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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현 OTD코퍼레이션 대표 ①

공간에 가치를 담다 Open The Door

글 : 유슬기 기자  / 사진제공 : OTD 

손창현
㈜OTD코퍼레이션 대표다. OTD는 성수연방, 아크앤북, 띵굴 등 공간 플랫폼을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는 회사다.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도 ‘혁신’이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셀렉트 다이닝’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손 대표가 쓴 책으로는 《프롬 빅 투 스몰》이 있다.

#공간
ⓒ 맹민화
‘오늘 뭐 먹지’, 직장인의 흔한 고민이다. 회사 식당은 아쉽고, 푸드코트는 실망스러운 이들은 맛집을 향해 긴 행렬을 잇는다. 굽이굽이 찾아가야 했던 맛집이 한데 모여 있다면? ‘셀렉트 다이닝’의 시작이다. 이 말을 만든 손창현 대표는 OTD를 운영하고 있다. 그가 처음 만든 셀렉트 다이닝 키친의 이름이 ‘오버 더 디시(Over The Dish)’라 그 약자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실은 ‘Open The Door’의 약자다. “새로운 일을 시작해보자”는 의미다. 그 다짐이 죽어가던 공간을 살렸다. MZ세대 SNS에 빠짐없이 업로드되는 아크앤북, 성수연방, 띵굴, 마켓로거스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공간이 죽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젠트리피케이션, 유행의 변화, 산업혁명에 따른 사양 산업 발생 그리고 펜데믹으로 인한 소비 위축 등. 오프라인 공간은 생각보다 시대의 변혁을 온몸으로 겪어낸다. 온라인 서점이 우후죽순 생겨나 빠른 배송으로 할인된 가격에 받아볼 수 있는 시대에 동네 서점은 버틸 재간이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오프라인 서점을 찾는 이들이 있다. 손창현 대표는 “사양 산업은 없다.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가치는 언제나 ‘사람’ 안에 있다. 공간을 채우는 건 결국 사람이니까.


1970년대 지어진 공장을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이 된 성수연방. ⓒ 푸하하하프렌즈, 석준기 사진작가
OTD 기획에는 ‘사람 중심’이라는 키워드가 보입니다.

“사람이 중심이 된다는 것은 다른 말로 정의하면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콘텐츠를 채워나갈 때 제가 가장 선호하는 방식은 그 공간 혹은 장소를 어떤 사람이 사용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그에 맞게 그려나가는 방법입니다. 그곳에 있을 사람의 그림이 명확할수록 공간의 색깔도 명료해지죠. 이런 방식의 접근은 기존의 기능적 요구에 따른 공간 구성보다 훨씬 사람의 삶과 취향을 잘 반영합니다.”


이를 두고 《배민다움》을 쓴 홍성태 교수는 “의식 없는 대중이 아니라 의식 있는 소수에 속하고 싶은 이들의 심리에 어떻게 부응해야 하는지 예리하게 파고들었다”고 평가했죠.

“우리 작업을 잘 바라봐주신 것 같습니다. 예전처럼 불특정 다수를 기능적으로 수용하는 공간이 아닌 사람들의 취향과 삶의 단편을 잘 드러내는 공간을 만들려고 했어요. SNS를 통해 교감과 소통을 원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예전처럼 사람들이 수동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자기의 욕망을 드러내려 하거든요. 이 또한 의식 있는 소수가 되고자 하는 욕구와 맞닿아 있고요.”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AI) 시대, 재택과 온라인 시대에도 여전히 ‘오프라인 공간’의 힘이 크다고 믿는 것도 그런 이유일까요.

“오프라인 공간의 힘은 코로나 위기에도, 향후 펼쳐질 메타버스 시대에도 유효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인지하고 경험하는 측면에서 총체적 경험의 완성도를 가상공간은 대체하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느끼고 행동하는 것들이 현실 세계의 오프라인 체험을 통해 형성되니까요. 실제로 가상현실의 많은 것들이 이를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온라인상에 광고를 하더라도 때로는 핫플레이스 한곳에 만든 파격적인 쇼룸이 훨씬 더 명확하게 브랜드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죠.”


