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나다움을 묻다

신혜성 ②

진정성을 가진 탁월함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신혜성
와디즈(wadiz) 대표. 대기업·증권사·은행을 거쳐 와디즈를 설립, 국내 크라우드펀딩 생태계를 조성했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금이 없는 이들이 펀딩이란 기회를 갖고 조금씩 세상을 바꿔가길 바란다.
평소 고민과 분석을 많이 하는 편인가요?
요즘은 성격을 MBTI로 드러내기도 하는데.


“제 MBTI는 ESTJ입니다. 실무자일 때는 성향에 따라 일을 맞춰야 하니까 MBTI를 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매니저 이상이 되면 고려할 업무와 팀원이 많아져 큰 의미가 없어지더군요. 저는 오히려 갤럽에서 하는 강점 조사가 도움이 됐습니다. 제가 가진 강점 첫 번째가 개별화, 다음이 공감이었어요. 경영을 하면서 느끼는 점인데 다양한 구성원들에 대해 개별화를 잘할 수 있는지가 지금 시대에 참 중요한 요소 같습니다. 각각의 사람이 뭘 좋아하고, 뭐 때문에 힘들어하는지를 유심히 보고 어떤 도움을 줘야 할지 생각하게 돼요.”


10년 동안 와디즈를 키워오면서 고비의 순간도 마주쳤을 것 같은데요.
그때마다 어떤 방식으로 이겨냈나요?


“사실 사업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건 지난 1년이었습니다. 메이커를 둘러싼 노이즈가 있었고 실망한 서포터도 생겼으니까요. 당시에도 우리는 대원칙에 따라 올바른 생각과 신뢰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고객을 속이지 말고 작은 잘못이라도 생긴다면 인정하고 개선해나가는 게 답이었습니다. 내부 구성원들의 고생이 심했고 저도 고통스러웠지만 앞으로도 유사한 의사 결정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 우리가 원칙대로 했다고 해서 다른 업체에 진다면 우리 서비스는 좋은 서비스가 아닌 거예요. 그래서 어려운 일이죠. 더 잘해야 하고, 더 열심히 해야 하니까요.”


그동안 참 많은 스타트업이 와디즈를 거쳐 갔지요.
기억에 남는 사례를 소개해주세요.


“펀딩을 시도하는 이유는 다 다릅니다. 진짜 돈이 없는 경우도 있고 마케팅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특정 사례를 한두 개 꼽기보다 요즘 흥미롭게 바라보는 현상을 소개할게요. 2~3년 전만 해도 새로운 것은 대개 스타트업이 만들었습니다. 대기업은 관심이 없다기보다 체질을 못 바꿨죠. 그런데 재작년 즈음부터 대기업도 가세했습니다. 한정판을 만들거나 컬래버레이션을 하며 발전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대기업 사내 벤처들이 자연스럽게 와디즈를 이용해요. 농심에서는 심플레이트라고 채소나 고기를 건조시킨 플레이크를 만들었는데, 와디즈를 통해 판매했습니다. 우리가 시작을 제공하는 플랫폼 역할을 잘하고 있구나, 싶으면서도 스타트업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지 고민도 돼요.”


자랑할 만한 와디즈만의 문화가 있다면요.

“우리가 자랑을 잘 못 해요. 요즘은 워낙 혁신적인 사내 문화를 도입하는 스타트업이 많아 차별화도 쉽지 않고요. 다만 와디즈에는 진국 같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점? 회사 대표 캐릭터 이름이 ‘진국’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진국은 진정성을 가진 탁월한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모여 있다는 점이 자랑스럽습니다. 진정성 있고 탁월한 인재는 어느 조직이나 좋아할 거예요. 다만 그 인재들이 행복하냐는 건 다른 문제죠. 저는 세 곳의 직장을 다니는 동안 그런 인재였다고 생각하는데, 회사는 저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았어요. 와디즈는 한 달에 한 번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결과를 발표하는 ‘임팩트 포럼’이란 시간을 가지며 보완하고 있어요. 저는 진정성과 탁월함을 갖춘 사람들이 인정받을 수 있는 게 와디즈의 자랑이라고 생각합니다.”


펀딩금 반환 정책, 스타트업 찾기, 공간 와디즈 등 와디즈 안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펼치고 있죠. 어떤 기대 효과를 바라나요.


“와디즈는 성장하려는 사람에게 주목하는데 메이커 중에는 성장을 원하는 존재가 많습니다. 처음에야 메이커들이 와디즈를 통해 기회를 얻고 론칭하겠지만 그다음 과정이 필요해요. 스토어로 판매를 일으키고, 오프라인 전시를 하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등등. 그래서 이런저런 시도들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롯데지주로부터 8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종합 펀딩 플랫폼으로서 스타트업과 대기업 사이의 가교 역할을 강화하려는 의지가 엿보이는데요.


