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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키아프(KIAF)〉 전시기획팀장

MZ세대가 뛰어든 미술 시장의 명과 암

글 : 김민희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키아프20주년 #역대급흥행 #2022프리즈와공동개최 #5000억미술시장 #한국미술시장_과도기 #비판보다관심
올해 미술 시장 최대의 화제는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였다. 지난 10월 초에 열린 〈키아프 서울 2021〉은 말 그대로 초대박이 났다. 전 세계 10개국 170개 화랑이 참여한 이번 아트페어 입장객은 8만 8000여 명. 판매액이 650여 억 원으로, 지난 페어의 두 배에 달했다. 특히 VVIP 관람객이 첫날 오픈과 동시에 몰려들어 블랙프라이데이를 연상시켰다. 몇몇 인기 작가의 작품 선점은 “달리기 실력에 달렸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다.

국내 최대 규모이면서 한국 첫 국제아트페어라는 점에서 〈키아프〉는 한국 미술 시장의 성숙도를 알 수 있는 가늠자가 된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키아프〉 외에도 지난 5월에 열린 〈아트부산〉 350억 원, 11월에 열린 〈대구아트페어〉 98억 원 등 각 아트페어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렸다. 아트페어뿐 아니라 서울옥션, 케이옥션 등도 역대급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미술 시장의 활황을 견인하는 주체는 바로 MZ세대다. 이들 중 상당수는 미술을 저평가된 투자수단의 하나로 바라본다. 미술작품을 통한 자산 증식이라는 ‘아트테크’는 이제 MZ세대에게 일상용어로 자리 잡았다. 큰돈이 없어도 쪼개기 투자, NFT(대체불가토큰) 투자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나만의 컬렉션을 소유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MZ세대가 대거 몰려들면서 대대적으로 재편되는 국내 미술 시장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인사동에 있는 〈키아프〉 사무국에서 김동현 전시기획팀장을 만났다.


올해 〈키아프〉의 역대급 흥행을 거둔 심경이 궁금합니다.

“부담스럽습니다. 그만큼 걱정이 태산이에요. 1년 동안 준비해서 5일 만에 결판이 나는 행사잖아요. 늘 조바심 속에 삽니다. 지난해엔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만 진행돼서 오프라인 행사는 2년 만에 열렸는데요. 앞단에 열린 옥션이나 페어들 반응이 워낙 좋아서 기대 반, 부담 반이었습니다.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습니다. 한 공간 최대 수용 인원이 3063명이었는데, 주말에는 실시간으로 체크하면서 관람객 수를 조정해야 했어요.”


20주년인 만큼 전시 도록도 특별하더군요.
이번 〈키아프〉를 기획하면서 역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요.


“〈키아프〉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국제아트페어이다 보니 우리 시도가 기준점이 되는 것 같아 책임감을 느낍니다. 올해 〈키아프〉는 두 가지가 달라졌습니다. 하나는 VVIP카드를 도입한 건데요. 이 카드를 받은 분들이 안 오시면 어쩌나 하는 우려를 불식하고 정말 많은 분들이 첫날에 오셨어요. 2000장은 참가 갤러리에 배포하고 100장은 판매했습니다. 50% 이상이 첫날에 팔렸고, 대부분 3040 고객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좋은 갤러리 영입이 이슈였는데, 이사회에서 처음부터 강조한 부분이었어요. 지원 갤러리가 예년보다 30% 정도 늘어서 해당 갤러리의 전시 규모와 횟수, 다른 아트페어 참가 이력, 참여 작가와 작품 등을 꼼꼼히 보면서 심사했습니다.”


내년 9월 〈키아프〉는 세계 2대 아트페어인 〈프리즈(Frieze)〉와 공동 개최 예정입니다.

“프리즈는 전 세계 톱 브랜드 아트페어입니다. 프리즈와의 공동 개최는 우리에게 부담이면서 동시에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이번 협업을 통해 우리 갤러리와 작가를 세계에 알리고 파트너로서 같이 최고의 성과를 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매우 기대가 됩니다.”


