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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 마케터 ②

누군가의 마음을 사려면...

글·사진 : 서경리 기자

이승희
마케터이자 기록자. ‘배달의민족’에서 6년 동안 브랜드 마케터로 활동했고, 현재는 네이버 마케팅팀에서 일하고 있다. 직접 수집한 영감들이 누군가에게 동력의 씨앗이 되기를 바라며 인스타그램 ‘영감노트(@ins.note)’ 계정을 운영 중이다. 책 《별게 다 영감》 《기록의 쓸모》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공저)》를 썼다.

#콘텐츠
지금의 영감노트와 같은, 기록의 시작이었네요. 본격적으로 마케터로 활동한 건 2014년 배민에 합류하면서죠.

“배민의 SNS 콘텐츠 기획을 전담했어요. 대표적인 것은 (치킨 맛으로 브랜드를 감별하는) ‘치믈리에’ 캠페인이에요. 치믈리에를 시작으로 《치슐랭 가이드》 출간에도 동참하고, 치킨 파티를 열기도 했어요. 배민 팬클럽인 ‘배짱이’ 창단도 함께했고요. 홍성태 교수님이 쓴 책 《배민다움》 작업을 돕게 되면서 출판사와 연이 닿아 나중에 제 책도 낼 수 있었죠. 회사 SNS와 개인 계정에도 배민 소식을 올렸는데, 그게 마케터로 제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어요.”


마케터로서 말 그대로 승승장구했는데, 6년 만에 회사를 그만뒀어요.

“배민이 진짜 좋고 편했지만 너무 안정적이었어요. 저보다 먼저 들어온 이들이 다 퇴사하면서 제가 회사에서 두 번째로 오래 일한 사람이 됐더라고요. 새로 온 분들이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배민은 그렇지 않아’라는 꼰대 같은 말을 하는 저 자신을 보게 됐어요. 또 처음 입사하고 1, 2년 차 때는 내가 뭘 했는지 기억나는데, 당장 작년에 뭐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나이 60이 됐을 때 돌아보면 지금을 어떻게 기억할까, 싶어서 1년만 더 다니고 퇴사하자 마음먹었어요.”


퇴사 후에는 어떻게 지냈나요.

“1년 정도 쉬고 있던 중에 네이버 팀에서 ‘숍터뷰’라고 스마트스토어 사장님들을 인터뷰하는 코너를 저에게 맡겨줬어요. 네이버 경쟁력 캠페인으로, 한강주조 막걸리, 사과떡볶이 등 네이버에서 성장한 소상공인을 인터뷰하는 일이었죠. 그게 인연이 돼서 작년 7월부터 네이버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브랜드 캠페인, 소상공인 캠페인을 비롯해 사용자가 네이버를 잘 쓸 수 있도록 돕는 일이에요.”


소상공인과 만나는 일은 배민에서의 경험과도 연결 지점이 보여요.

“평소 소상공인에게 관심이 많았어요. 네이버가 움직이는 방식이 배민과 닮아 있는데, 플랫폼을 통해 기술로 누군가를 돕는다는 점이죠. 제가 마케터 일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잘됐으면 하는 가게가 제대로 된 마케팅을 통해 핫플로 거듭나는 거예요.”


마케팅이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지는군요.

“마케터들 대부분 선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조력자 유전자가 있어야 마케터를 할 수 있는 것처럼. ‘내가 너를 돕겠다’라는 오만함과는 달라요. 예를 들어, ‘메종 마르지엘라’라는 브랜드는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드러나지 않아요. 브랜드를 관리하는 직원들보다 브랜드가 더 돋보여야 한다는 철학이 바탕에 있더라고요. 마케터는 브랜드 안에 숨어서 브랜드 가치관에 맞게 사람을 돕는 조력자예요. 내가 드러나기보다 주변 환경이 잘되고, 더 나은 일상을 만들 수 있게 돕는 일이죠.”


결국 마케팅이란 사람의 마음을 사는 일인데, 비결이란 게 있을까요?

“사람의 마음을 사려면 잘 보이려 하면 더 안 돼요. 브랜드 자체가 매력적이어야죠. 사람 관계에서도 자기를 자기답게 보여줄 때 그 매력이 통하고 티키타카가 이뤄지잖아요. 사람들이 나이키라는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래요. 브랜드가 독자적인 철학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면 이를 좋아하는 팬덤이 생겨나는 거죠. 마케팅은 브랜드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게 하는 일련의 활동이에요. 브랜드의 매력을 잘 전달하고, 사용자들이 찾아오도록 알려야죠. 결국 소통이에요.”


앞서 브랜드다움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승희에게 나다움이란 무엇일까요.

“사실 이게 제일 어려운 거예요. ○○다움이란 결국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봐요. 저에게 이승희다움은 호기심이에요. 올해 가지고 가고 싶은 문장 중 하나가 정채봉 선생님의 책 《첫 마음》에 나온 말인데,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예요. 스스로 영감이다 뭐다, 새로운 걸 좇긴 하는데 깊진 않다는 느낌을 종종 받아요. 발견만 하고 끝내다 보니, 스스로 성장하고 확장해가는 데 부족함을 느껴요. 호기심을 가지고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진정한 나다움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승희 마케터의 기록 5단계

1단계 - 영감
특별하게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의 눈과 손을 거치면 별것 아닌 것도 특별해지듯, 뭉툭함을 다듬어 뾰족하게 만드는 것은 태도에서 시작된다. 영감을 얻으려면 집요한 관찰이 필요하다. 집요한 관찰이란 결국 사소한 것을 위대하게 바라보는 힘이 아닐까.

2단계 - 수집
그렇게 얻어낸 영감들을 메모장에 붙잡아두는 게 수집하는 단계다.
수집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수집 자체에 스트레스받지 않는 것. 영감을 수집하기 위해 일부러 가는 곳도 있다. 시장, 문구점, 카페, 서점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무(無)공간. 당신이 수집을 위해 찾는 공간은 어디인가.

3단계 - 질문
다음은 질문을 하는 단계다. 근본에 대해 질문해보자. ‘why’를 묻는 것.
나의 발자취를 알 수 있는 일상 기록에 질문을 던지면 내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 질문을 통해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그 기록은 특별해진다.

4단계 - 기록
기록으로 넘어가야 하는 것은 본격적으로 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다.
내가 왜 기록하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5단계 - 공유
처음부터 거대한 일은 없다. 작은 것부터 SNS나 플랫폼을 통해 타인과 공유하는 순간, 나의 크리에이티브는 커진다. 나라는 사람이 성장하고 생각을 확장하길 원한다면 꼭 공유해보자.
  • 2022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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