아크앤북은 도심 속 휴식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시작했다. 서점과 라이프스타일 숍이 함께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아크앤북은 책을 매개로 경험과 느낌을 공유하는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한다. 현재 서울뿐 아니라 경기 하남, 충청, 부산 등으로도 입지를 넓히고 있다.
공간의 힘을 본 게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낸 1년의 경험이었다고요.

“대학원 시절 학교에서 마련해준 프로그램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했습니다. 설계사무소에서 1년간 근무했는데 제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경험 중 하나였죠. 히피로 대변되는 미국의 전후 세대 지식인들이 만들어낸 그들의 삶과 도시를 여행자가 아닌 거주민으로 경험했으니까요. 저의 가장 중요한 화두인 도시재생, 로컬, 라이프스타일 모두가 그때의 경험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는 건축공학과 설계를 공부했는데요.

“제가 꿈꾼 건축가의 모습은 실제 건축설계보다는 디벨로퍼에 가까웠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건축가는 누군가의 꿈을 물리적 실체로 완성하는 사람이고 디벨로퍼는 그 꿈을 꾸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죠.”


공간을 디벨로프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부분은요?

“공간을 만들고 꾸미는 데는 다층적인 고민이 들어갑니다. 트렌드, 가격, 분위기, 재료 등 여러 분야를 아울러야 하니까요.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일관성입니다. 시작할 때의 영감을 설령 중간에 많은 고민이 있더라도 마무리하는 시점까지 유지할 수 있으면 매우 높은 완성도를 얻을 수 있어요. 개성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저의 개성은 저 개인 모습보다는 제가 만든 공간들에서 표출된다고 생각합니다.”


띵굴은 맛집의 모임을 넘어 제조, 유통, 판매 분야의 스몰 브랜드들이 모인 새로운 스타일의 편집숍이다.

브랜드 가치는 있지만 자립이 어려운 소상공인을 모아 상생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이들의 마음이다.
OTD 창업 전까지는 대기업에서도 10년간 근무했습니다.

“회계법인과 대기업에서 조직원으로 많은 일들을 경험했습니다. 애경그룹에서는 어린 나이에 팀장 역할로 큰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기도 했고 삼성에서는 큰 시스템의 일부분으로서 일을 진행하는 경험을 했죠. 복지도, 급여도 좋아서 계속 다니고 싶었지만(웃음), 조직 내에서만 역량을 펼쳐야 한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그렇게 창업을 했는데요. 창업에 가장 필요한 마인드는 무엇이었을까요.

“OTD에서 만든 공간을 보며 많은 이들이 ‘이거 내가 생각했던 건데’ ‘한번 해보고 싶던 아이템인데’라고 말합니다. 누구나 꿈꾸지만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들을 하기 위해서는 재무적 타당성 같은 이성적 판단도 중요하지만 무모한 도전을 감행할 수 있는 돈키호테의 망상도 필요합니다. 자신감을 넘어선 무모함이죠.”


이를 ‘똘끼’라고도 표현했죠(웃음). 하지만 이런 무모함에도 근거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LA라는 도시를 보면 많은 것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때 구도심으로 몰락했던 CBD지역 한인타운이 이제는 순환적 도시재생을 통해 LA에서 가장 활력 있고 영향력 있는 소위 비싼 지역으로 재등극했습니다. 온라인 커머스의 등장으로 몰락했던 도시 외곽 물류창고들은 크리에이티브 오피스와 복합문화공간으로, 시대 감성에 맞는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했고요. 사양 사업이 되며 버려진 공간들도 잘 살펴보면 다시금 살아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셈이죠.”

〈요즘 마케터, 손창현 OTD코퍼레이션 대표 2편으로 이어집니다.〉
  • 2022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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