MZ세대가 대거 뛰어들면서 미술 시장이 재편되고 있습니다.
저변이 확대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물을 흐린다는 시각도 존재하는데요.


“저는 긍정적으로 봅니다. 우리나라 미술 시장은 연간 5000억 원 규모예요. 〈아트바젤홍콩〉이 가장 활황이었던 2015년, 아트페어 기간에 거둔 매출 2~3조 원에 비교하면 정말 미약한 수준이죠. 조금씩 성장 중이라 보면 됩니다. 자금이 유입되고 관심을 가지는 대중이 늘어나는 첫 단계입니다. 그러다 보니 투기성으로 들어오는 이들도 물론 있지만, 이 자체가 과도기에 거쳐야 할 과정입니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모두가 만족할 만큼 안정적이고 깨끗한 미술 시장이 정착되는 건 쉽지 않아요. 금융도 마찬가지잖아요. 시장이 커지면서 문제점이 부각되면 대책을 마련하고 규제 방안을 고심하면서 건강한 금융 시장이 만들어지죠. 5000억 규모의 미술 시장에서는 문제를 따지기보다 성장이 먼저입니다. 지금 수준에서 문제점만 부각하면 첫 단추를 꿸 수 없어요.”


MZ세대가 주식 시장에 뛰어들면서 우리니라가 금융 문맹국을 탈피했다는 시각과 비슷하군요.

“그래서 더욱 긍정적이라는 거예요. MZ세대는 IMF 외환위기와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일찌감치 지켜봤습니다. 주식을 투기성으로만 생각하는 부모 세대와는 달라요. 금융에 강한 구조를 가진 나라에서는 경제와 투자 공부를 일찌감치 시킵니다. 게다가 지금은 더욱 투자 공부가 필요한 시점이에요. 금리도 낮고, 코로나로 인해 수익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취업난도 심각하니까요. MZ세대는 스마트폰을 끼고 살면서 발 빠르게 얻은 정보로 돈이 되는 곳에 뛰어듭니다. 투기가 아닌 투자 개념이죠. 이 세계를 보기 시작하면 더 많은 기회가 생기고 보는 눈이 자랄 겁니다. 시행착오를 통해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겠지요. 그렇게 조정을 겪으면서 미술 시장도 성숙해져간다고 봅니다.”


이들이 사회의 주류가 된 시대에는 미의식 수준이 한층 높아지리라는 기대도 됩니다.

“맞아요. 미술이라고 하면 그림이나 조각작품처럼 돈을 주고 구입해서 집 안에 걸어두거나 전시해두는 것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모든 일상이 예술이에요. 디자인이 결국 미술이고, 건축과 패션도 미의 영역이죠. 내 취향에 맞는 것을 고민하는 과정이 모두 미적 감각에서 나온 선택입니다.”


지난 10월 13~17일 열린 〈키아프 서울 2021〉은 역대 최다 방문객(8만 8000명), 역대 최고 매출액(650억 원)을 기록했다.
미술 경매 시장에 MZ세대가 유입되면서 거품을 키웠다는 분석이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MZ세대의 성향상 기성세대와 붙으면 경합이 돼서 올라가겠죠. 젊은 친구들은 판단이 빠르고 과감합니다. 별로 고민을 안 하고 사는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이들이 생각 없이 구입하는 게 아닙니다. 본인이 뭘 좋아하는지 취향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요. 기성세대에 비해 직관적이죠. 그렇게 해서 형성된 가격은 거품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이상의 가치를 갖게 된다면 거품이 아니라 오히려 가치 평가가 늦은 거죠. 가치를 먼저 알아보는 눈은 나중에 평가받습니다.”


《오큘라뉴스》 샘 가스킨 편집국장은 “미술계는 왜 갑자기 한국에 흥분하는가”라는 제목의 〈키아프〉 도록 기고문에서 “한국이 글로벌 미술계에 이보다 더 중요했던 적은 없었다”라고 했습니다. 왜 그런가요.