“방금 이야기한 메이커들의 다양한 요구를 와디즈가 모두 채워줄 수는 없습니다. 스몰 브랜드가 와디즈 펀딩으로 기회를 얻지만 빅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게 필요해요. 롯데지주와 연을 맺은 이유죠. 현재 롯데 물류채널과 우리 메이커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 있습니다. 와디즈를 졸업하고 롯데마트, 세븐일레븐에 입점하거나 롯데를 통해 사업 자금을 빌릴 수도 있겠죠. 롯데 입장에서는 좋은 브랜드를 수급받고, 우리도 메이커가 성장할 수 있는 판로를 확장하게 돼 큰 의미가 있습니다.”


좋은 기업이란 무엇일까요?
단순히 좋은 상품·서비스를 만든다고 좋은 기업이라 할 수는 없을 텐데요.


“좋은 기업을 정의하긴 어렵습니다. 반대로 저는 안 좋은 기업에 대한 정의를 갖고 그런 방식을 택하지 않기로 했어요. 정직하지 않은 파트너와 일하지 않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고객을 기만하는 메이커에게는 추가 기회를 제공하지 않으려 하죠. 요즘은 좋은 기업에 가까울수록 환경, 여성 등 더 많은 이해관계자(스테이크홀더)를 생각하더라고요. 그동안 주주만 생각해온 기업이 한 가지(주주+α)만 더 생각해도 대단한 일 같아요. 결국 플러스알파(+α)까지 생각해야 돈을 더 잘 벌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긴 거니까요. 이러한 변화에 와디즈가 일부분 기여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소비자 입장에서도 와디즈가 선택권을 넓혀준 건 사실입니다.
대중성이 약하다고 여긴 아이템이 와디즈를 통해 세상의 빛을 보고 인기를 모은 사례가 적지 않으니까요.
앞으로 와디즈가 어떤 역할을 하길 바라나요?


“최근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을 발표했습니다. ‘라이프디자인 펀딩 플랫폼’이라고. 와디즈가 메이커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지는 시장이 잘 알아요. 이제 펀딩에 참여하는 서포터에게 집중할 때인 거죠. 왜 와디즈에 더 자주 와야 하는지, 와디즈에서 결제하는 게 어떤 행동인지를 따져볼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가령 난 비건이 좋은데 주위에서 ‘비건을 왜 해?’라고 할 수 있잖아요. 누군가에게 이상해 보일 수 있는 게 와디즈에서 같은 취향의 사람들(서포터)과 함께하면 전혀 이상한 게 아닌 거죠. 와디즈가 커머스를 넘어 내 가치관과 취향에 따라 삶을 주도하는 서비스가 되는 게 향후 1~2년 목표입니다. 나아가 이 목표가 잘 정착되면 다양성이 존중받고 직업 선택 기회가 늘고 대기업 주도 경제에서 스타트업 주도 경제로 바뀌지 않을까요?”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생각대로 살아가려는 노력이 대화 곳곳에서 묻어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와디즈는 대표님의 고민과 노력이 확장된 이미지처럼 보이고요.
신혜성에게 ‘나다움’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진정성, 탁월함, 청지기 정신(stewardship) 세 가지입니다. 제가 지향하는 삶이기도 하죠. 진정성이라는 건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제가 일관된 사람이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탁월함이란 단어에는 끊임없이 배우려는 욕구가 담겨 있어요. 항상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죠. 진정성과 탁월함 사이에 겸손함이란 교집합이 있어요. 세상은 오늘도 바뀌고 있고 저는 여전히 부족하니 배워야 하는 마음입니다. 마지막으로 청지기 정신은 우리나라에서 종교 용어로 쓰이지만 해외에서는 경영학에서 두루 사용하는 말이에요. 회사를 ‘내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생각하는 거예요. 기업 설립자는 역량이 안 되면 전문 CEO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하는데 기업을 ‘내 것’으로 생각하면 그게 힘들죠. 청지기 정신을 가지고 제가 기여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사는 게 저에게는 중요합니다. 한 사람으로서도, 기업인으로서도요.”


와디(wadi)는 사막에 있는 지형이다. 평소에는 말라 있어 물이 흐르지 않지만 큰비가 내리면 물이 흐르고 강을 이룬다. 와디 주변에는 사람이 모이고 마을이 만들어진다. 자금과 기회가 턱없이 부족한 스타트업의 환경은 말라 있는 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와디에 물이 흐르고 사람이 모이듯, 와디즈는 스타트업이 처한 환경에 촉촉한 비를 내리고자 노력한다. 신혜성 대표는 “와디 주변에 물이 콸콸 흐르게 만드는 게 늘 고민”이라고 말한다. 그 고민이 쌓인 10년, 척박했던 와디는 조금이나마 비옥해지지 않았을까. 아마 그럴 것이다. 세상에 빛도 보지 못한 채 사라질 뻔한 아이디어가 와디 위로 반짝반짝 떠올랐으니까.
  • 2022년 01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