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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생 살기

천인우 ①

안전지대를 벗어나면 일어나는 일

글 : 유슬기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천인우
UC버클리 4년 장학생으로 졸업 후 미국 실리콘밸리 페이스북에서 근무했다. 2019년 한국으로 돌아와 뱅크샐러드에 입사해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이후 MBA에 도전해 스탠퍼드대와 하버드대에 동시 합격, 현재 스탠퍼드대학교 MBA 석사 과정 중이다. 〈하트시그널 시즌3〉 〈아무튼 출근!〉 등에 출연했다.

#브레이킹 루틴
2006년 용인외대부고 2학년이던 천인우는 ‘제1회 YBM 전국 초중고 영어 백일장’에서 고등부 장원을 차지했다. 당시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해외파가 아니라 국내에서만 외국어 공부를 했고, 일곱 살 때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해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게 됐다고 했다.

16년이 흘렀다. 열여섯이던 소년은 서른둘의 청년이 됐다. 한때 유망했던 학생이 훗날 어떤 어른이 됐는가를 보게 되는 건 타임슬립물처럼 흥미롭다. 천인우는 이후 용인외대부고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 공대에 입학했다가 UC버클리에 4년 장학생으로 들어갔다. 세계 수재들 사이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학업을 마친 뒤 실리콘밸리의 꽃인 페이스북에 입사했다. 당시 지원자 중 합격률은 3%였다. 페이스북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커리어의 절정을 쌓아가던 2019년, 그는 한국에 돌아와 뱅크샐러드에 들어갔다. 실리콘밸리에서 경험한 노하우를 국내 스타트업과 나누고 싶어서다. 뱅크샐러드가 자리 잡은 뒤에는 다시 MBA에 도전했는데,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에서 동시에 합격 통보를 받고, 지금은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석사 과정 중이다.

이 정도로 잘 자랐다고? 위화감을 느낄 만한 스토리인데 그는 자신의 책인 《브레이킹 루틴》에서 “안전지대를 벗어나면 새로운 삶이 열린다”고 말한다. 카이스트, 실리콘밸리 등 기회의 땅에서 그가 안주하지 않고 핸들을 돌린 이유다. 모험과 도전을 좋아하는 성향인가 싶은데, 실제의 그는 무척 신중하다. 〈하트시그널 시즌3〉에 출연하는 동안 그는 시종일관 진중했다. 마음의 확신이 서기 전까지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고, 감정에 휩쓸려 상대를 곤란하게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확신이 서면 정직하고 담담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과 결과를 받아들였다. 그런 그가 ‘안전지대를 벗어나겠다’고 다짐하는 순간은, 개인의 영달과 주변의 시선 때문이 아니라 일종의 사명감 때문이었다. 내가 알고, 내가 배운 것을 더 넓고 고르게 나누고 싶다는.


고등학교 때 다이어트에 성공한 경험이 다음 성공에도 밑거름이 됐다고 했습니다.
다이어트와 금연은 대표적인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하는데요.


“고등학교 때 저는 100kg이 넘는 비만이었어요. 당시 딱 세 가지 원칙을 정했습니다. 원래 먹던 양의 절반을 먹겠다, 하루에 줄넘기를 2000개 하겠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반드시 지키겠다고요. 바로 다음 날부터 실천했더니 두 달 간 몸무게가 17kg이 빠졌어요. 이 경험은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변화에는 고통이 수반되기 마련이라는 걸 배웠죠. 만약 자신을 변화시키는 현재의 과정이 힘들고 고통스럽다면 적어도 본인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스스로를 칭찬하고 다독여주세요. 그리고 꾸준히 노력하세요. 그 역경을 이겨낸다면 크게 성장해 있는 스스로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한국에서 나고 자라 UC버클리 장학생으로 처음 미국 땅을 밟았습니다.
도착한 날의 마음과 느낌이 기억나나요.


“신기했습니다.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이 있고, 공기도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낯설다는 생각도 했지만 두려움보다는 설렘의 감정이 더 지배적이었습니다.”


UC버클리 재학 당시 감당해야 할 학업의 양이 엄청났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하루 루틴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하루하루 도장을 깨는 느낌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을 끝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수업시간마다 노트북을 켜놓고 교수님이 설명해준 내용을 내 나름의 언어로 기록했어요. 영어로 적다가 한글이 도움이 되겠다 싶으면 한글로도 적었습니다. 두 언어를 바꿔 말하는 과정을 거치니 확실히 더 오래 기억에 남았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를 계획하고 학교 체육관에서 잠시 운동한 후 수업을 갔다가 점심 먹고, 또 수업을 듣고 수업 마치면 스쿼시팀 연습을 갔다가 밥 먹고 도서관에서 과제를 했습니다. 자기 전에는 그날 하루에 대한 회고의 시간을 갖곤 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근무할 때, 실리콘밸리 천재들은 어떤 인상을 남겼나요.

“일도 잘하지만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뛰어나고, 무엇보다 쓴소리를 주고받는 데 익숙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쓴소리를 잘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것도 개인 능력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어요. 중요한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시간을 관리하는 법, 팀원들과 조화를 이루는 리더십도 페이스북에서 배웠습니다.”


그때의 배움이 한국 뱅크샐러드에 왔을 때 어떻게 발현됐을까요.

“실리콘밸리에서는 저만의 시간관리법을 계발하는 시기였다면 뱅크샐러드에서는 제가 같이 일하는 팀원들에게 저의 노하우를 전파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팀원들이 서로 피드백을 편히 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팀원들과 일대일 미팅을 주기적으로 진행하면서 그들의 중·장기 커리어 목표를 파악하고, 팀원들에게 신뢰도 얻고 더욱 가까워지려 노력했어요.”


‘기술과 노하우를 흘려보내고 나누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페이스북 시절부터 추구하는 방향이었죠.

“뱅크샐러드의 미션 중 ‘금융 생활을 모두에게 쉽고 편하게’ 해주고 싶다는 목표가 매력적이었어요. 페이스북에서 기술 불균형의 문제를 푸는 시간을 보냈다면 뱅크샐러드에서는 금융 지식이나 자산 관리 서비스 접근성 등에 관련된 불균형을 푼다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안전지대를 벗어나 〈하트시그널 시즌3〉 〈아무튼 출근!〉이라는 대중매체에 도전한 경험은 일상을 어떻게 바꿨나요.

“〈하트시그널〉 섭외가 들어왔을 때, 당시 연애를 오랫동안 하지 않던 저로서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출연했습니다(웃음). 〈아무튼 출근!〉은 팀원들과 다 같이 만든 업무 문화, 일하는 분위기 등을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서 출연했고요. 인지도가 생겨서 이렇게 책도 쓰게 되고 업계에서도 저에 대해 아는 분들이 더 많이 생겼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다만 SNS나 유튜브 같은 채널을 통해 하는 말들은 더욱 조심하게 됐어요.”

〈갓생 살기, 천인우 2편으로 이어집니다.〉
  • 2022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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