“그동안 아시아 미술 시장에서는 홍콩이 독보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홍콩이 중국과의 정치 이슈가 생기면서 그 대안이 필요하게 됐죠. 싱가포르, 한국, 일본 정도가 거론되는데요. 한국은 미술 시장의 열기, 국제공항, 컨벤션, 음식문화 등 인프라가 훌륭합니다. 리만머핀, 페로탕, 페이스갤러리가 대형 국제 갤러리로는 처음으로 서울에 개관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죠. 그들이 보기엔 한국이 일본보다 아트 비즈니스로 더 적합한 나라라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일본이 시장 규모로는 우리보다 크지만, 해외 대형 브랜드 갤러리가 별로 없어요. 일본은 자국 아트에 특히 집중하는 데 비해, 한국은 국내외 작품을 두루 즐긴다는 평이 있습니다.”


역으로 한국 사람들은 자국 작가를 상대적으로 저평가한다는 말로도 들립니다.
과제를 떠안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저평가받고 있다는 건 마냥 부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기회죠. 내년 프리즈를 통해 들어오는 작품들은 유명 작가의 작품이 많고 가격도 세겠죠. 반면 한국 작가의 작품이 높은 수준에 비해 가격이 저평가돼 있다면 글로벌 컬렉터들의 눈에 먼저 들어올 것입니다.”


한국 컬렉터들의 수준은 해외에서 어떤 편인가요.

“한국 미술 시장 전체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컬렉터들은 어느 나라보다 강력합니다. 이번 〈키아프〉 첫날에 VVIP가 그렇게 많이 오신 것도 그렇고, 홍콩 바젤 현장에 가면 한국 같아요. 한국인 컬렉터들이 워낙 많아서요. 우리나라는 이제까지 VIP 컬렉터가 많은 시장이었는데, 최근 저변이 확대되기 시작했습니다. 굉장히 고무적이죠.”


〈키아프〉에 합류한 지는 얼마나 됐나요. 김동현 팀장님이 걸어온 길이 궁금합니다.

“2018년에 합류해서 4년째입니다. 이전에는 삼청동 이화익 갤러리에 10년 정도 있었어요. 서울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는데, 졸업전시 후 작가가 되는 동료들과는 방향이 달랐죠. 작가는 내가 말하고 싶은 얘기를,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세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수도자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궁금증이 많아서 다른 분야를 계속 기웃거릴 것 같았어요. 저 같은 사람까지 작가를 한다고 나서면 평생 작업을 해온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졸업 후 광고회사에서 1년간 일하다가 이화익 갤러리에서 2017년 말까지 있었고, 〈아트부산 2018〉 특별전 디렉터를 맡았습니다.”


초보 컬렉터가 작품 선택 시 가장 유념해야 하는 부분은 뭔가요.

“작품은 인상이 중요해요. 사람과 똑같아요. 작품은 작가의 분신이잖아요. 작가의 생각과 하고 싶은 말을 시각으로 가장 잘 옮겨놓은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딱 봤을 때 무서운 이미지라 해도, 그가 가진 정신세계를 화면으로 얼마나 일치시켜서 옮겨놨는지를 봐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어떤 그림을 좋아합니까.

“시도하는 그림을 좋아해요. 작가가 본인의 이야기를 시각화하기 위해 뭔가를 계속 시도하는 작품은 다릅니다. 작가의 뉘앙스에 따라 달라지지만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들리는 작품을 좋아합니다.”


현재 한국 미술 시장과 관련해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한국 미술 시장을 성장하는 아이처럼 바라보면 좋겠어요. 아이를 잘 키우려면 잘하는 부분은 칭찬하고, 잘못한 부분은 야단치고, 문제가 보이면 관심을 갖고 해결하려 하잖아요. 미술 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숙한 미술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다 같이 관리하고 키워나가야 하는 숙제가 던져진 셈이에요. 변화가 생긴 것이지,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하나 보자’의 시선이 아닌, 애정 어린 관심으로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인식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지금 우리 관심으로 다음 세대가 문화강국 대한민국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 202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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