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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형 원스톱 출판 시스템 한건희 부크크 대표

단 한 권이라도 인쇄합니다!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야너두_작가될수있어 #자가출판플랫폼 #주문형인쇄_POD #원고만있으면 #한권인쇄도_OK
국어 선생님인 아버지는 시를 즐겨 썼다. 누군가가 신춘문예 지원을 권하면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안 돼”라며 손사래 쳤지만, 결코 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아버지의 노트는 점점 늘어만 갔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쓴 시를 엮어 책이라도 내보자고 했다. 돈이 좀 들더라도 부담하겠다며 응원했다.

아들은 이상했다. ‘책 내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싶었지만 정말 어려웠다. 바늘구멍 통과하듯 등단에 성공하는 과거보다 작가 되기는 한결 수월해졌지만 출판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출판사에 보낸 원고는 ‘팔릴 만한’ 내용이어야 채택됐고, 편집자의 눈으로 재구성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사비를 털어 책 한 권과 맞바꾸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해외는 상황이 달랐다. 룰루닷컴 등 주문형인쇄(POD) 길이 열리기 시작한 것. 2011년 교보문고가 처음으로 이 분야에 진출했지만 교보문고의 본질은 책 유통이었다. 주문형인쇄에 집중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였다. 사업 가능성을 엿본 아들 한건희 대표는 2014년 부크크를 설립했다.

부크크는 누구라도 작가가 될 기회를 준다. 원고만 있으면 된다. 취미 삼아 시를 즐겨 쓰던 아버지도 작가가 될 수 있다. 책 형태로 만든 파일을 가지고 주문과 동시에 인쇄에 들어가는 구조가 기존과 다를 뿐이다. 부크크 책은 자체 홈페이지뿐 아니라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등 온라인 서점에서도 주문이 가능하다. 그동안 승인된 책이 2만 1000종, 활동 중인 작가는 1만 6000명에 달할 만큼 부크크는 엄연히 출판 시장의 한 축이 됐다.


견고한 출판계에 새로운 파동을 일으켰습니다. 어떤 틈새시장에서 가능성을 읽고 공략한 건가요?

“작가는 점점 느는데 출판 시장은 작아지고 있습니다. 책 출간을 조건으로 돈을 요구하는 출판사도 있고요. 문제는 재고였어요. 출판업계는 책을 팔기 위해 저자를 스타로 만들어 홍보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비 출판을 하면 이런 홍보가 쉽지 않아요. 결국 재고가 발생하고 이 부담은 작가가 떠안게 되죠. 해외에서는 이미 룰루닷컴, 아마존 크레이트 스페이스 등 소량 인쇄 플랫폼이 발달하고 있었어요. 2014년 이를 벤치마킹해 한 권도 인쇄가 가능한 부크크를 만들었습니다. 책이 팔릴 때마다 만들어 재고가 생기지 않도록 말이죠.”


출판업계는 한 번에 많이 찍을수록 이익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어떻게 ‘한 권 인쇄’가 가능하죠?


“주문이 들어오면 인쇄해서 재고가 남지 않는 게 컸어요. 유통 과정을 철저하게 배제하기도 했고요. 보통은 저자가 원고를 쓰면 출판사-인쇄소-배본사-서점을 거쳐 독자에게 책이 전달되는데 우리는 그 과정을 저자-부크크-독자로 간소화한 거죠. 대신 중간에 들어가는 비용을 인세로 돌렸어요. 출판사들이 보통 인세를 저자에게 7~8%, 유명 작가에게는 15% 이상을 주는데 부크크는 35%를 책정했습니다.”


인세가 다섯 배까지 차이 나는군요.
차익을 부크크 수입으로 만들어도 됐을 텐데 작가의 몫으로 돌렸네요?


“솔직히 초기에 계산을 잘못했어요. 하하. 그런데 오히려 저자들이 부크크를 선택하는 큰 메리트가 됐네요. 나중에 계산을 다시 해보니 25% 정도가 적절했더라고요. 이게 가능했던 건 내부에 인쇄 장비를 구비하면서 인쇄소에 맡기는 비용을 줄였기 때문이에요. 저자들이 부크크를 선택하는 이유를 들어보면 높은 인세 외에도 자율성을 말해요. 출판사는 기획·콘텐츠 내용을 종종 바꾸거든요. 저자는 논리를 갖고 집필하는데 출판사가 손을 대면 자존심 문제로 번질 수 있어요. 끝내 출판을 접는 경우도 있고요. 부크크는 높은 인세를 보장하면서 최대한 저자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있습니다.”


반면 책이 나온 후 출판사는 물심양면으로 홍보에 주력하는 경향이 있는데 부크크는 홍보에는 다소 소극적으로 보입니다.

