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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TBWA 아트디렉터 ①

광고, 그 이상의 진정성

글 : 유슬기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최인철
글로벌 독립광고회사인 TBWA에서 아트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YouTube, 현대카드, 시디즈, 이마트, 호텔스컴바인 등의 광고 제작에 참여했다. ‘저음비버’(저에게 음료는 비우고 버려주세요)라는 공익 캠페인을 진행했고, 광고모델로 활동한 경험이 있으며 MBC 〈아무튼 출근!〉에 출연하기도 했다.

#아트디렉팅
광고(廣告). 세상에 널리 알림, 또는 그런 일을 말한다. 돈을 내고 무언가를 알리려는 광고주와 돈을 내고 ‘광고 보지 않기’를 선택하는 대중 사이에 오늘의 광고인들이 있다. 최인철 TBWA 아트디렉터는 ‘눈이 손보다 빠른’, 15초의 마법을 믿는 사람이다. 브랜드의 마음을 읽어 전달한다면 누군가는 보고, 멈추고, 선택할 것이다. 디자인을 공부하며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데로 관심을 확장한 그는 팀원들과 함께 “디지털 현대카드”(현대카드), “남자를 아니까”(우르오스), “말도 안 되지만”(필라이트), YouTube 프리미엄의 론칭 캠페인을 비롯, 시디즈, 이마트, 아디다스, 호텔스컴바인 등의 광고를 진행했다.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바꾼’ 캠페인은 이뿐 아니다. “저에게 음료를 비우고 버려 주세요” 일명 ‘저음비버’는 남은 테이크아웃 음료를 따로 모아 버리는 ‘깔대기’였다. ‘쓰레기가 쓰레기를 구한다’는 콘셉트로 버려진 페트병을 자르고 뒤집어 액체를 분리수거 하는 도구로 만들었다. 제작비용은 6000원, 홍대입구 쓰레기통 네 군데에 만들어진 이 저음비버는 골칫덩이였던 ‘남은 음료’를 쾌적하게 분리해냈다. 최인철 디렉터를 비롯해 공익 캠페인 모임에 함께한 세 명의 광고인이 만든 멋진 신세계였다.

대중의 관심, 트렌드의 소용돌이에서 길을 잃을 때 그는 차라리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본다. 내 주변과 잘 지내고 있는가, 내 가까운 사람들과 오해 없이 소통하고 있는가, 무엇보다 나 자신을 대하는 데 조심성을 갖고 있는가. 그렇게 평정심을 찾으면 흐릿하던 세상이 이전과 달라 보인다. 물 밖에 나오면 광고의 홍수 속에서도 길이 보인다. 그의 마케팅 비법은 물과 나를, 일과 나를 분리해보는 힘이다.


요즘은 재택근무와 출퇴근을 병행하고 있다고요.
하루에도 여러 차례 미팅이 있을 텐데요.


“같이 의견을 나눠야 하는 일도 많고 설득을 해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재택으로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지금은 꽤 많이 비대면으로 진행 중입니다. 재택근무의 장점이 있다면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업의 특성상 스스로 자유롭게 영감을 받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면서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일단 큰 테이블에 먹을 걸 갖다두고(웃음),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따라 다른 장르의 음악을 틀기도 합니다.”


광고를 만드는 과정은 수많은 선택과 설득의 연속이죠. 선택의 기준이 있다면요.

“광고라는 건 작품 활동과 다르잖아요. 광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기준으로 마지막까지 판단하고 선택하려고 합니다. 아트디렉터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은 해당 프로젝트를 자신의 작품이라 생각하고 방향성에 욕심을 내는 건데요. 브랜드 관점에서, 소비자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려고 합니다.”


아트디렉터라는 직함과 동시에 조직 내에서는 ‘부장님’이라는 호칭도 갖고 있습니다. 회사 생활을 반영한 〈아무튼 출근!〉에서는 “우리 회사엔 없는 부장님”이란 자막이 붙었더군요(웃음).

“아트디렉터는 기획부터 아이디어, 마지막 제작 단계까지 캠페인 모든 과정에 관여하지만, 그중 비주얼 부분에 더 집중합니다. 부장이 되고 호칭이 달라져서 그런지 책임감만큼 부담감도 커지는 것 같아요. 다른 회사들처럼 직급 호칭을 없애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웃음).”


회사를 벗어나 진행한 저음비버는 인상적이고 유익한 캠페인이었습니다.

“제가 가진 재능으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공익 문제에 항상 관심이 있었는데, 2017년 음료 쓰레기가 문제라는 보도를 보고 저음비버 캠페인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후배 중 한 명이 가볍게 툭 던진 아이디어가 하루 만에 실행으로 옮겨졌죠. 사람들의 행동 변화가 실제로 일어나는 모습과 여러 매체에 캠페인이 소개되는 걸 보면서 뿌듯했습니다.”


여러 브랜드의 광고모델도 했는데 무엇을 배웠는지 궁금합니다.

“유연함과 지혜를 배운 듯해요. 처음부터 모델을 하려고 한 건 아니고, 현장에서 제안받아서 시도해봤습니다. 카메라와 수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중에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집중하는 게 쉽지는 않더군요. 해보지 않은 것을 시도해본 자체만으로 하나의 벽을 넘은 것 같아 좋았습니다. 이후 광고 현장에서 모델의 마음에 더 공감할 수 있었어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무엇보다 못 할 것 같아서 혹은 나랑 안 맞을 것 같아서 경험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두려움과 선입견에서 조금 자유로워졌어요.”


《그지》 독립잡지를 발간하고, 캘리그래피를 배우는 것도 새로운 경험치를 위한 도전인가요.

“출판물에서는 UHZU라는 부캐(?)를 쓰면서 ‘볼 수 있어서 볼 수 없었고 들을 수 있어서 들을 수 없었던’ 과거의 최인철을 뒤로하고 우주라는 새로운 여행을 해보겠다고 적었어요. 글과 말의 힘을 또 한 번 느꼈는데, 부캐를 그렇게 소개하고 나니 정말 그동안 못 본 것들이 보이고 들리고 많은 영감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MBC 〈아무튼 출근!〉에 출연하게 된 것도요.

“처음엔 정말 많이 고사했습니다. 무조건 안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스스로에게 물어봤죠. ‘왜 이렇게까지 안 하려고 할까, 왜 나를 노출하기를 꺼려할까’. 생각해보니 스스로 잘 보이려고 하는 마음, 인정받으려는 마음이 있더군요. 그 마음을 받아들이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졌어요. 좋은 사람들과 좋은 에너지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광고계로 들어서게 만든 결정적인 순간이나 경험, 작품이 있다면요.

“디자인을 전공한 입장에서 단순히 멋진 디자인을 넘어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광고회사라고 생각했고요. 학생 때 본 SK텔레콤 ‘사람을 향합니다’, Sky ‘It’s different’ 캠페인에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이 광고를 만든 곳이 제가 다니고 있는 TBWA죠.”

〈요즘 마케터, 최인철 TBWA 아트디렉터 2편으로 이어집니다.〉
  • 2022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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