 자신감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무대 위 마음에 드는 나의 모습. 나 자신에 대한 만족 같아요. 수줍음이 많지만, 무대 위에서는 오히려 너무 날뛰어서 눌러야 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쳐요. 본능적인 제 느낌을 무대에서 표현해내는 것이죠. 저는 춤의 뉘앙스나 표현을 잡기 위해 노력합니다. 테크닉적으로 춤을 잘 추는 것과 별개로, 전체 흐름을 잘 잡아내는 것이죠.”


연습생 시절부터 지금의 팀 ‘홀리뱅’까지, 댄서 경력으로 따지자면 6년 차입니다.
〈스우파〉 무대에 서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해요.


“초등학교 때부터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요즘 말로 조용한 관종? 하하, 소심한 관종이었어요. 학예회 무대에도 나가고,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친구들 앞에서 춤췄고요. 춤 동아리 리더를 맡기도 했어요. 댄스학원에 등록하면서 허니제이 선생님을 처음 만났어요. 지금처럼 활동하기까지 가장 많이 끌어주신 분이에요. 선생님에게 배우면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어요.”


그동안 힘든 점도 많았을 텐데.

“팀 생활은 즐겁지만 일을 할 때는 힘들었어요. 솔직히 한순간도 빼놓지 않고 괴로웠어요. 잘하고 싶은데 채워지지 않으니까. 저 스스로도 그렇게 자존감이 떨어지는 사람인지 몰랐어요. 그래도 나를 칭찬해주고 싶은 건, 꾸역꾸역 해냈다는 것. 그 과정에서 혼나기도 하며 많이 배웠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며 여기까지 왔다는 데 자부심을 느껴요.”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나요?

“그 마음이 정점을 찍었을 때가 코로나가 터졌을 때 같아요. 서울에 있는 댄스학원이 운영이 안 돼 문을 닫는 바람에 외곽으로 밀려났어요. 저를 찾아주는 곳도 없고 일이 잘 풀리는 친구들과 비교하며 자신감도 떨어졌어요. 제 소극적인 성격이 원망스러웠죠. 그때 결심했어요. 서른다섯까지만 춤으로 불태워보자, 그다음 뭘 할지 생각하자, 라고요.”


그때 〈스우파〉에 출연하게 됐고요.

“운도 좋았고 타이밍도 잘 맞았어요. 방송 덕분에 코로나로 흩어져 있던 멤버들이 다시 뭉쳐서 의기투합했죠.”

〈나무의 말, ‘홀리뱅’ 댄서 제인 2편으로 이어집니다.〉
  • 2022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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