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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말

일곱 개 키워드로 읽는 나무의 말

살다 보면 인생의 비의(秘意)를 깨친 어른의 말이 간절할 때 있다. 어느 길로 들어서야 할지 막막해 미아가 된 것 같을 때, 감당해야 하는 책임의 무게가 버거워 내려놓고 싶을 때, 한없이 외로움을 느낄 때…. 이럴 때 나무는 고귀한 생명의 얼굴로 삶의 지혜를 보여준다. 품고 있는 지혜는 나무마다 다르다. 느릅나무는 모든 걸 혼자 해내려 애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단풍나무는 인내란 기다림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피어난다는 것을, 서어나무는 높게 자라지도, 꽃을 피우지도, 열매를 맺지 않아도 그저 자기 자신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넌지시 알려준다. 현기증 나는 문명의 속도전을 쉼 없이 따라가면 생의 속살을 볼 수 없다. 잠깐 멈춰서 보자. 그리고 한발 물러나 나무 한 그루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달릴 때는 보이지 않던 나무들의 의젓한 몸짓이 현자의 음성으로 다가올지 모르니.
1. 유연함 : 흔들리면서도 꺾이지 않는다는 것

흔들리지 않는 삶이 어디 있으랴. 삶이란 모진 비바람이 예고 없이 불어닥치는 촌극의 연속이다. 꺾이지 않으려면 유연해야 한다. 비바람이 몰아치면 나무는 적당히 흔들리고 휘면서 버텨낸다. 완강하게 버티려 애쓸수록 힘은 힘대로 들고 결국 부러질 위험성이 크다. 유연함은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자 성장을 위한 조건이다. 자신의 능력을 펼치며 살아가려면 굳건한 심지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바람의 방향대로 적당히 흔들릴 줄 알아야 한다. 겉으로 단단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아니 단단해 보이는 사람일수록 숱한 흔들림을 겪으며 그 자리에까지 도달했음이 틀림없다. 자신만의 질문을 품고 흔들리면서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사람만이 성장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흔들리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간다.


2. 공생 : 서로 다름이 어울려 산다는 것

나무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큰 나무와 작은 나무가 공존하고, 주변 풀꽃들 그리고 각종 곰팡이들과 서로 얽혀 영향을 주고받는다. 숲속 질서에는 존재의 귀천이 있을 수 없다. 서로가 서로를 꼭 있어야 하는 존재로 여기고 주변 자원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간다. 경쟁이 아니라 공생이다. 공생의 조건은 다름이다. 사는 곳도, 천적도, 먹이도 달라야 공존할 수 있다. 우리네 삶도 그렇지 않은가. 같은 욕망을 꿈꾸는 천편일률적 삶은 골육상잔의 전쟁터로 몰아넣는 것과 같다. 생각도, 생김새도, 취향도, 욕망도 서로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평화로운 공생이 가능하다. 그게 진화다.


3. 나다움 : 오직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것

“자기 자신이 되는 것 이외엔 그 무엇도 될 필요가 없다”고 말한 헤르만 헤세는 나무 예찬론자였다. 그는 나무를 위대한 은둔자에 비유했다. “나무는 숲속 은둔자다. 고독한 사람들 같다. 시련 때문에 고독한 사람이 아니라 베토벤이나 니체처럼 스스로를 고립시킨 위대한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고독한 질문을 품은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로 난 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세상의 상찬과 타인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오직 본연의 내가 되길 희구하는 길. 나무는 타자를 꿈꾸지 않는다.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무엇이 되기 위해 엽록소를 낭비하는 일이 없다. 같은 종이라도 제각각 다른 형태를 지닌 나무, 그래서 세상에 단 한 그루밖에 없는 나무. 사람도 그렇다. 78억 명 지구인 중 나 같은 생김새에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각자의 고유성으로 빛날 때 삶은 찬란하다.


4. 균형감 : 위로 자라는 만큼 옆으로도 몸집을 부풀리는 것

나무의 삶은 놀라운 균형감으로 가득하다. 나무줄기가 위로 자랄 때 가지는 옆으로 뻗는다. 수직으로 솟는 만큼 수평의 삶에도 힘을 쏟는다. 위로 향하면서 옆으로도 몸집을 불리는 건, 그래야만 균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의 삶에는 시간의 삶과 공간의 삶이 사이좋게 공존한다. 미래를 지향하는 종적인 삶과 현재에 충실한 횡적인 삶을 동시에 사는 존재다. 우리 삶은 어떨까? 위로 한없이 솟으려는 종적인 삶에 치우쳐 있지는 않을까? 청춘의 젊음을 부러워하면서 나이 듦을 부정적으로만 여기는 사람, 미래의 성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사람은 횡적인 삶이 결핍돼 균형감을 잃고 쓰러지기 쉽다. 시간에 집착하는 사람은 행복하기 힘들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5. 성숙 : 상처를 통해 단단해진다는 것

상처받지 않는 삶이란 없다. 나무의 상처는 옹이다. 천사가 날개를 가지려면 등가죽이 뚫리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듯, 나무가 가지를 가지려면 줄기 껍질이 뚫리는 고통을 겪어내야 한다. 그 자리에 생긴 상처의 흔적이 옹이다. 나무에 크고 작은 옹이가 있듯, 사람도 누구나 상처를 받으며 살아간다. 상처는 두 얼굴을 지녔다. 육체의 상처든 마음의 상처든 한번 받은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애석하지만, 상처로 인해 전화위복을 겪기도 한다는 점에서는 나쁘지만은 않다. 옹이 조직은 치밀해서 톱질도 어렵고 못을 박기도 힘들다. 상처를 이겨낸 자리는 그토록 단단하다.


6. 적정 거리 :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간격을 유지한다는 것

나무는 서로를 침범하지 않는다. 너무 가까우면 영양소가 부족해 성장하는 데 방해가 되고, 너무 멀면 외로워서 잘 자라지 못한다(몇몇 나무는 균과 뿌리를 이용해 서로 대화한다는 게 학계에서도 검증됐다). 사람도 그렇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적정 거리가 필요하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고슴도치의 거리. 너무 가까우면 상대의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없을뿐더러 서로를 숨 막히게 해 상처를 주고받기 쉽고,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져 관계가 소원해지기 쉽다. 가깝다는 이유로 선을 넘고 무례한 말을 함부로 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존재와 존재는 기본적으로 타자일 수밖에 없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관심과 애정의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것. 존재가 쾌적하게 숨 쉴 수 있는 자유를 주면서 외롭지 않게 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아가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에게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7. 용기 :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

나무는 잎들을 떨구면서 미련을 두지 않는다. 한때 제 몸의 일부였지만 시간이 다하면 가차 없이 떨쳐내고 뒤돌아보지 않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시 태어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새로워지려면 없애는 것이 먼저다. 기존의 것을 버려야 새것을 들일 수 있다. 수명이 다한 낙엽을 밀어내야 새봄에 새잎을 맞이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 삶도 나를 옭아매는 낡은 관습을 버려야 내가 원하는 상쾌한 삶을 받아들일 수 있다. 지리멸렬한 내 삶에 변화를 원한다면, 새로워지고 싶다면 일단 쳇바퀴 같은 삶의 패턴을 끊어야 한다. 필요한 건 용기다. 게으름과 미련에 맞서 나를 믿고 과감하게 변화를 시도해야 새로운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 2022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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