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나도 작가시대

이준수 스코웍스 대표

블록체인 기술로 스토리 창작 산업의 생태계를 바꾸다

글 : 최선희 객원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블록체인_수익배분 #이야기를자산으로 #판권중개플랫폼 #창작물의정량화 #세상모든창작자를위해
2011년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이었던 고 최고은 씨는 자신의 작은 옥탑방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았다. 그가 이웃집에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남는 밥과 김치가 있으면 문 좀 두드려달라”고 붙인 쪽지가 발견되면서 생활고에 시달린 예술가의 현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예술인이 생활의 어려움 없이 창작 활동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이른바 ‘최고은법’으로 불리는 예술인복지법이 만들어졌다.

이준수 스코웍스 대표가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스토리체인을 만든 것도 이 일이 계기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출신인 그는 최고은 작가와 선후배 사이다. 그의 기억 속에서 최 작가는 “질투심이 생길 정도로 글을 잘 쓰던 선배”였다.

당시 프로그래머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두 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던 그는 선배의 갑작스런 부음 앞에서 새로운 고민을 시작했다. 하나의 스토리가 영화로, 드라마로 확장돼 큰 인기를 끌어도 원작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미미한 현실을 바꾸고 싶었다. 창작자들이 정당하게 노동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수익 배분 방식을 새롭게 정립하는 작업이 꼭 필요했다.

그의 눈에 들어온 건 블록체인이었다. 블록체인은 2008년 비트코인 개발과 함께 등장했다. 기존 금융사는 중앙 서버를 통해 고객의 모든 거래 내역을 저장·관리한다. 하지만 은행이 없는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네트워크상 모든 참여자의 정보를 기록·검증·보관함으로써 제3의 공인된 중개자 없이도 신뢰성을 확보한다는 장점 덕분에 블록체인의 활용 범위는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블록체인 기반의 판권 중개 플랫폼인 스토리체인에 대한 업계의 관심도 그만큼 뜨겁다.

이 대표는 회사 설립 전인 2017년 이 아이디어로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이 주최한 ‘핀테크 아이디어&사업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2018년 도라핵스가 주최한 ‘글로벌 해커톤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스토리체인은 어떤 플랫폼인가요?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는 글쓰기 플랫폼이자 지적 재산권 거래가 이뤄지는 곳입니다. 거래 방식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 다른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부분이죠. 작가가 혼자서 창작할 수도 있지만, 채팅창에서 독자들과 상호작용하며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런 창작 활동은 블록체인 안에서 모두 기록으로 남아요.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번역, 마케팅, 판권 계약도 플랫폼 안에서 편리하게 할 수 있습니다.”


영화연출을 전공한 프로그래머이자 시나리오 작가라는 이력이 특이합니다.

“연출을 공부하면서 제가 미디어나 기술을 다루는 쪽에 더 재미를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마침 병역특례로 게임회사에 입사해 개발 업무를 본격적으로 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한동안 계속 시나리오도 썼어요. 작품화되지는 못 했지만요(웃음). 그래서 창작자가 겪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잘 압니다. 왜 좋은 스토리를 만들고도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지, 글은 왜 재사용할 수 없는지, 그런 고민을 계속했어요. 거기에 기폭제가 된 것이 최고은 선배의 허망한 죽음이었고요.”


글을 재사용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가령 코딩은 개별 모듈을 떼어다 쓸 수 있어요. 그걸 깃허브(Github)라고 부릅니다. 오픈 소스를 가져다 새로운 제품으로 만드는 게 프로그램 세계에서는 활발한데, 왜 창작 쪽에서는 불가능한지 의문이 들었어요. 힘들게 쓴 글이 작품으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전체가 다 묻혀버리는 게 아깝더라고요. 깃허브처럼 누군가 어느 한 부분만 가져다 쓸 수도 있고, 거기서 새로운 결과물이 나오면 그 기여분에 따라 수익을 나눌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블록체인에서 해법을 찾았어요. 창작 과정을 모두 기록으로 남기고, 그걸 통해 기여도를 산출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방식이 잘 정착돼 작가들에게 새로운 수익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창작 과정을 정량화한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개인 창작도 그렇지만 협업의 경우에는 이걸 따지는 게 무척 어렵습니다. 스토리체인에서는 하나의 창작물이 나오기까지 누가 얼마만큼 노력했는지, 누가 몇 퍼센트의 지분을 가질지, 그런 부분을 데이터를 통해 합리적으로 나눌 수 있어요. 이 데이터를 활동지표라고 부르는데 글쓰기에 들였던 시간, 회의, 타이핑까지 모든 활동을 포함합니다.”


아이디어 도용이라는 측면에서 창작물을 온라인에서 거래하는 것에 대해 불안감이 있을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e-커머스 시장이 거대해져도 스토리 창작물 거래는 오프라인에서만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블록체인에 있는 ‘스마트 계약’ 기술이 그런 신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더라고요. 스마트 계약은 프로그래밍된 조건만 맞으면 자동으로 계약이 이뤄집니다. 집필 과정이 모두 데이터로 남기 때문에 저작권 관련 분쟁이나 협업 작가들 간의 분쟁, 제작사와의 지분 소송 같은 일이 생길 때 증거 자료로도 유용합니다.”



“기술은 영화처럼”이라는 모토는 무슨 뜻인가요?

“기술은 용도가 중요합니다. 앞으로 데이터가 주도하는 경제 시대가 본격화되면 문화예술계도 데이터 기반이 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처럼 창작 노동자도 블록체인 데이터로 창작 활동 기록을 남길 수 있고요. 기술이 드라마틱하고 재미있게 쓰일 수 있는 분야를 연구하겠다는 뜻입니다.”


이 개념을 작가들에게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무척 어렵습니다(웃음). 그래서 백 마디 설명보다 한 번에 보여주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 같아서 플랫폼을 만들게 됐어요. 말하자면 제품부터 만든 셈이죠. 아이패드가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게 굳이 필요한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써보니 좋아서 지금은 대중화됐잖아요. 저는 이 플랫폼이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최대한 많이 접할 수 있도록 앱이나 PC 등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지금 스토리체인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서비스는 어떤 것들인가요.

“다른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고, 내 작품을 올릴 수 있고, 회사와 유료 작가로 계약하는 경우에는 연재비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단편영화 시나리오는 협력사와 연계해 제작도 주선하고, 제작이 이뤄질 경우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글이 영화화되는 파이프라인이라고 할 수 있죠. 좋은 시나리오가 있는 분들은 언제든 대환영입니다.”


현재 수익 모델은 무엇입니까?

“계약이 성사되거나 판권이 오갈 때 발생하는 수수료가 수익원인데요, 아직은 시작 단계라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은 없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램 개발 일도 계속하고 있어요. 거기서 돈을 벌어 여기에 투자하는 셈이죠. 투자도 좀 받았고요. 스토리와 블록체인이 만난 형태가 처음이다 보니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앞으로 스토리체인을 어떤 회사로 키우고 싶은가요?

“좋은 스토리 하나가 다양한 형태로 변환되는 시대잖아요. 이런 환경에서는 한 사람의 창작물보다는 협업이 더 효과적입니다. 지금 넷플릭스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오징어 게임〉만 봐도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었어요. 그러다 보면 계약 과정이 복잡해지고, 각자의 기여도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블록체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스토리체인은 이럴 때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지금은 이 기술이 물류나 거래에 주로 쓰이지만 문화예술 창작 분야에도 활용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창작물 거래도 얼마든지 온라인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창작자나 제작사 모두가 상생하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 2021년 11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