“이 부분은 내년부터 보강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일전에는 SNS 홍보도 했는데 잘 팔리는 특정 장르에만 치중하게 되는 것 같아서 중단했거든요. 다행히 블로그·브런치에 글 쓰는 작가는 대다수 고정 팬을 보유하고 있어 실질적인 구매력으로 이어지죠. 부크크에서 책을 낸 인스타그램 작가 중 인세 수익만 연 1억 원인 분도 있어요. 일반 출판사로 옮겨가면 독자층은 넓어지지만 다섯 배 차이 나는 인세를 상쇄할 수 있을지는 따져볼 문제죠. 그리고 SNS에 구매 후기를 인증하는 독자에게 배송비를 돌려주는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어요. 대부분 온라인 서점은 무료배송을 하는데 우리 규모에서 무료배송을 하면 적자거든요. 독자 스스로 홍보하는 방식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홍보가 더해지고 있고요.”



부크크의 출판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원고만 있으면 가능해요. 부크크가 제공하는 서식을 이용해도 되고, 저자가 선호하는 한글·워드·PDF 형태로 원고를 올려도 돼요. 업로드된 원고는 인쇄가 가능한지, 포맷은 맞는지, 저작권 문제는 없는지 최소한의 검수를 거쳐 ISBN을 신청하죠. 이렇게 1~2일이면 책 만들기는 끝이에요. 주문이 들어오면 인쇄에 들어가고요. 내부에 인쇄 장비가 있어 하루 이틀이면 출판이 되고 책을 바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부크크를 통해 작가의 꿈을 이룬 사람도 많겠습니다.

“지금까지 부크크를 통해 2만 1000여 종의 책이 나왔고, 약 1만 6000명의 작가가 활동 중이에요. 매출액 기준으로 연평균 30~35%씩 부크크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요. 앞으로 시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는데요. 출판계 사정이 녹록지 않지만 출간을 원하는 사람도 늘고 있고, 요즘은 작은 출판사가 많잖아요. 기능을 분리해 접근하는 거예요. 출판사는 작가의 원고를 정제되게 편집하는 본질에 집중하고, 인쇄·유통은 부크크가 맡는 유형을 확장하려고 해요. 책에는 부크크가 아닌 해당 출판사 명칭을 넣고요.”


사람들 취향이 다양해지고 글 쓰는 욕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부크크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도 여기에 있는 듯합니다.

“물론 그런 점도 중요했죠. 하지만 그런 거시적 환경 변화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에요. 부크크는 그 흐름을 읽고 작가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을 뿐이죠. 가령 인쇄할 때 책등의 제목이 정중앙에 오도록 신경 쓰거나, 표지·내지에 사용하는 종이 샘플을 저자가 직접 고를 수 있도록 했어요. 다른 출판사는 대다수 그냥 넘어가는 부분이죠. 글씨체가 예뻐 보이게 여러 차례 세팅 값을 조절하고, 비용을 아끼려고 책날개 크기를 임의로 줄이지도 않았어요. 하나하나 신경 쓰다 보니 시간은 더 들 때가 많지만 결국 알아주더라고요. 다른 출판 플랫폼과 비교하는 리뷰를 보면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만족도가 높은 편이거든요. 스타트업이다 보니 기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한 게 유효했네요.”


사람들은 왜 책을 내려고 할까요?

“쓰기 욕구는 기본이겠죠. 또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마음도 적지 않고요. 소설·에세이뿐 아니라 일을 하며 알게 된 노하우를 공유하는 사례도 많으니까요. 이런 걸 책으로 정리하면 하나의 커리어가 돼요. 특히 세부 주제를 다루면 기존 책들과 차별화되면서 나만의 경쟁력을 갖게 되더라고요.”


앞으로 부크크가 출판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길 바라나요.

“책을 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자주 받아요. 일반 출판사에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반려당한 원고를 부크크에서 책으로 만든 경우가 많거든요. 사실 아예 안 팔리는 책도 있어요. 어제는 146종, 322권이 인쇄에 들어갔는데 한 권씩 인쇄한 양이 더 많다는 뜻이에요. 그렇다고 내용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 판매량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이죠. 좋은 내용임에도 출판사에서 왜 계약하지 않는지 알 만한 책들이 더러 있어요. 이런 작가들까지 품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요. 〈오징어 게임〉도 대본을 완성하고 상업성이 없다며 투자받기 어려웠다고 하잖아요. 그걸 넷플릭스가 제작을 맡아 전 세계의 사랑을 받는 콘텐츠가 탄생했고요.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도 빛을 못 보는 작가들을 위해 출판업계의 넷플릭스가 되고 싶어요.”
  • 202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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